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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족에게

잴 수 없는 부모님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걸 잊고 살지는 않았었나

by 일요일은 쉽니다 Oct 13. 2016


알리가 부른 인순이의 아버지


댓글에 쓰여 있기를, 노래가 시작하기 전부터 눈물이 난다는 말에

에이, 설마 했는데

정말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도 전부터 눈물이 났다


나는 아빠를 자주 뵙지는 못해도, 크게 무섭거나 어려운 분은 아니셨어서

가사가 크게 공감이 가지 않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어쩌면 너무 편하게 지내왔기 때문에

자식을 위해 희생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지 못한 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못 먹거나 등이 따습지 않았던 적은 없었고

감사하게 또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그 뒤에

잴 수 없는 부모님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걸

잊고 살지는 않았었나


브런치 글 이미지 1


돌아보면

결국 순간순간 다가왔던 갈림길에서는 내 뜻대로 결정하시게 해주셨는데

때로는 보이지 않는 기대감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만 같아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나에게 주었던 부담감이 컸던 것이지

한 번도 못난 딸을 못났다고 하신 적이 없으신데


내가 이곳까지 다른 걱정 하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게

모든 환경과 조건들을 만들어 주시기 위해서

하늘에서 보내는 시간이 땅에서보다 많다고 하실 만큼

쉴 틈도 없이 일하셔야 했던 아빠의 노력과

또 이런저런 생각에 치여 세상에 화가 나고 사람들에게 지쳐 버릴 때마다

말없이 그 모든 걸 받아내 주셔야 했던 엄마의 기다림


그리고 부모님의 부모님

이때까지 쏟았던 노력의 첫 수확이라 생각한 시점에 도착했을 때

대학이란 벽에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던 게 죄송해서

할머니와 통화를 끊기 전, 할아버지를 바꿔달라 하고선

수화기 너머로 반갑게 인사해주시던 목소리에 결국 난

인사도 하기 전에 죄송하단 말이 먼저 튀어나와 버렸는데


너무 죄송해서, 죄송하단 말밖에 더는 드릴 말이 없었을 때

그때 할아버지는 그 어떤 다른 말도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로 대답을 해주신


브런치 글 이미지 2


그래서 적당히 하고,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살 수가 없다

내가 이 자리에 서게까지, 이곳에 오게까지

단 한 분도, 단 한 번도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위하고, 적당히 기도해주신 분들이 아니므로

나 또한 할 수 있는 데까진 최선을 다하고 싶다


잘난 딸이 되고 싶었던 것뿐인데

못난 딸이 되어서 죄송하고

못난 딸의 부족한 모습에도

최고의 딸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2013년 2월 2일

세상 반대편에, 또 하늘에 계신

모든 가족에게


+


희원아

보고 싶다

너보다 더 영리한 아가는 없는 것 같아

오늘따라 더욱 우리 희원이가 보고 싶구나

이제 어엿한 초등학교 상급생이겠지

영리하고 예쁘고 마음씨 착한 우리 희원이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구나


서울에서 할아버지가

2002년 12월 16일


브런치 글 이미지 3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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