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려하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 내 삶의 중심에는 온전한 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by 윤슬
몸도 마음도 아슬아슬했던 날들


한 달의 스케줄표를 보니 휴무날마다 누군가와 함께였고, 늘 일정이 있었다. 나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고, 결국 내 삶의 중심을 나로 두지 못했기에 아슬아슬했던 감정들은 방전이 되고 말았다


7월, 자주 아팠고 마음은 자주 흔들렸다

오랜 마스크 착용으로 피부병이 생겨 병원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염이 찾아왔다. 속은 울렁거리고 두통은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누워만 있어야 했다. '건강이 최고야 정말' 아프고 나면 늘 건강이 최고라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도 부지런히 돌보았어야 했는데, 결국 탈이 나버린걸 보니 나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제주에 가면 좋아질 거야!' 곧 제주로 떠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제주에 가면 다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내 예상과는 완벽하게 반대로 이어졌다. 비가 온다던 제주에는 비가 오지 않아 날씨 운이 좋았지만, 함께 여행을 떠난 언니와의 관계에서 삐그덕거렸다. 여행 일정에서 내 나름대로 언니의 일정을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언니의 친구가 결혼해 제주에 살고 있기에 같이 커피 한잔을 했고, 언니의 지인분이 여행을 왔던 시점이라 도와드릴 일이 있어 우리의 일정을 진행하지 못한 채 도움을 주게 되었다


'괜찮아! 오늘은 튜브만 타면 되니까!'

시간은 점점 흘렀고, 이왕이면 좋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언니의 일정에 점심부터 저녁 6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갔다,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종일 뭘 한 거지?' 서쪽으로 넘어가려고 했던 일정을 미루고 다시 동쪽에 숙소를 구해 수영을 하기로 했지만 언니와 나는 서로에게 마음이 상해 버렸다


나는 여행 일정에서 나름대로 배려해준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언니에게 서운했고, 언니는 서운한 내색을 하는 나에게 화가 났다. 결국 안 그래도 방전되어 있던 에너지를, 제주에서 채우지 못하고 너덜너덜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제부터 나를 배려하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어딘가 아픈 곳은 없지만 도통 에너지가 채워지지 않는다

글을 쓰고 싶은데 풀어내야 할 마음들이 많은데 도통 글이 써지지 않았다. 언니와의 다툼 끝에는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왔다.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싶지 않다'라는 못된 마음으로 바뀌어 간다. 한번 내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최대한 배려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돌이켜보면 타인의 상황을 최대한 배려하려고 했던 경험들의 끝에는 늘 내 배려가 당연시 여겨지고 있었으며 나는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늘 혼자 상처받곤 했다


이제부터 나를 배려하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 어쩌면 진심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저 꾹 참으면 우리의 관계가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본다. 내가 혼자서 꾹 참으며 배려해야 하는 관계는 애초부터 잘못된 관계였을 수도 있다. 한쪽에서 꾹 참으며 이해하고 배려하며 '내가 너를 배려하고 있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하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려하고 있다'라는 느낌이 드는 관계가 좋다


나 홀로 타인을 배려하며 누군가 내 배려를 알아주기를 바라면 언젠가는 시한폭탄처럼 펑하고 터져버리기에. 모든 상황에서 타인만을 배려하기보다 나를 배려하는 일에 중심을 두자. 모든 중심에는 나를 배려하는 일이 있고, 내가 온전히 중심을 잡아야 타인에게 배려한 순간 반짝 빛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조금 쉬어가자'라는 마음을 나에게 와락 안겨본다


무언가 하지 않아 조급했던 마음을 조금은 토닥토닥, 타인을 배려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토닥토닥. 다시 방전된 에너지를 회복해서 한 발씩 나아가면 된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으니까.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나를 배려하는 오늘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 삶의 중심에는 온전한 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