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자려고 누울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는지, 고개를 젓게 되는 모습이었는지,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고 싶은 모습이었는지, 다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는지. 그렇게 여러 번 곱씹는 게 하루의 마지막 일과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 못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어딘가 좀 멋스러운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제가 찾은 건 하나도 아닌 네 개나 되는 인격이었어요. 일관되게 살자고 다짐할수록 제가 알지 못하던 모습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했고, 하나의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할수록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변덕'이라는 녀석을 당당하게 마주 보기로 했지요. 그 안에서 카피라이터인 저를,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인 저를, 고양이라면 껌뻑 죽는 집사인 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그리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과 역할에 집중할 때, 저도 몰랐던 저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 경험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잠이 들 때마다 복잡한 생각들이 없어졌어요. ‘어쩌다 보니 사중 인격'이라는 책의 가장 앞 페이지에 꼭 적어드리는 문구까지 생겼고요. 이 문구는 제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저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남은 생을 살면서 결코 잊지 말았으면 하는 한 마디. 오늘 밤, 여러분과 제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잠든다면 좋겠습니다.
6년째 글로 먹고사는 카피라이터.
3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둔 아내.
3남매 중 둘째 딸.
7년째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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