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건

by 엄서영



< 내가 사랑했던 건 >




나는 요즘에야 생각해 본다


내가 사랑했던 것이

너의 존재가 아닌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이었음을


너는 단지 나의 마음을 흔들었을 뿐이고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찬바람 일으키며 아프게 외면했던 자존심


너와 나의 사랑은

애초부터 서로 다른 것이었기에

한 발작도 다가설 수 없었던, 그래서

오롯이 나 혼자 견뎌야 했던 그 쓰라림을


돌아서서 무너지던 고통도

그 고통을 혼자 견뎌야 했던 외로움도

아픔 때문에 쓰러져 몸살을 앓은 것도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속으로 삼켜 버렸지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 내려 혼신의 힘으로 견뎌 낸

나 자신을 사랑한 것이었다는 걸


외로움을 아프게 견뎌 내던 쓰라림만이

지금 남아 있는 너에 대한 추억인 걸

지금 생각해 보니

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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