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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덴 블루 Oct 08. 2023

데일리 루틴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한 날 저녁에 코펜하겐을 둘러보고 싶었다. 숙소를 나와 조금 걸어가니 자전거 타는 사람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다음 날 본격적인 코펜하겐 여행을 시작했다. 어디를 가나 자전거 타는 덴마크인들이 넘쳐났다. 여행객들이 많이 오가는 코펜하겐 중앙역에 가보니 빈틈없이 아주 빼곡하게 자전거가 셀 수 없이 주차되어 있었다.

“와, 진짜 자전거 많네!”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의 국회의사당에도 예외 없이 사람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주차된 많은 자전거를 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나라이기에 자전거의 용도도 가지각색인 듯했다. 코펜하겐 여행지에서 숙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가져온 우산을 썼다. 비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쌩쌩 타고 다녔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약간 힘든 기색도 읽을 수 있었다. 

“굳이 비 오는 날에 자전거를 타야 하나?”

이런 생각으로 걷고 있는데 어느 여성분이 앞에 바구니가 있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많이 걸어서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봤던 자전거 탄 여자가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자전거 앞 바구니에는 식료품이 실려있었다.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본 것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장 보러 갈 때 자동차를 끌고 가는데!”

  

자전거의 또 다른 용도도 볼 수 있었다. 엄마나 아빠가 자전거에 어린 자녀들을 태우고 다니는 모습도 많이 봤다. 어린 꼬마들을 태우는 자전거는 모양새가 달랐다. 자전거 앞에 별도로 수레가 붙어있었다. 마트 갈 때도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 타는 엄마를 봤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모습이 엄청 실용적이면서 이색적이었다.


덴마크에서 자전거 대리운전의 현장을 목격했다. 코펜하겐 쇼핑거리인 스트뢰에 거리의 입구에서 보았다.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자전거가 정지 신호를 받고 대기하고 있었다. 자전거 수레 안에는 어린아이 대신 한 남자가 타고 있었다.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마시고 있었다. 

“와, 자전거 대리운전이네!”

진짜 대리운전은 아니고 친구들끼리 술을 마신듯했다. 술은 마시지 않은 친구가 술 마신 친구를 집에 바래다주는 모습 같았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이었다.


한국에서도 자전거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덴마크와 다르다. 한국은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별도의 자전거도로를 만들거나 아예 별도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기도 한다.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자전거 탄 사람들이 차도에서 위험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덴마크에서는 자전거를 완전히 자동차와 동일시했다. 자전거도로는 인도가 아닌 자동차 도로 옆에 항상 같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자전거도로에서 안전하게 줄지어 다니는 자전거 행렬이 낯설었다. 코펜하겐의 자전거도로는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 덴마크인들이 자전거를 손쉽게 탈 수 있는 듯했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시민들답게 자전거 문화도 발달했다. 자동차가 차선을 변경하거나 방향을 전환할 때는 방향지시등을 켠다. 덴마크 시민들도 자전거를 탈 때 방향지시등을 사용했다. 방향지시등은 손을 이용했다. 우회전하면 오른손을 들고, 좌회전하면 왼손을 들어 뒤에 따라가는 자전거의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뒤에 따라가는 자전거가 없는데도 손을 드는 모습을 보니 몸에 체득하여 습관이 된 듯했다.


덴마크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탈 수 있는 자연적 환경도 다름대로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어디를 가나 덴마크가 평지라는 것이었다. 평지라서 터널을 지나갈 필요도 없을 테고 높은 언덕을 올라갈 일도 없었다. 버스를 타면 항상 평지로만 달렸던 기억이 난다. 높은 곳에 오를 일도 없으니 자전거 타는 게 편해서 자전거를 많이 탈 수 있는 요인은 아닐까?


덴마크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어떤 의미일까? 단순한 교통수단일까? 자동차 대신 이용하는 단순한 교통수단일 수 있다. 그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니 교통수단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본다. 

“데일리 루틴인 자전거 타는 게 그들에게 혹시 소확행은 아닐까?”

자전거 타는 그들의 얼굴에서 힘겹지만 약간의 기쁨을 숨기고 있는 듯한 모습도 보았다. 덴마크 여행 내내 이런 모습들을 계속 보니 나 또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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