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를 꿈꾸는 나
얼만 전에 우연히 알게 된 캐나다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 가족은 부부와 아이 3명이 2년 전부터 생활형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과 유치원 나이 정도로 캐나다 정부에 홈스쿨링을 시키겠다고 서류를 제출해 허가를 받고 같이 다니고 있다고 했다. 홈스쿨링 시간은 하루에 1~2시간 정도이고 숙제도 거의 없어서 여행을 하는데 부담이 없다고 했다.
용기가 필요하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서 아이들까지 데리고 노매드 삶을 사는 이유를 물어보니 그저 일반적이고 평범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교육은 너무 뻔하고 대부분의 교육이 시험을 위해서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 그런 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 아이들이 직접 세계를 다니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그런 공부를 시키고 싶어서 노매드 여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대입을 앞두고 공부하라고 푸시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부럽기도 하면서 아이들이 어려서 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저렇게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가족 전체의 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나도 한 때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1년쯤은 학교를 쉬게 하고 다 같이 세계여행을 갔으면 하는 꿈을 꿨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막상 살다 보니 생각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 가족에게 궁금하게 많아서 물어봤다. 비자나 주거비,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해결을 하고 다음 여행지를 선택하는 우선순위가 있는지, 다녀본 나라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정착하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지 등을.
우선 비자는 캐나다인이라서 3개월까지는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니 3개월 미만으로 거주를 하고 더 거주하고 싶으면 비자를 신청해 보거나 다른 나라를 다녀오면서 다시 3개월 비자를 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주거비는 호텔을 가는 게 아니고 물가가 싼 나라 위주로 여행을 하면서 장기로 거주할 곳을 찾으니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안 든다고 했다. 그리고 가끔 무료로 거주할 수 있는 곳들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언어는 자신의 아이들이 10개 국어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 나라에서 오래 머무는 게 아니라서 언어 능력을 높은 수준까지는 올릴 수 없지만 아이들이 다른 언어에 관심이 많아져서 옆집의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에게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운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는 그때그때에 따라서 정하는데 보통은 기후에 따라서 선택을 한다고 했다. 현재는 루마니아에 머무르고 있는데 캐나다보다 추워서 다음 달에 그리스로 갈 거라고 했다. 그리스에 가서 더위가 지겨워지면 다시 추위를 찾아서 추운 나라를 선택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그래도 추운 것보다는 어느 정도 기후가 따뜻한 게 좀 더 좋다고 했다. 그래서 물가나 문화 부분에서 매력적인 튀르키예를 마지막 종착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요즘 전쟁이나 내란 등으로 치안이 안전하지 않은 나라도 있고 그중 하나로 튀르키예를 얘기하기도 하는데 괜찮겠냐고. 그랬더니 미디어나 정부에서 발표하는 내용들을 본인은 다 믿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도 튀르키예에 가기 전에는 조금 걱정을 했었지만 그곳에서 지내면서 왜 캐나다 정부에서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그리고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면서 세계 곳곳에 친구들이 많이 생겼고 그 친구들에게 실제 정보를 물어보고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늘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늘 비슷한 얘기를 주고받고 하다가 좀 색다른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원래 가려운 발바닥을 가진 내가 꿈꾸는 그 여행을, 세계를 떠돌면서 생활형 여행을 하고 있는 이 가족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리고 간접적으로나마 정보를 주워듣고 싶어서라도 계속 연락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서 다시 꿈을 꿔 본다. 가려운 발바닥에 날개를 다는 꿈을.
사진 출처: https://ko.ac-illu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