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브레인로트 #이벤트하는날
"엄마! 오늘 저녁 10시에 이벤트 있어!"
"오 진짜?"
"엄마, 엄마도 이번에 같이 해볼래?"
"그래, 같이 하자!"
나는 브레인로트 훔치기 게임을 같이 하는 엄마다.
그렇다. 같이 브레인로트를 훔치고 있다. 두 아들과 함께.
우리나라 초등학생들 대부분은 알고 있을 로블록스 게임 중 하나인 '브레인로트 훔치기'를 당연히 우리 집 두 아들도 열심히 참여 중이다.
처음에는 공개서버에서 열심을 내어 브레인로트들을 수집 중이었다. 로블록스에서 현질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지금도 아이들 계정으로는 불가하다.
내가 같이 게임을 하게 된 계기는, 우리 집 아이들이 그렇게 열과 성을 내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약간 궁금했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그것을 나도 함께 해보고 싶었다.
막상 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게임과는 달랐다.
나의 어린 시절 게임이라 함은, 슈퍼마리오, 서커스, 보글보글 등 같은 세계였다.
그 후로 나는 게임이 재미있는 줄을 모르고 자랐다. PC방도 거의 다녀보지 않았다.
남자들에게 게임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몰랐다.
브레인로트 훔치지 게임에 참여하기 앞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동안 게임에 대해 조사를 했다.
'훔친다'는 개념이 불편했지만 게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것인지, 무엇을 훔친다는 것인지 등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았다. 이해하기 참 어려웠는데, 게임을 처음 참여했을 때는 더 어려웠다.
공개서버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공개서버, 비공개서버도 무엇이 다른지 몰랐다) 여기저기서 나의 브레인로트를 훔쳐가고 나의 캐릭터를 때리거나 함정에 빠지게 하는 등 정말이지 전쟁터였다.
"이거 살까?"
"어, 엄마 그거 사!"
"이거는?"
"아니야. 그건 똥이야. 사지 마."
"...."
"엄마, 누가 엄마 꺼 훔쳐간다. 내가 막아줄게."
위 대화는 이 게임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참으로 치열한 전쟁 중 대화다.
특히 이 게임의 별미는 공개서버일 경우 누구든 다른 사람의 브레인로트를 훔쳐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걸 몰랐을 때에는 게임 제목만 듣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훔친다고? 아니 왜? 남의 걸 왜 훔쳐. 그거 좀 너무 안 좋은데. 열심히 모은 거를 누가 훔쳐가면 기분이 안 좋잖아. 게임이 좀 별로다. 다른 게임 해"
지금은 큰 아이에게 비공개서버를 만들어주었다.
매달 요금은 79 로벅스다.
애플페이로 지불해 보니 1500원이었다.
비공개서버는 말 그대로 비공개된 서버여서 사용자가 지정한 사람 외에는 들어올 수 없다.
자연스럽게 훔쳐가고 훔쳐오는 활동도 제한이 될 수밖에 없고, 나의 것을 나의 공간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지만 전 세계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게임이니만큼 채팅과 같은 메시지, 돈으로 아이템을 사는 등의 활동은 매우 제한하고 있다.
1. 현질은 엄마를 통해서만.
2. 모르는 사람과 대화, 채팅 금지.
우리 집 아이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그 외에 것들은 타협 중이다.
당연히 시간제한은 아직 초등생이기 때문에 평일과 주말 모두 지키는 중이다.
브레인로트 훔치기 게임은 '이벤트'라는 것이 있는데 보통 새벽 시간대에 시작한다.
이벤트는 게임제작자가 평소에는 보기 힘든 귀한 브레인로트를 뿌리는 것을 말한다.
게임의 배경이나 활동도 평소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아이들에게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한 번의 큰 전쟁을 치러야 했다.
큰 아이는 새벽 3시에 진행되는 이벤트를 참여하고 싶어 했고, 난 단칼에 거절했다.
일상을 침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와 조정을 거쳐 결국 허락했다.
그 후에 두세 번 더 아이는 이벤트에 참여했고, 지난주에는 드디어 새벽 시간이 아닌 저녁 10시에 진행되는 이벤트가 있다고 했다.
아이는 함께하기를 원했는데, 사실 나도 궁금했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아이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인지.
이벤트 약 40분 전에 브레인로트를 사서 둘 공간을 마련하느라 '환생'을 했고 (환생하면 공간이 늘어나고, 무기가 업그레이드된다. 대신에 모아 둔 브레인로트들은 모두 사라진다) 기지를 정리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이벤트는 10시 조금 전부터 시작되었다.
인도네시아 친구들을 위한 이벤트라더니,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국기 등을 배경으로 한 게임 화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엄청나게 화려했다. 아이들이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 나도 참여하는 시간 내내 흥미진진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무기들도 많았고, 브레인로트들이 등장하는 모습부터 정말 재미있었다.
약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푹 빠져서 게임을 즐겼다.
어릴 때 했던 슈퍼마리오랑은 비교가 안 됐다. 내가 이렇게 게임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지금 내 기지는 그날의 흔적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아주 만족스럽다. 하하!
내가 이 정도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게임을 허용하든, 금지하든 아이들의 세계를 알 필요가 있다.
아들 육아로 유명한 최민준 소장님은 "아이에게 게임을 허락할 때 부모는 조금 더 그 세계를 알 필요가 있는데, '우리 아이는 로블록스를 하고 있어요.' 라는 말은 '우리 아이가 인터넷을 하고 있어요.'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했다.
아이가 로블록스 안에서 무슨 게임을 하고 있고, 그 게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 아이들의 세계를 허용 혹은 통제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허용이든 통제든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알 필요가 있다는 말에 무척 공감했다.
아이들도 역시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부모가 함께 바라봐주는 것에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사춘기에 진입하기 전 이렇게 부지런히 길을 닦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