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뎅이 넝쿨과 셋-셋-셋 커피 한 잔

by 김선태

옛날에 옛날에... 대학 졸업을 앞두고 선배를 찾아갔던 적이 있다. 이런저런 조언을 얻을 요량이었다. 선배는 익숙한 솜씨로 다방 커피를 타 주셨다. 그때 그 시절은 그랬다. 원두커피는커녕, 지금은 흔하디 흔한 커피 믹스도 보기 힘든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셋-셋-셋으로 마셨다. 다방 커피의 영원한 진리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젊은 친구들은 셋-셋-셋이 뭔 말인가 싶을 것 같다. 궁금해도 여기서는 답을 안 하련다. 가끔은 셋-둘-둘로도 마셨다. 좌우당간, 선배가 대뜸 물었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있냐? 없으면 그거라도 따놔라잉~."

"네."

"보험은 들어놓은 거 뭐 있냐? 사람은 말이야. 덤뎅이 넝쿨이야.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사는 넝쿨 있잖아... 그게 덤뎅이 넝쿨인디... 나무가 쓰러지면 같이 쓰러져 죽지. 보험은 들어둬라잉~"

"네. 형님."


말씀을 워낙 느리게 하는 선배라서 그 육성이 또릿또릿 하게 들리는 듯하다. 그것도 솔찬히 느리게...

요 며칠 전, 점심을 먹고 산책하는데 그때 그 선배가 말한 덤뎅이 넝쿨을 보았다. 순간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 떠올라 살짝 웃었다. 지금의 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있고, 몇 개의 보험도 가입되어 있다. 선배의 말씀을 잘 실천했다. 고마운 선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도대체 뭘 잘 모른다. 모르는 게 많아도 너무 많다. 무식함이 솔찬하다. 그래서 오늘도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있다. 비가 온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 마시며 라디오를 듣고 싶은 날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전화를 드려, 구수한 선배님 목소리를 들어봐야겠다. 선배님 말씀처럼 정보처리기사도 보험도 모두 갖추었다고 이제야 고마운 마음 전한다고 전화드려야겠다. 역시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돌이켜보면 감사드릴게 천지다. 여길 봐도 스승님 저길 봐도 스승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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