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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Apr 14. 2024

에필로그


 2달 좀 못 되는 기간 동안 주 2회 연재로 매일의 칭찬일기를 연재했다. 일기니까 어쩌면 정석대로 하루에 하나씩 연재하는 게 더 나았을까? 시시콜콜한 칭찬을 올리지 못했던 것도 같다. 뭐 이런 걸 다 칭찬하고 있나 싶은 것을 칭찬한 것 역시 그러지 못했다. 내부 검열에 여전히 익숙하고, 그 틀을 깨지 못해서 초기에 작심했던 그런 칭찬 기준이 스멀스멀 무너지고 점점 기준이 올라갔다. 

 별스러운 게 없어도 칭찬하려고 다짐했던 게 무색하지고 칭찬할 만한 것을 찾아 칭찬하는 칭찬일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다고 망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런 칭찬조차도 스스로에게 너무 인색했기에, 칭찬할 만한 걸 칭찬하는 것도 사실 내내 너무 어색해서 불편할 지경이었으나 연재를 하기로 했으니 꾹꾹 그 불편함을 눌러 담아 쓰고 또 썼다. 에필로그니까 처음의 목적 그대로의 칭찬을 하자면 칭찬일기가 산으로 갔건 바다로 갔건 연재 일자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썼고, 칭찬을 한 것이 성공적인 시도였다. 


 글을 쓸 때 별일 없을 때 쓰는 경우는 잘 없었다. 기분이 정말 좋고, 날아갈 듯이 기쁜 날에 쓰는 경우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일단 그런 날이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로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평소에 잘 열어보이지 않는 감정은 주로 무거운 돌로 눌러놓는 편이고 글을 쓸 때에나 아주 조금 돌을 들어 올려서 쓰곤 했다. 

 그런 성향이 글에서도 드러나는 건 당연할 것이다. 솔직함을 추구하고 글을 써도 어느샌가 글의 마무리 즈음에 다다르면 결국 글 안에서도 다시 무거운 돌로 눌러 닫아버리는 게 보였다. 그게 꼭 정확하게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체로 내 글에 댓글이 거의 없다는 게 그 방증 같이도 읽혀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참 웃픈 일이다. 나 자신은 마음을 닫아 놓고 글을 쓰면서 그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열어 표현하기를 바라고 있으니. 


 브런치북의 최대 연재는 30회까지지만, 앞으로 일상생활 리듬에 변화가 생길 것 같고, 칭찬일기가 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 내 책임이 커서 일단 여기에서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칭찬일기 같지 않은 칭찬일기를 시간 내어 읽어주시고 좋아요나 댓글로 관심을 표해주신 여러 작가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대답 없는 메아리 같은 시간이었다면 결코 연재를 이만큼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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