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덴 블루 Sep 30. 2023

덴마크 속살

10일간의 덴마크 여행에서 의도치 않게 각기 다른 네 곳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숙박했다. 네 곳의 숙소를 선택한 이유는 예약하면서 장기 숙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주 숙소를 옮겨 다니려니 번거롭기는 했다. 하지만, 여러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직접 보며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코펜하겐에서 세 곳의 에어비앤비 숙소와 오르후스에서는 한 곳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숙박했다. 이 중 두 곳의 코펜하겐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은 덴마크인이 아닌 외국인이었다. 그 중 첫 번째 에어비앤비 집주인과 채팅은 쉽지 않았다. 덴마크에 와서 의사소통한 덴마크인들과 달리 영어가 서툴렀기 때문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집주인은 중년의 여성이었는데 덴마크 사람은 아니었다. 궁금해서 질문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시리아에서 왔어요.”

“어떻게 덴마크에 왔나요?”

“나는 난민이에요. 25년 전에 시리아를 떠나 영국과 노르웨이를 거쳐 몇 년 전부터 덴마크에 정착했어요.”

그녀가 시리아 난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대화를 이어갔다.


“스웨덴 말뫼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해요. 오늘 떠날 거예요. 주말에 코펜하겐 집으로 다시 와요.”

“그러면 이 집에는 아무도 없나요?”

“아뇨. 이라크에서 온 남자가 있어요. 그도 난민이고 이 집을 관리할 거예요. 도움이 필요하면 그 남자에게 말하세요. 버스 운전기사라서 퇴근을 밤늦게 해요.” 

그녀와의 대화에서 나의 궁금증은 풀렸다. 덴마크 사람이 영어가 서툰 게 아니라 그녀가 시리아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덴마크인이 아닌 외국인이 집주인이었던 코펜하겐 두 번째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했다. 집주인은 건장한 남자였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이란에서 왔어요.”

이란 사람은 페르시아 후예로서 국가에 대해 자부심이 상당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첫 대화로 이란의 과거 역사를 물었다. 그러자 예상과 달리 그는 약간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이란 정부를 싫어하며, 반정부 행위로 이란에서 쫓겨나 덴마크에 난민으로 왔어요.”

“아! 그렇군요.”

덴마크에서 난민을 많이 받았다고는 들었다. 실제 두 곳의 숙소에서 세 명씩이나 중동 지역 난민들을 만날 줄이야!


어느 날 코펜하겐 외곽지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버스를 여러 번 탔다. 그때 버스 운전기사에게 버스 목적지를 영어로 물어봤다. 그런데 버스 운전기사는 영어를 할 줄 몰랐다. 더구나 지금까지 덴마크인들이 보여준 친절과는 동떨어진 불친절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를 보니 덴마크인이 아닌 중동 사람이었다. 

“덴마크에서 영어를 못할 수도 있구나! 덴마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덴마크에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내가 만난 모든 덴마크 사람은 유창하게 영어를 잘했다. 무엇보다 덴마크인들은 정말 친절했다. 하지만 덴마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영어를 못할 수도 있고, 불친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리아인이 집주인이었던 에어비앤비에서 숙박했을 때 또 다른 경험을 했다. 그 집은 아파트의 1층이었다. 밤에 잠을 자려고 하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다. 쿵쾅하는 사람 발소리처럼 울리는 소음이었다. 행복한 덴마크에서는 층간 소음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에서 가끔 경험하는 층간 소음을 경험했다.

   

덴마크는 행복한 나라이기에 대한민국과는 사뭇 다른 뭔가 좋은 것이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신뢰가 높고 부패가 거의 없으며 한국과는 다른 사회 시스템은 있었다. 난민들을 받아들이며 난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외국인들이 버스 운전기사까지 하며 덴마크 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그들을 포용하며 살아가는 덴마크인들의 오픈 마인드가 실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실생활에서 층간 소음은 덴마크 집도 한국과 별다른 게 없다는 것을 알았다. 덴마크에서 층간 소음을 겪은 후 한국에서 층간 소음에 대처하는 자세가 조금은 더 유연해진 것 같다.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서도 층간 소음이 있는데 이 정도 층간 소음은 있을 수 있지!”

이전 16화 배우 마동석을 만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