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즐거운나의집 #그험난한길

by Moonjours

"HOME, SWEET HOME"


"즐거운 나의 집"은 어찌 그리도 어려운지. 험난한지!

피 튀기는 전쟁 속 안전기지를 마련해 내는 것만 같다. 치열하다.



"엄마는 내 입장도 모르면서! 엄마야말로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


아이의 말이 나를 때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슬프고 아픈 말인데,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아이의 말과 태도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아...

태도를 지적하면 게임은 끝이다. 누구도 이길 수 없고, 둘 다 상처만 입히고 끝나는 다툼이 돼버린다.

양쪽 모두에게 감정만 들끓게 만드는 이슈다.


휴전을 선포하고, 마음이 가라앉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을 청한다.

아침이 되었다.

불편하다.

여전히 불편함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둘째가 자기 전에 부탁한 죽을 데워서 내주었는데, 자기가 생각한 맛이 아니라며 한 숟가락도 제대로 뜨질 않는다.


'아오, 확 저걸...'


전날 그 난리를 친 첫째가 잘 잤느냐고 물어온다. 나름의 화해의 제스처다.

그런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의 기운을 눈치챈 아이는 빠르게 등교 준비를 한다.


미안하지만 여전히 나는 화가 나 있었다.


아이는 정해진 등교시간보다 늘 빨리 학교에 간다.

안전상의 이유로 요즘 학교는 8시 40분~50분 사이에 등교를 하라는 내용을 적어 주간학습안내문을 보낸다.

정해진 규칙은 꼭 지키기를 바라는 나와는 달리 첫째는 자유로이 등교한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을 때 혹시라도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어쩌나, 규칙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이 내 안에 차오르면서 동시에 화도 몰고 온다.


엄마의 불안은 이렇게 늘 화를 동반한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화를 낸다고 보일 테다. 하지만 그 화 안에는 불안이 있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엄마는 네가 걱정이 돼서 그래."라고 말하려 노력한다. 무작정 "왜 이렇게 일찍 학교에 가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나의 마음을 잘 전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할 때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에 맞게 대답을 해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화를 냈다. 문자로.



맘대로 해라.

어차피 약속도 지키지 않을 건데.

아침부터 일찍 나가 밖에서 핸드폰이나 보다가 가는 게 잘하는 짓인지 생각해 봐라.



겨우 마음을 억누르고 억눌러서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말이 거칠다.

등교 전, 카톡 사용 시간이 찍힌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낸 메시지다.

나의 거친 말이 아이의 마음을 찔렀을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알아달라는 너의 말.

엄마의 숨소리까지 알아채는 너의 눈치는 타고난 너의 기질과 그렇게 너를 키운 내 양육방법의 결과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말하고 표현하라고 가르쳤다.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는 너의 의견을 말하라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렇게 자란 네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다.







책이 가득히 꽂혀있는 책장에 둘러싸인 공간에 들어서면, 행복하다.

아찔해질 만큼.

그 책을 둘러보면서 제목을 읽어보는 일은 설렘을 가져다준다.

기분이 좋아진다.

책방이라면 어디든 좋지만 집에서 가까운 책방으로 향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사방이 책에 둘러싸여 있으니,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행복해진다.

천천히 책을 둘러본다.

사장님의 추천 메시지가 담긴 책과 짤막한 소개글도 읽어본다.


그렇게 잠시 머물며 세 권의 책을 골랐다.

계산을 하는 동안 사장님과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

근처 카페를 찾는다.

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겨울이 시작되고 있는 막바지 늦가을이 예쁘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은 힘들지만, 올해 유난히 예쁜 가을을 눈에 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면 몸을 움직인다.

몸을 움직이면 그 소란이 잠잠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 전에는 아이와의 갈등을 견디기가 어려워서 집 앞 놀이터로 뛰쳐나가 열 바퀴를 헉헉 거리면서 달렸다.

달리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다.

바람은 시원했고, 심장이 터질듯하게 쿵쾅거리는 게 느껴지면서 좋았다.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 후로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감정이 복잡해질 때마다, 불편함이나 우울감이 밀려와서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려울 때마다, 몸을 다스린다.

호흡을 다스리고, 내 몸을 느껴본다.

운동을 하면서도 머리와 마음이 '문제'로 가득 찰 때면 그것을 잊고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려고 노력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힘이 채워져 있다. 신기하고 놀랍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 할머니들이 빨래터에 앉아 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리며 했던 행위는 단순히 세탁이 아니라 그들의 시름과 걱정을 씻어내는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빨래터에 쪼그려 앉아 팔을 들어 쉴 새 없이 빨래를 두드려야 했던 그들의 체력은, 삶의 무게를 지탱해야 할 마음의 힘이 되었을 테다.


그렇게 부지런히 다리를 움직여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평소에는 사람이 가득해서 들어가지 않았던 카페가 오늘은 한적하게 아무도 없는 것이 보인다.

어쩐 일인가 싶어, 목적지를 변경하여 그곳으로 들어간다.

캐럴이 나온다. 재즈 풍의 크리스마스 캐럴.

이렇게 따뜻한 낮에.


아메리카노와 휘낭시에 두 개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구매한 책을 꺼낸다. 가져온 노트도 꺼내고.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책 옆에 커피를 둔다.


남편에게 지금 기분전환 중이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도 몇 장 찍어 보낸다.

기분이 좋다.

적당한 활기와 평화로운 시간에 감사하고 충만해진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와는 다른 첫째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게는 어려운 과제 같다.

아이를 그렇게 느끼는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마음으로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보려고 노력한다.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겨울이 되면 아침부터 뒷목이 땅겨와 컨디션이 좋지 않다.

오늘은 더군다나 그랬다.

두 녀석이 쌍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럴 때마다 불편감을 온몸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좀 더 근사한 엄마가 되기 위해, 아까 책방에서 사장님이 덤으로 주신 엽서 두 장에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적어본다. 마음에 든다. 지금의 나의 마음과 내 모습이.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한 장씩 주어야지. 물론 뭐 엄청난 반응을 해주지는 않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라도, 작은 홀씨만 하게라도, 남아주기를 바라면서.





춥고 건조한 겨울바람은 아이들 피부를 거칠게 한다.

코 점막이 약하고, 로션 바르기를 싫어하는 두 녀석들에게 아주 취약한 계절이다.

약해진 코 점막은 한번 건드리기 시작하면 더 예민해져서 손만 대어도 코피가 줄줄 난다.

아이들 매트리스 커버와 베갯잇이 핏자국으로 자주 더러워지는 계절이 봄과 이맘때다.

건조하고 불편하니 자꾸 손으로 코를 쑤셔대는 아이들이 제발 참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잔소리가 된다.

코피가 나면 깔끔하게 처리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두 마디를 더한다.

내 기대가 높다.

초등 남자아이들에게 내 기대가 과하다.


내가 세탁을 자주 하기로 마음을 바꾸어본다.

등굣길에 아이들 손이 거칠어져 있다면 말없이 핸드크림을 덧발라주기로 마음을 먹어본다.

HOME, SWEET HOME!

그 험난한 길이 조금 매끄러워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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