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떠났는데떠나지않았습니다 #모두에게필요한시간 #그럼에도결혼을장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창 2:24)
2010년 12월 4일.
우리는 결혼했다.
짧은 연애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관계로 들어섰다.
그때는 몰랐지만, 몰랐기에 가능했을법한 일이다.
우리는 마냥 행복했고, 마냥 사랑스러워했다.
우리는 결혼생활을 글로 배웠다.
한 주에 한번, 한두 시간 남짓, 다섯 번의 예비부부 과정의 짤막한 시간을 통해 부부가 무엇인지 결혼이 어떤 것인지, 결혼생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그때도 책을 꾸준히 읽고 있었기에 결혼과 부부관계에 대해 읽고 또 읽었다.
결혼을 하고 수개월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글로 배운 것이 현실이 되기까지 수없는 실패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가 알고 읽은 것들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지 신혼 초부터 끝없이 의구심이 들었다.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남편은 남편대로,
콩가루 가정에서 자란 나는 나대로.
우리는 각자의 삶과 부모를 떠날 필요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는 잘 알고 있고, 독립되어 있다고 스스로 여겼던 데에 있었다.
결혼과 동시에 각자 남편과 아내의 자리를 찾아 그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부가 된 당사자뿐 아니다. 남편과 아내가 된 부부만이 아니라, 양가의 모든 가족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더 알아갈 필요가 있다. 어쩌면 자신도 몰랐던 자아를 발견하는 관계가 부부다. 나를 알아가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가고, 그 사람이 자란 가정을 알아갈 필요가 있다.
그 시간 속에서 자기 자리를 천천히 찾아가는 것이다. 변화를 알아차리고, 알아차린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은 단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결혼식과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선미 정신의학과 교수님이 쓴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고부갈등을 겪는 며느리가 던진 질문에 답을 주신 내용이었다.
남편이 정말 나의 사람이라고 느끼기까지, 시어머니가 아들을 결혼시킨 후 내 아들이 아닌 한 여자의 남편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0년 남짓이 걸린다고 했다.
'그렇게나 오래 걸린다고?'
그 말의 의미는 두 아들을 키워가면서 시간 속에서 찾게 되었다.
이래서 어른들이 부모가 되어보라고 하시는구나, 했지만.
아들을 둘이나 키우는 10년 넘어가는 시간은, 나 역시도 충분히 단번에 아이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임을 실감하게 했다.
아이를 떠나보낸 적도 없고, 어떤 면에서 아직은 아이를 떠나보내서도 안되지만 크고 작게 아이가 내 품을 떠나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얼마나 불안이 많은지, 온갖 상상력으로 아이를 내 품에 두려고 애쓴다.
온 우주적 기운을 끌어와서 아이를 한 걸음씩 세상에 내보내는 연습이 필요한 엄마다.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기까지.
내 자녀가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도록 떠나보내기까지 모든 가족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그 변화들을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도록 서로에게 시간을 주고 마음 한편도 내어준다면, 결국 부부는 되어갈 것이다.
부부는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십 년이라는 시간, 그 시간이 가져다주는 것들을 조금씩 기대해 봐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