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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이상한 발령

by 첨물

권씨는 거실 소파에 앉아 불안한 마음으로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옆방에서는 남편 이황이 여행용 캐리어에 옷을 챙겨 넣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발령 소식은 그녀의 평화로웠던 일상에 파문을 일으켰다.

권씨: "출장이라고? 단양? 그것도 9개월이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결혼 20년 차, 네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발령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 남편의 짐 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whisk_storyboard309d39e90ff64132b08eb6b3d13ab5.png 권씨는 갑작스럽게 짐을 꾸리는 남편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황: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국가에서 내린 명령이니..."

이황은 짐을 꾸리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권씨의 눈에는 무언가 숨기는 듯한 그의 태도가 더욱 의심스러웠다. 그는 캐리어에 옷과 책을 정리하면서도 아내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권씨: "당신 진짜 이상해. 요즘 SNS에서 그렇게 핫한 사람이 단양 같은 시골에 가겠다고? 성균관에서 강연료만 해도 얼마인데."

권씨의 말에는 날이 서 있었다. 이황은 최근 유명 성리학자로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전통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그의 강연은 항상 매진이었고, 대학에서도 인기 교수였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단양으로 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황: "명예를 좇는 게 아니라 백성을 위해 일하는 거야."

권씨는 입술을 깨물었다. 남편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도덕적 명분을 내세워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그의 말은 언제나 반박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그녀는 결혼 20년 차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백성을 위한다고? 그게 말이 돼? 어떤 백성 때문에 갑자기 단양으로 간다는 거야?

whisk_storyboarda0b304834714430693ff636ac7b53f.png 권씨는 남편의 변명에 의심이 커져갔다

그녀는 결국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심이 묻어났다.

권씨: "알겠어요. 근데 영상통화 매일 해. 카톡 읽씹하면 단양까지 쫓아갈 거니까."

이황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는 캐리어를 닫으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황: "아니, 단양은 통신 상태가..."

그 말에 권씨는 참았던 의심이 폭발했다. 그녀는 남편을 향해 손가락을 세우며 소리쳤다.

권씨: "이황! 장난해? 요즘 통신 음영 지역이 어딨다고. 네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는 건 처음이네."

이황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아내의 날카로운 직감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권씨는 남편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분명 뭔가 숨기고 있었다.

침실 벽에 걸린 '퇴(退)'라는 한자가 묘하게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남편의 호 '퇴계'에서 따온 글자였다. 한때는 그 글자가 남편의 겸손함과 학문적 깊이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었다.

퇴... 물러난다는 뜻이지. 지금 당신은 우리 가정에서 물러나려는 건가요, 이황 씨?

권씨의 직감은 더욱 강해졌다. 그녀는 남편의 단양행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반드시 밝혀낼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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