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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약발, 주기적인 재처방 필요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다시 가보려 한다

by 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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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졸업장을 딴지도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졸업 직후 느꼈던 그 뿌듯함과 든든함의 “약발”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 같은 요즘이다.

그때 함께 뿌듯함을 함께 공유했던 동기의 권유로, 나는 그 당시 무슨 연유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석사 자격증


나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자격증 콜렉터”라고 생각할 만큼 많은 자격증을 모아 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으면서도, 나서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사람들이 알아서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던 것 같다.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렵게 자격증을 따고도,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니었다는 듯 이야기하며 그들이 내던지는 한 두 번의 감탄사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그 한계는 분명했다.

연차가 들어 경력이 쌓일수록 자격증이 곧 능력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업무 특성상 같은 팀 동료들의 가방끈은 대체로 긴 편이고, 때때로 C레벨의 경영진이나 파트너와도 대화를 많이 해야 했기에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나의 학사 학위가 최종학력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내가 찾은 해답은 자격증 관점에서 바라본 대학원 과정이었다. “석사 자격증”


대학원


수업 첫날, 오랜만에 강의실에 앉아 있는 내 모습 자체가 뿌듯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에 감동하기보다는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것 자체에 뿌듯함을 느끼는 거랄까..)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들 좋은 회사에서 온 뛰어난 인재들임과 동시에 훌륭하고 멋진 친구들이 많았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고 하루하루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가 공부에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띠동갑을 넘는 어린 동기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지식과 시야를 열어주는 선생님이 된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본인의 경험에서 나오는 신념을 이야기하며, 때로는 상대방의 접근 방법도 존중한다. 공부가 어느 순간 게임처럼 느껴져, 함께 각각의 퀘스트를 깨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추천(Recommend)


한 학기, 두 학기가 지나며 이 좋은 경험을 나 혼자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뿐인 수업이었지만, 대학원에서 배운 내용과 동기들과 함께 했었던 경험들이 집에 돌아와 나누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내에게도 대학원 진학을 추천하게 되었는데, 마침 아내 회사의 지주회사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대학원 진학 희망자를 선발하고 있다며 아내는 시도해 보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름 FM으로 운영되는 카이스트 IMMS(Information Mangement in Master of Science) 과정을 한두 학기를 경험해 본 나에게 있어서, 사실상 회사에서 진행하는 과정은 그렇게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이 과정을 경험해보지 못하였다면 고민도 없이 그냥 도전해 보라고 했겠지만, 내가 느낀 대학원의 가장 큰 가치는 서로 다른 산업, 경험,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부였기 때문이다.

왠지 아내 회사에서 선발한다는 대학원 과정은 회사 연수원의 심화과정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스스로도 놀란 것은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비록 “석사 자격증”을 노림수로 목표했던 대학원 과정이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대학원은 “경험을 추천하고 싶은 과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졸업 후


대학원 입학 전 약 17년여 동안 보험, 카드, 은행 등 안정적인 금융회사를 거쳐오면서도, 더 안정적인 길을 찾기 위한 K 중년 아저씨의 마음으로 시작했던 대학원 과정이었다. 그런데 마침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분야인 IT기업에서의 이직 기회가 찾아왔고, 대학원 생활동안 배우고 느낀 경험 덕분에 새로운 산업에서의 호기심과, 그리고 안전지대(?)를 벗어나도 된다는 용기도 생겼다.

이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9할 이상은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만, 최소한 나머지 1할은 대학원 경험으로 다져진 용기 덕분에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IT 섹터로 회사를 옮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이직을 해왔지만, 지금의 회사가 나의 커리어 중 가장 오래 몸담은 직장이 될 듯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좋았던 시절의 대학원 졸업 “약발”이 떨어졌는지, 사실 요즘 약간 무기력하다. 다시 한번 지적인 돌파구가 필요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때의 새로운 배움의 열기,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그리운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의 허락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데.. 정말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새로운 “약발”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가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다시, 학교로 간 직장인들』 릴레이 에세이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7 IMMS 6기

전 은행 내부감사 IT담당 김팀장

현 IT회사 내부감사 IT담당 김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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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