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실리아 Nov 01. 2020

작은 회사에서 얻은 것들

사회 초년생 시절 작은 회사에서 겪은 불합리한 일들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그 안에서 얻은 점도 분명 있다.


1) 주인의식

작은 회사에서는 적은 돈으로도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다 보니 ‘최소 내 월급 이상의 몫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이직 후 비교적 큰 회사에 다닐 때 동기들이 '네가 더 벌어와 봤자 네 돈도 아닌데 뭘 그렇게 신경 쓰냐'라고 했지만, 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수익을 내려 노력했다(영업직군이 아닌 데다가 매니저급도 아니라서, 내가 돈을 더 가져가는 구조도 아니었는데도).

 

반면, 내가 잉여인력으로 남을 때는 '이게 다 회사의 손실일 텐데'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기도 했고, 누군가는 눈먼돈 처럼 생각하기도 하는 회사 비용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마음 어딘가에 항상 있었다.


'내 월급 + 회사에서 날 고용하기 위해서 쓰는 크고 작은 부대비용'까지 고려해 그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1년 차 시절부터 가졌다. 이직한 이후에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매월 내가 담당한 프로젝트에 대한 수익을 계산하며 그에 파생되는 각종 업무들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경 썼는데, 작은 회사에서의 경험 덕분인 거 같다.



2) 주도적인 업무

중간관리자의 부재로 1년 차 신입사원인 내게도 다양한 업무가 주어졌다. 단순 서포트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일 해볼 수 있었다. 임원 제외하고는 선배들이 따로 없으니 가르쳐주는 사람도 딱히 없고, 참고할만한 자료도 많지 않기 때문에 좌충우돌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한 번은 미팅에서 만났던 주요 이해관계자가 조심스레 '그 회사는 이런 미팅에 왜 매번 사원만 내보내는 거예요?'라고 물은 걸 보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덕분에 연차 대비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3) 감사함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다녔던 여러 회사들에 대체로 만족할 수 있었다.


동기들이 회사에 대한 불만을 말할 때마다 어느 정도 맞장구쳤지만, 엄청 큰 불만은 없었다. 어떤 회사를 다니든 첫 회사보다는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첫 회사에서는 청소도 직접 했기 때문에(심지어 막힌 화장실 뚫는 것 까지도..) 늘 아침마다 깨끗하게 청소해주시는 분께도 감사했고, 크고 작은 인센티브를 받을 때도 좋았고, 자잘한 회사의 복지에도 감사했다. 작은 회사에서는 인센티브나 연봉협상을 경험해본 적 없고, 딱히 복지라고 할만한 것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직한 후 주말에 근무하면 반차가 나왔는데 직원 대부분은 '왜 하루 일했는데 반일만 주냐'라고 불평했지만 난 그게 명문화되어있는 것이 좋았다. 작은 회사에서는 그때그때 기분 따라 주면 감사한 것이고, 아니면 그냥 추가 근무였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에서는 격주로 토요일 오전마다 한 시간 가량 일을 했어야 했는데,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토요일 오전 3시간을 날리는 셈이었다. 그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었는데, 이후 다녔던 회사에서는 그런 것들에 대한 보상이 명확해서 좋았다.


당연히 여길만한 작은 일에도 회사에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작은 회사에서의 경험 덕분이다.




다녔던 시간이 아주 헛된 것만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또한, 경력 인정을 위해 ‘최소 1년은 다니자'라고 생각하며 다녔는데 그 이상 다녔으니 나름의 결심은 지켰던 셈이다. '지나고 보면 쓸데없는 경험이라는 것은 없다'는 건 맞는 말이다.


물론 아래와 같은 일들은 경험하지 않으면 더 좋긴 하지만.

신입은 돈 따지면 안 되나요?

점심시간에 밥해먹는 회사

신입은 휴가 가지 마!

이전 09화 회사 험담한걸 10만 명이 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