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 삶은 내 삶의 이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에 잘 흔들리고 싶다

by 윤슬
앉은자리를 바꾸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오래전 내가 좋아하는 글귀였다

앉은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는 말, 어쩌면 20대의 나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한 이유가 필요했고 그래서인지 이 말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대의 순간들이 지나 30대가 되면 내 마음에 파도가 치는 일은 드물 것이라 생각했다. 30대가 되어 돌이켜 보면, 20대의 파도와 30대의 파도의 종류가 다를 뿐 여전히 내 마음에는 파도가 치고 있고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WHY를 늘 궁금해했던 사람


나는 늘 WHY(왜?)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대학교 졸업을 얼마 앞두고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을 했을 때, 나는 "왜 취업을 해야 하지?"라는 물음표가 내 머릿속을 가득 담았다. WHY가 충족되지 않으면 몸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탓에 고등학교 때도 선생님의 말에 늘 WHY를 묻다가 혼난 적이 많았다. 늘 WHY를 궁금해하는 나에게 성심 성의껏 대답해 주는 어른은 없었다. 그저 "하라면 하는 거지 뭘 물어봐"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곤 했고, 언젠가부터는 누군가에게 이유를 묻기보다 스스로 WHY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내가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는 걸까?'

늘 이유를 궁금해하는 내가 잘못된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하며 차근차근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아니라 경주에 내려갔던 것도 WHY가 충족되었기 때문이었다. 대학교 내내 청소년 캠프, 어린이 캠프의 진행요원으로 일하면서 아이들과 더 깊게 일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는 나에게 '아이들과 더 깊게 일해 보자'라는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청소년복지 공부를 시작했던 것 역시, 언젠가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했고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느린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내 나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들이었다

이유가 확실해졌을 때 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시작을 하고 끝을 맺을 수 있었다. 어쩌면 내게 WHY가 중요했던 이유는,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선명하지 않으면 그 일을 끝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시작은 할 수 있지만 끝을 맺는 일이 늘 버거웠던 나에게, 모든 일의 마지막은 이유가 선명했을 때 더 단단한 마음으로 끝맺음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유독 WHY에 집중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WHY를 잃어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내 삶의 WHY를 잃어버렸고 나는 더 높은 파도에 흔들렸다

영업직 일을 시작하면서 내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분명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고 믿었는데 내가 생각한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혼란스러웠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줄 알았건만, 어쩌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내 마음을 꽁꽁 묶어 버렸다


2년의 추운 겨울로 홀로 버텼다. 마음이 아프니 몸이 아파왔다, 긴 잠에서 깨지 않고 싶었던 날들도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쓸 힘도 없었다, 일상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잠들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많이 울었고, 속상했던 시간들.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봐'라는 마음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고 싶었고, 그렇게 제주로 훌쩍 떠나 버렸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처럼 보였을 나의 제주살이는 살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었다. 울컥하는 마음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일상을 벗어나 제주의 품에 안겼다. 제주는 여전히 나에게 다정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마음을 조금씩 보듬었다


그 누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를 안아주는 일이 너무 중요한 순간이었다. 매일 아침 슬리퍼를 신고 제주의 아침을 만났다, 다정했고 고마웠다. 매일 책을 읽었고, 마음을 적었다. 하루의 끝에서 마주하는 붉은 노을 역시 다정했다. 자연의 아름 다움 앞에서는 온전히 나 자신을 생각해도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내 삶의 WHY를 찾기 위한 과정


내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찾을수록 내 삶의 WHY가 내 곁으로 다가왔지만,

WHY를 다정하게 안아 줄 겨를도 없이 현실을 마주 해야 했다


당장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을 해야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생각하고,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정리할 틈도 없이 일단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불안했던 마음들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영업직으로 근무했을 때와 다르게 돈에 쫓기지 않아도 괜찮았고 내 사람들에게 맛있는 걸 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틈틈이 글을 쓰고 책을 읽었지만 마음속이 텅 비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여전히 매일 같이 회사를 가지만 'WHY'를 찾을 수 없음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매일 같이 들려오는 상사의 한숨 소리와 자신의 일을 미루느라 바쁜 사람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온전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최대한 부정적인 마음들을 흡수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유가 없으니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고통이 되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유일하게 내가 이곳에서 버티는 이유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지만 그럼에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새로운 풍경을 봐야 할 시기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나지만 두려움이 내 앞에 당당히 서있다

취업이 되지 않아 주눅 들어 있던 시간들, 영업직으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뼈가 시리도록 추운 겨울의 감정들이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마음보다는 '두렵다'라는 마음을 앞세워 나를 막아 서고 있다. '앉은자리를 바꾸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내가 좋아했던 이 문장을 마음속에 새겨야 하는데, 여전히 두려움이 앞서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내 경험의 폭이 넓어질수록 두려움이라는 마음도 점점 깊어진다

내 삶의 WHY를 찾기 위해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 사실 여전히 두렵고 무섭다. 내가 또 다른 선택을 했을 때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 내 선택을 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수없이 많은 선택 앞에서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기도 하고 행복한 마음을 선물 받기도 했다

내 성장을 위해 WHY를 찾아 당당하게 걸어가야 할 때임을 알지만 여전히 두려움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내 마음을 토닥여 주는 날이다. '잘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너를 믿어' 온전히 나를 믿는 일, 그 누가 나를 믿어 준다는 것보다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의 선택을 응원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삶은 왜 이렇게 많은 파도에 흔들리는지 궁금했는데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삶의 파도는 온전히 내가 선택해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안정적인 삶 보다 내 삶의 WHY를 찾는 여행을 나는 두려워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온전히 스스로를 믿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 발자국씩 걸어 보는 내가 대견하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WHY를 찾는 여행길을 걷고 있다

긴 여행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타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 어쩌면 누군가의 삶에 작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 내 삶의 꿈이 흔들리지 않는 이상 내 마음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천천히 걸어보자. 여행길에서 마주하는 예쁜 들꽃에게 인사도 하고, 바람에 춤을 추는 나무를 바라보는 일도 잊지 말자. 운이 좋으면 솜사탕처럼 귀여운 하늘을 마주하며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삶의 WHY가 선명해지는 그날까지, 나는 내 삶의 여행길을 걷고 또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