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답니다

by 김선태

아내랑 함께 걸을 땐, 항상 뭔가를 배웁니다. 어제는 아내랑 계족산 황톳길을 걸었습니다. 앞서 걷던 아내가 갑자기 허리를 굽히더군요. 가만 보니 조그맣고 예쁜 돌을 줍는 듯했어요. 하지만 하얀 돌은 아내 손바닥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졌어요. 아내는 굽혔던 허리를 다시 세우며 예쁜 말을 하더군요.


"니가 나에게 오기가 싫구나."


아내는 그렇게 말하곤 가던 길을 미련 없이 이었고 저는 그 돌을 지나치며 생각했지요. '나라면 손아귀에 넣을 때까지 다시 돌을 집으려 할 텐데... 각시는 그냥 떠나는구나. 그것도 예쁘게... 미련 없이...' 아내와 저는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계족산 황톳길을 다지며 걸었습니다. 너무나 오래 걸었나 싶어, 잠시 쉬는 시간이었어요. 아내와 제 앞을 어느 노부부가 스쳐 가시더군요. 아내는 멀리서 걸어오시던 노부부의 얼굴을 찬찬히 살핀 모양이었습니다. "여보. 봤어요? 두 분 모두, 너무 인상이 좋으시다. 아저씨 얼굴 봤어요? 너무너무 인자해 보이시고 선 해 보여요." 저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아내에게 심술부리듯 말했답니다. "여보. 나는? 사람 좋은 걸로 치면야..." 언제나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아내는 에누리 없는 맨트를 허공에 날리더군요.


"에휴~ 여보. 당신 사람 좋은 것은 그렇다 쳐도 사실... 얼굴은 우락부락해요. 편한 인상은 아니야."

"......."


물론 저도 알지요. 제가 한 인상한다는 거 잘 알고 말고요. 그래도 아내의 직구가 쪼끔은 서운하더군요. 그래서 뾰로통한 입술을 실룩샐룩하며 아내를 뒤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뒤를 돌아보며 말하더군요.


"웃어봐. 여보."


제가 누굽니까? 아내의 말을 기가 막히게 잘 듣는 사나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웃기 시작했지요. 씩~ 하고 웃기도 하고, 얌전히 입술 끝만 올리기도 하면서 걸었습니다. 막상 웃으려 하니 웃는 표정이 몇 개 안 되더군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눈도 밝아지고 숲이 환하게 보이는 겁니다. 그때 생각났어요.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 그 말이 생각났어요.


'웃을 일이 생겨야 웃는 게 아니다.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


걸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묘한 경험이었답니다. 웃으니 웃음이 나오고, 웃으니 행복해지더군요. 그래서 계속 웃었습니다. 물론 조용히 웃었지요. 그렇게 걷던 중 아내와의 거리가 솔찬히 가까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앞서 걷던 아내가 뒤돌아서며 저를 바라보더군요. 저는 계속 웃었습니다. 일부러 코믹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지요. 아내가 웃으면 그 또한 즐거운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아뿔싸... 웃음이라는 게 부작용이 있더군요. 아내가 저를 보며 한다는 말이...


"여보! 미친 사람 같아요."

"......."


아무튼 색다른 경험을 하는 산책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웃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설령 미친 사람 같아도 씩~ 웃으며 걸어야겠습니다. 혹시 말입니다. 길에서 저랑 마주치시걸랑 그냥 함께 씩~하고 웃으시지요. 모른 척하기 없기~.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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