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불안함 다스리기
계획된 브런치 연재 글 10회를 다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9회 글 '나의 일촌은 누구인가?'를 발행하면서 연재글 카테고리에 넣지 않은 채 업로드가 되었다. 이 사실을 나중에 10회 글이 올라간 후에 알게 되는 바람에, 카테고리 수정도 안되고 10회 글을 마무리하라는 브런치 알람이 매주 뜨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추가 글을 쓰게 되었다. 아휴~
알차게 보낸 '안식년' 한 해가 지났다. 나는 그 시간을 '공백기'라고 부르고 싶지 않지만, 타인의 시선에는 '빈' 시간일 터이다. 이 사실을 이력서를 새로 업데이트하면서 깨달았다. 하지만 난 1년 전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로 성장했고, 목표로 삼았던 인생 후반전에 '나의 길'도 마음 한 구석에 싹을 틔우고 있었다. 다만,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1년 사이에 내 속은 단단해졌지만, 바깥세상은 반대였다. 점점 더 악화되는 경제 환경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정치환경은 시민도, 기업도 모두 불안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기세이니, 이제 우리 세대 직장인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긴 공백기를 가진 50대의 이력서는 당연히 볼품없고 부담스러운 탈락 1순위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목공 작업을 하며, 내 스타일의 가구를 만들어가고 있고, 작년 연말에 유럽에서 개최한 가구 공모전에도 출품을 한 상태이다. 이번 달에 나올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그렇게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고, 내 일을 시작하기 위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때를 기다린다는 것
주식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실력이던 운이 좋아서던 주식으로 수익을 낸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이번에 크게 벌었으니, 그 돈으로 다음 투자를 성급히 결정하는 것이다. 돈을 놀리고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어야 할터인데, 돈이 노는 꼴을 못 보는 것이다. 올라가는 때가 있듯이 내려가는 시기가 있음에도 시도 때도 없이 올라타니 결과는 업치락 뒤치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 일도 마찬가지다. 인생 길게 보면 3개월, 1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그저 그 시간을 메꾸는 불안함이 문제이다. 그 사이를 마음을 챙기고, 정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으로 만들면 될 텐데, 그게 맘대로 안된다. 눈앞에 보이는 불확실성이 사람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훈련받아온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곧 추락을 의미한다고 세뇌당한 것이다.
나의 공백기에 와이프의 불안증이 많이 늘어났다.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도 가지만, 이런 심리가 이성적으로 잘 컨트롤되지 않는다. 곁에서 위로하고 안심시키고 도와주면서 이때를 잘 극복할 수밖에 없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앞으로 마주할 현실이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성 말이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평생 들으며 직장생활을 했다. 그때는 실감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 말이 내 이야기처럼 들린다. 위기라는 의식이 생기면 인간의 뇌는 생존에 최적화되도록 에너지를 재배치한다고 한다. 작은 시도와 준비들이 싹을 틔우면 기회가 분명 온다고 생각한다. 허투루 살지 않았으니,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만든 '여백'이 힘 빼고 그은 한 획의 붓질을 눈에 띄게 할 것이라 믿는다. 아니면 또 어쩔 건가. 캔버스를 더 크게 만들면 될 것을... 하하하
모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