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참사

by 김선태

간혹 빨대를 꽂다가 내용물이 삐질 삐질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꽂았다. 부드럽게 주둥이를 갖다 대고 쪽 빨았다. '헐~ 이건 뭐지?' 밍밍한 공기 맛이 느껴졌다. 난 찬찬히, 깊숙이 빨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금 주둥이를 오리주둥이로 만들어 빨대를 물었다. 쭉 빨았다. '헐~ 왜 그런댜...' 주둥이를 떼고 살폈다. 역시 선태는 선태였다. 콕 찌른 빨대 끝이 몸통을 관통해서 반대편으로 삐져나왔다. 빨대참사에 대해 가족에게 이야기를 했다. 하은이가 웃으며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건 제조사의 문제지 나와 하은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좌우당간 빨대도 나도 아무 문제없다. 빨대라는 단어가 정겹다. 고등학교 체육시간 실기시험을 보던 날로 기억한다. 우리는 운동장에 모여서 체육선생님을 기다렸더랬다. 실장은 체육시험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음료수를 바칠 요량이었다. 드디어 선생님이 운동장에 도착하셨고 실장은 음료수를 두 손으로 바쳤다.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주위를 살폈고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나는 고등학교 때 키가 작아서 주로 앞줄에 서곤 했다.


"야! 맨 앞줄. 너. 매점 가서 스트롱 좀 가져와."

"네."


나는 선생님의 명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매점을 향해 오르막 길을 오르는데 물음표가 떠올랐다. '스트롱이 뭐지?' 그래서 물었다. 솔찬히 멀리서 큰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스트롱이 뭐예요?"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빨대. 새끼야. 빨대."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다. 빨대는 스트롱이다.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빨대는 스트롱이 아니란다. 스트로란다. 스트로!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의 발음이 문제이지 않았나 싶다. 그때도 난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걸로 맺음 하고자 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번 빨대참사는 제조사 잘못이며, 지난날 빨대참사는 체육선생님 영어발음 잘못이다. 홀가분하다.


keyword
이전 13화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