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우울을 만나다

#지나고나서야말할수있게되다#한창아프게울었던날들

by Moonjours

작년 여름이었다.

나의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의 절반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아이와의 갈등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시작되어, 학교 선생님을 통해서도 이런저런 피드백을 들어오던 중이었고, 불안이 높았던 엄마인 나는 더욱 불안해졌다.


한해를 넘긴 아이와의 갈등이, 일상적인 관계로 자리를 잡은 것은 "돌아보니" 5학년 여름이었다.

아이는 더 이상 집에서 까불거나 장난을 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의 요구는 짜증과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부모의 가르침과 훈육은 어떤 형태도 먹히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날에는 집에 전쟁이 일어난 듯했다.


어느새 부모인 우리 부부는 아이와 대치상태가 되었다.

부모, 자녀관계라기보다는 가능한 피하고 싶은 관계가 되었다. 대화를 시작하면 줄곧 갈등과 논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때는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를 마주하기가 겁이 났던 것 같다.

눈을 마주하면 여지없이 갈등이 시작되고, 갈등은 해결되거나 매듭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치열해지고 깊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남편과 나는 지치고 피곤해졌다.


여름방학이 시작하면서는 내가 아이를 피해 외출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직도 가슴 아리게 떠올려지는 날들이 있을 정도로 그 당시 우리는 서로를 할퀴는 말들과 눈빛을 자주 드러냈다. 아마도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가능한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여름방학에 아이의 심리검사를 예약했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기질과 양육태도, 심리검사까지 함께 진행되었다.

엄마로서 지치고 고단함이 가장 크게 자리했지만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컸다. 혹 '반항장애일까? ADHD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기질의 예민함이 이렇게까지 갈등을 일으키는 데에는 부모가 알지 못하는 어떤 문제가 있을지 많은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다.


검사는 하루 중 반나절을 들여야 했다.

긴 시간의 검사를 진행하면서 아이가 이렇게 긴 시간을 협조해 줄지 불안했을 정도로 아이는 그 당시 부모의 눈에 어려운 대상이었다.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잘 협조해 주었고, 검사도 잘 마무리되었다.

1,2주 후쯤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뉴스를 통해 2025년 청소년 우울지수가 발표되었다.

놀라운 점이 하나 있었다.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들의 우울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코로나, SNS, 부모의 양육태도가 지목되었다.

1980년대생인 부모들의 '과보호'가 아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아이의 심리검사 후 남편과 그 결과를 듣기 위해 센터를 다시 방문했다.

아이는 반항장애도, ADHD도 아닌 '우울'이라 했다.

우울이 높게 나왔고, 자존감이 낮았다.

아이의 그림검사와 문장완성검사, 투사 검사 등의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셨다.


상담심리를 석사과정으로 공부했던 나다.

기독교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수년간 아이들을 가르쳤고, 아이들에게 진리와 사랑에 대해 말해온 나였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기도와 말씀으로 채워주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엄마가 나였다.

남의 아이들에게 그림검사를 수십번도 더 했다. 흔히 말하는 '나무 그림검사'는 적지 않은 케이스를 봤다. 그런데 내 아이의 그림은 정말이지 생전 처음보는 종류의 그림이었다.


윗둥이 없는 나무.

나무 기둥이 잘려나간채로, 잎과 열매는 커녕 가지도 없다.

하늘에서는 번개가 나무를 향해 내리치고 있었고, 나무 밑 둥 주변으로는 (영적인 행위) 제사를 지내고, 부적을 붙이는 등의 어떻게 하든 낫고자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오열했다.

상담선생님 앞이라 울음을 아주 쏟아내지는 못했지만 목구멍으로 뜨거운 숨을 참아내며, 눈에서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나 : "아이를 더 수용해 주고 용납해주지 못해서 아이가 그런 걸까요?"


상담선생님 : "어머님, 어떤 부모가 모든 상황을 차분하게 받아주고 설명해 줄 수 있겠어요. 아이는 어머님이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고 받아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럼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이 아이를 우울에 이르게 했을까?

혼란스럽고, 괴롭고, 아팠다.

아이가 우울이 높게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사실 나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전공 공부를 했을 당시가 떠올랐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우울이 높아질 때 그 표현이 말이 아닌 태도로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은 감정의 짜증과 공격적인 모습으로 acting out 된다.


책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왜 내 아이에게서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까?

왜 보이는 대로만 아이를 판단했을까.

죄책감과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그 죄책감과 후회와의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고맙게도 그 싸움의 시간은 아이와의 회복의 시작이 되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기록한다.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내 아이는 어느새 다시 까불이가 되었고 집에서 노래와 춤을 즐긴다.

여전히 갈등은 존재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다시 애정 어린 자리로 돌아온다.

아이는 이따금씩 말로 공격하고, 부모인 우리도 감정 섞인 훈육을 하곤 하지만 이제는 멈추어야 할 때를 알고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를 알고 있다.


아이의 심리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자리에서 들은 하나의 더 충격적인 결과는 남편의 우울도 역시나 높았다는 것이다. 나보다도 남편은 아이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남편도 깊은 우울이 있었다.


아이와 남편, 각각 상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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