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50대 안식년
안식년의 마지막 날
2024년, 나의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안식년의 마지막 날은 종종 다니던 지역 도서관에서 브런치 연재 마지막 글을 쓰며 보내고 싶었다.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 한강 풍경은 그 자체로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자연처럼, 나 역시 1년간의 휴식과 충전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글의 초안은 2024년 12월 31일에 작성)
안식년 1년 동안 많은 일들을 했다. 주변의 지인들은 멀리서 그 모습을 부러워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평온한 일상이 멀리서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정작 달리는 열차에서 잠시 내린 나는 불안함과 싸우고 있었다. 나는 그 불안함을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불안함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애써 더 많은 시도를 했다.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같은 결정을 내릴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봤다.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와 무엇을 교환하고 있었을까? 안식년 1년간 충만한 나의 경험은 얼마의 가치를 가질까? 이 1년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들 중에 딱 하나 명확히 답할 수 있는 것은, 1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답이다.
다시 돌아가도 안식년
1년간 읽은 많은 책들에서 공부의 즐거움을 다시 깨달았다. 목공방에서 나무와 씨름하며 키운 기술과 감각으로 나만의 작품을 조금씩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호기심에 시작한 요리 입문으로 가족을 위해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내 운명이 궁금해서 시작한 명리학 공부는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정비해 줬고, 평생 첫 바이크에 입문하여 언제든 바람을 뚫고 자유롭게 어딘가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던 평산책방에 들러 문 대통령을 만난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안나푸르나 트래킹 경험은 국내 어느 산이든 오를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건 언젠가 마주할 돌봄을 미리 경험하고 준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이렇게 1년의 여정을 글로 남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안식년 덕분이었다.
쳇바퀴 돌듯 매년 반복되는 회사생활이었다면 모두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때가 아니면 이 많은 것을 시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50대는 분명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체력과 용기와 활력이 있을 때니까 말이다. 은퇴 이후의 1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기이다.
불안함 속에서 얻은 용기
안식년의 하반기, 나는 다시 글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그동안의 인생 전반기가 내 에너지를 바깥으로 발산하는 과정이었다면 후반기는 정제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간을 스스로 어떻게 조각하고 기억할지 정리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안식년이 우리 미래의 불안함을 없애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불안함이야말로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감각이다. 우리는 모두 불안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것은 생명체로써의 숙명이다. 불안함을 어떻게 다루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가 인생이다. 안식년은 나에게 불안 속에서도 나를 아끼는 법을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2024년 아듀~
2024년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잊히지 않을 한 해다. 사회적으로는 혼란과 변화가 많았던 시기였고, 스스로 용기를 내어 나를 돌아보는 여정을 시작한 해였다. 이 시간은 단순히 멈춤이 아니었다. 겨울잠을 자고 봄을 맞이하기 위해 체력을 충전하듯, 나 자신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자 성장의 과정이었다. 나를 둘러싼 관계와 환경,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의미 깊고 충만했다.
이제 안식년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깨닫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 2024년은 나에게 용기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용기를 안고 새로운 후반전을 맞이할 것이다. 남아있는 10,000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