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요가 동작들을 따라하다보니 자연스레 그 움직임의 배후에 있는 사상과 철학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이런 동작이 비롯되었을까, 왜 이런 독특한 시퀀스의 움직임을 하는 걸까, 요가를 수련하던 수행자들은 요가를 통해 어디로 나아가고자 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도 심오하게도 대답할 수 있겠지만 가장 단순한 질문에서 오늘은 그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어원에서부터 접근해보자. 요가란 '통합하다', '붙이다', '연결하다'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yuj 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무엇과의 통합인가 하면, 진정한 자아, 궁극적인 나, 신성한 본질, 영혼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요가를
수행하며 진정한 나의 신성한 본질에 다가간다. 요가란 그 과정이기도 하고 도달한 상태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궁극적인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원에서 출발해 보다 구체적으로 요가가 무엇이며 무엇을 지향하는지 찾아보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설이 나온다. 어떤 서적에 의하면 이러쿵, 저 산스크리트 문헌에 의하면 저러쿵, 이 학자에 의하면 어쩌구…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주장은 파탄잘리가 정리한 요가 금언집 <요가 수트라>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요가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손꼽히는 이 책은 요가의 철학적 배경을 묻는 사람들에게 주된 참고점이 되곤 한다. 이 책의 1장 2절은 요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yogaḥ cittavṛtti nirodhaḥ '
요가란 의식에서 일어나는 동요를 진정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vrtti란 움직임, 동요, 오르내림, 마음의 상태, 마음의 기능, 작동을 뜻한다. 누구의 의식이든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 눈을 뜨고부터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한다. 몽롱한 수면의 상태에서 잡념의 상태로 얼마나 빨리 옮겨가는지만 돌이켜봐도 그렇다. 무언가를 보거나 누군가 한 마디를 하면 곧바로 의식은 그 사물과 생각으로 옮겨붙어서 거기에서부터 출발해 사고와 감정은 다시 분주히 작동한다. 요가란 이러한 의식에서의 쉼없는 지저귐을 통제하고 중단시키고 소멸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 두 절은 이어서 말한다.
tadā draṣṭuḥ svarūpe avasthānam
'그러면, 관조자는 그 자신의 진정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vṛtti sārūpyam itaratra
'그렇지 못할 때, 관조자는 변화하는 마음 상태에 동화된다.'
의식의 작용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우리는 동요하는 의식에 동화된다. 오고가는 온갖 상념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파탄잘리는 그러한 상념들은 의식의 움직임일뿐, 진정한 ‘나’는 이 동요를 가라앉힐 때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상태에 머무는 것, 이는 ‘자신의 진정한 빛 속에서 쉬는 것’으로도 번역된다. 이 생각, 저 생각, 이 감정과 저 감정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고요히 쉬는 상태, 이 흔들림을 관조한 뒤 자신으로 돌아가는 상태와 그 과정이 요가이다.
그리고 파탄잘리는 요가에 도달하기 위한 여덟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흔히 요가라고 알고 있는 신체적인 움직임(아사나)은 그 중 하나에 해당할 뿐이라는 점이다. 요가를 통한 깨달음과 해방에 도달하기 위한 나머지 일곱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들은 사회적인 몸, 육체적인 몸, 정신적인 몸을 다루는 것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항목은 사회적인 몸과 관련된다. 여기에는 이 세계와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켜야하는 규칙을 이야기하는 야마(yama), 내적인 의무를 이야기하는 니야마(niyama) 가 있다.
두번째 항목은 신체적인 몸과 관련된다. 이에는 요가 수행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인 움직임, 아사나(asana) 뿐만 아니라 호흡법과 관련된 프라나야마(pranayama)도 있다.
마지막 항목은 심리적인 몸과 관련되며 명상적 상태로의 임함에 대한 것이다. 감각을 거두는 프라치아하라 (pratyahara), 정신을 집중하는 다라나(dharana), 명상적으로 몰입하는 디야나(dhyana) 가 있다. 이를 통해 마지막 요소인 사마하디(samadhi), 즉 깨달음, 경탄, 계몽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마음의 방해 없이 세상을 있는대로 동등하게 볼 수 있는 상태이다.
결국 요가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수행을 통해 매순간 의식의 시끄러운 지저귐에서 벗어나서 관조하는 의식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행이다. 움직임은 그 수행의 방법 중 하나이며, 호흡법과 같은 신체적 수행 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개인의 윤리적 행동 같은 사회적인 실천도 그 과정에 포함되며 명상도 요가의 큰 축을 차지한다.
요가의 사상적 측면을 알게 된 후로는 수련에 이를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요가의 마음을 연습하는 것. 어떻게? 하루의 내용 못지 않게 그 형식, 즉 그 날을 살아내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집중함으로써 말이다.
오늘 나는 어떤 형식의 삶을 살았는가? 오늘 몸과 마음의 속도와 리듬은 어떠했는가? 외부의 자극과 내면의 동요에 어떻게 반응했는가? 오늘 나에게로 무엇이 들어왔고 무엇이 나왔는가? 나의 몸은 어떠한가? 호흡은 어떠한가? 이런 질문들을 염두해두며 생활하기.
실천이 무르익으면 언젠가 더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