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돌아온 권씨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친구 윤씨와 헤어진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펼쳤다. 변호사로서의 습관이 몸에 배어, 그녀는 증거 수집부터 시작했다. 마음은 급했지만,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했다.
검색창에 '두향 단양'을 입력했다. 검색 결과가 수십 개 나왔다. 권씨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두향은 단순한 문화해설사가 아니었다. 단양의 유명 인플루언서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 명. 자기소개란에는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프리랜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적혀 있었다. 권씨는 두향의 프로필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단양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문화 가이드'라는 소개글이 마음에 걸렸다. 이황은 처음 단양으로 발령받았을 때, 지역 문화를 빨리 익히고 싶다고 했었다.
문화 가이드라... 그래서 남편 옆에 있었던 거구나.
권씨는 더 깊이 파고들었다. 두향의 게시물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단양의 관광명소와 문화유적에 대한 게시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약 3개월 전부터, 즉 이황이 단양으로 부임한 시점부터 게시물의 성격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이황의 뒷모습이 살짝 보였다. 권씨는 더 최근 게시물로 넘어갔다. 한 달 전부터는 매화 사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진 속 배경은 분명 이황의 서재였다. 권씨는 지난 20년간 살아온 집의 서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똑같은 책장, 똑같은 책상, 심지어 이황이 항상 쓰던 도자기 문진까지 보였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런... 저 서재는 단양 관사에 있는 거잖아. 저 여자가 남편 집에 들어갔다고?
게시물을 더 살펴보던 권씨는 더 충격적인 것을 발견했다. 일주일 전에 올린 매화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댓글 중에 권씨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권씨는 화면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황의 공식 계정에서 직접 댓글을 남긴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감성적인 내용으로.
20년 결혼 생활 동안 나한테 이런 말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었나?
권씨는 계속해서 두향의 피드를 살펴보았다. 두향이 올린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사진이 있었다. 이황의 서재로 보이는 배경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권씨는 밤새 두향의 SNS를 파헤쳤다. 이제 충분한 증거가 모였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직접 단양으로 가서 진실을 확인해야 했다.
권씨는 옷장에서 캐리어를 꺼냈다.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들만 챙겼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정찰에 가까운 준비였다.
큰아들: "엄마, 어디 가요?"
권씨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학교에 갈 준비를 하던 큰아들이 문가에 서 있었다. 아이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권씨: "단양. 아빠 일이 있어서."
큰아들: "진짜요? 우리도 같이 가요! 아빠 보고 싶어요."
권씨: "아니, 이번엔 엄마 혼자 가야 해.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너희는 외할머니 집에 있을 거야."
권씨는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아직 확실한 것도 없었다. 단지 의심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기로 했다.
권씨: "엄마가 다녀오면 아빠 소식 전해줄게. 그리고 아빠 만나면 너희들 보고 싶어한다고 꼭 전할게."
큰아들: "... 알겠어요."
아이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권씨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기차 예약을 했다. 오늘 오후 2시, 단양행 KTX.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본능이 발동했다. 그녀는 노트북을 열고 이메일을 작성했다. 수신자는 단양군청. 제목은 '단양 문화관광해설사 두향씨 관련 정보 요청'이었다. 공식적인 정보 요청이었다.
이황 씨, 나 당신이 숭배하는 퇴계 이황처럼 학문에 몰두하는 줄 알았는데... 내 앞에서만 성리학자였던 거야?
권씨는 마지막으로 매화 사진을 다시 보았다. 매화는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결혼 생활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캐리어를 닫으며 권씨는 결심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든, 나는 알아낼 거야. 변호사로서도, 아내로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