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팟이 터졌지만 찝찝한 마음
회사 험담한걸 10만 명이 봤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래전 관둔 회사 이야기를 11만 명 가까이 봤다.
브런치 알림 설정을 해두지 않아서 조회수가 이렇게 폭발했는지 몰랐다가 앱을 켜고 깜짝 놀랐다.
이전에도 자주 Daum 메인에 걸리고 카카오톡#에 노출됐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급등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1만이 넘고, 3만, 그리고 5만이 되자 좋은 게 아니라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10만을 훌쩍 넘었다.
오픈된 플랫폼에 글을 올리면서도 조회수가 너무 급증하면 두려운 아이러니한 마음.
많이 읽히는 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애매하게 아는 사람은 안 읽었으면 좋겠다는 이중적 마음.
아마 익명성에 기대 글을 쓰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글 쓸 때마다 대부분 Daum 메인 등에 노출돼서 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봤을 거 같다.
특정 글이 11만 뷰를 앞둘 정도로 조회수가 급등하자 찝찝해지기 시작했다. 말이 11만이지 헤아려보면 정말 엄청난 숫자 아닌가. 걱정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 글에 등장하는 회사 대표가 볼까 봐?
- 가볍게 쓴 글이 너무 큰 파급력을 갖게 돼서?
- 내가 프로불편러처럼 보일까 봐?
이번 글 <점심시간에 밥해먹는 회사>의 특이한 점은 카카오톡으로 많이 공유됐다는 점이다.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공유한 거 아닐까 싶다. 통계를 보니 130회 이상이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찝찝하고 불안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특히나 조회수가 폭발하면 더 그랬다. 그런데 박상영 작가 소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라는 책을 읽으니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유명 작가도 느끼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유명 작가가 된 그 역시 사적으로 아는 사람, 특히 회사 사람들이 본인이 글을 쓴다는 걸 아는 게 극도로 싫었다고 한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 작가 친구는 내게 그런 마음과 극복하면서 쓰는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꼭 그런 마음을 극복해야만 프로인 것도 아니니 그런 생각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난 프로도 아닌 데다가 이게 밥벌이도 아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쓰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지.
최근 들은 팟캐스트에서 '글 쓰는 여자는 지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귀에 쏙 들어왔다. 여자라는 말을 빼고 사람을 넣어도 맞는 말이다. '글 쓰는 사람은 지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내가 겪었던 부조리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글 쓰기 전엔 '내가 프로불편러인가?', '내가 유난스럽거나 예민한가?'라고 자기 검열했다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당시 내게 주어진 상황이 불합리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 글들이 파급력을 갖게 되면서 내가 겪었던 부조리함을 겪는 다른 누군가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퇴직금 못 받을뻔한 사건을 다룬 글엔 퇴직금 계산하는 법을 넣은 것도, 점심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던 글엔 휴게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짤막하게나마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내 글이 그저 옛 회사의 험담이나 불평불만 정도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가족같은 회사’라고 강조했지만 난 ‘콩알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어야 할 거 같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강요된다고 느꼈고, 어떤 때에는 그 회사가 밴댕이 같이 아주 작고 쪼잔한 콩알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며, 단지 물리적으로만 작은 회사가 아니라 모든 게 콩알같이 작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원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할때 ‘가족’이라는 정에 기대지만, 직원의 의무를 요구할 땐 철저히 ‘회사’로 돌변하곤 하는 ‘가족같은 회사’. 그 회사를 다녔던 초년생 시절은 내게 피해의식 비슷한 감정으로 남아있다.
글을 쓰면서 그 감정이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 드는 한편, 조회수가 10만을 훌쩍 넘겨버리니 앞으로 어떤 스탠스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도 된다.
너무 검열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써야겠다. 글쓰는 사람은 지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