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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Jun 15. 2019

사중인격이어도 괜찮습니다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자려고 누울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는지, 고개를 젓게 되는 모습이었는지,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고 싶은 모습이었는지, 다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는지. 그렇게 여러 번 곱씹는 게 하루의 마지막 일과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 못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어딘가 좀 멋스러운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제가 찾은 건 하나도 아닌 네 개나 되는 인격이었어요. 일관되게 살자고 다짐할수록 제가 알지 못하던 모습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했고, 하나의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할수록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변덕'이라는 녀석을 당당하게 마주 보기로 했지요. 그 안에서 카피라이터인 저를,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인 저를, 고양이라면 껌뻑 죽는 집사인 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그리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과 역할에 집중할 때, 저도 몰랐던 저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 경험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잠이 들 때마다 복잡한 생각들이 없어졌어요. ‘어쩌다 보니 사중 인격'이라는 책의 가장 앞 페이지에 꼭 적어드리는 문구까지 생겼고요. 이 문구는 제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저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남은 생을 살면서 결코 잊지 말았으면 하는 한 마디. 오늘 밤, 여러분과 제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잠든다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완벽하지 않아도 좋고 조금은 변덕스러워도 괜찮습니다."


 


6년째 글로 먹고사는 카피라이터.

3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둔 아내.

3남매 중 둘째 딸.

7년째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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