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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Feb 22. 2017

이제 우리는, 정말 헤어지자

미안해, 나도 우리를 그곳에 그 시간 속에 고마웠다 하고 돌아서게 돼서



있잖아, 나 마음 가는 사람이 생겼어


“꼭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널 이해할 수 있어

다른 사람 곁에 서 있는 네 모습이

조금 어색하지만”


사실 조금 됐어, 그 사람이 궁금한지는

생각지도 못한 때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사람이라

처음부터 특별했던

그런 사람


“다 버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어

다른 사랑 찾아가 버린 네 얼굴이

그렇게 밉진 않아”


우리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이후로

참 오랜 시간 궁금했거든

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

언제쯤이면 아물까

소식을 아는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볼 때면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게 속상해서

언제쯤이면 잊혀질까

언제쯤이면 멀어질까 그랬었는데


“이제 우리 같은 시간 속을 남처럼

그렇게 걸으면 돼

달아나도 가지 못할 기억 안고”


긴 기다림 후, 우연히 너에게 누군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어려워지던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라

그래서 더 고마웠거든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더는 안된다는 거 잘 알아요”


그래도 결국에는 인연이 아니었던 걸까 하고 묵묵히 기다리던 중에

놓치면 후회할 거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놓치면 내가 후회할 거 같아서

그래서 다시 연락했거든

그동안 잘 지냈냐고



“많은 날들이 아무 의미 없진 않겠죠

멀어지는 바람처럼”


네가 떠난 후에도, 그 긴 시간 동안 너를 기다리면서도

한 번도 너에게 다시 연락한 적은 없었는데

너를 생각하는 시간이 줄지 않아도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늘어만 가도

그래도 한 번도 너에게는 다시 연락한 적이 없었는데

아니라 한 인연을 내 마음대로 돌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보내야 한다면, 참고 견뎌내다 서서히라도 보내고 싶었으니까


“우리 함께한 기억들을 꿈처럼

그렇게 안으면 돼

눈 감아도 잊지 못할 추억의 널 묻고”


이 사람은, 내가 후회할 거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보내면

내가 후회할 거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더는 안된다는 거 잘 알아요”


너와 헤어진 후로

이전의 당당했던 모습은 많이 옅어지고

용기 있던 모습도 점차 흐려졌지만

네가 돌려주고 간 나의 가치가 가루처럼 힘없이 사라진 것만 같아서

그래서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했지만


“사랑했던 날 모두 사라지진 않겠죠

우릴 스치는 안개처럼”


다시 잡았어

너에게 다가가던 그때보다

더 신중하고, 더 진심인 마음으로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요

이대로 묻어둘래요 나는요

거짓말처럼 또 하루가 살아지겠죠”


있지, 우리는

이제 정말 헤어지자

웃고 울던 날들

상처 주고 상처받았던 날들

기다리고 그리워하다

원망하고 무너지던 날들마저

이제는 다 보내주자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더는 안된다는 거 잘 알아요”


미안해

이제 내 안에 네가 더는 있지 않아서

잊지 못할 사람이었나보다 위로하고 달래던 하루하루가

이제는 희미해져서


“많은 날들이 아무 의미 없진 않겠죠

멀어지는 바람처럼”


너는 떠나보냈지만

이 사람은 보내고 싶지 않아서

곁에 두고 오래 보고 싶어서

그렇게 일상을 나누고 싶어서


“사랑했던 날 모두 사라지진 않겠죠

우릴 스치는 안개처럼”


너를 보냈지만

너를 보낸 것이 더는 상처가 되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라

너를 보냈기에

만날 수 있었다 생각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떨어지는

같은 시간 속의 너”


미안해

나도 우리를

그곳에, 그 시간 속에 둔 채

그때 참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돌아서게 돼서

이렇게 다 놓아주게 돼서


“같은 시간 속의 너”


이제 우리는

정말 헤어지자


그때 너를 만나 참 행복했던 것처럼

한때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





Reference. "같은 시간 속의 너," 나얼

작사. 나얼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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