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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쉬움

by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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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굴전을

해 놓고 외출하셨다.


나는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굴전을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한다.


역시나 맛없게 생긴

비주얼이다.


사실 우리 가족은

모두 굴을 좋아하는데,

나는 이제껏 살면서

굴을 먹어 본 적이 없다.


물컹물컹 징그럽게 생긴 모양새며,

부담스럽게 허여멀건 속살이

내 안에서 왠지 모를 거부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집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평소에 노릇노릇한 전을 좋아했기에

나는 굴과 전을 분리하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참을 굴전과 씨름하던 중,

문득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나는 평생 굴이란 것을

먹지 못하게 되는 거야?

굴이 어떤 맛을 가졌는지

평생 경험해 보지도 못하고

바보처럼 살다가 죽는 거야?’


‘아니, 이게 뭐라고 겁을 내는 거야?

일단 먹어 본 후에 맛이 없으면,

뱉어 내고 다시는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니야?’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가슴속에서 괜한 오기가

끓어올랐다.


그 순간 나는 젓가락으로 굴을 집어

입안에 과감히 쑤셔 넣었다.



……

맙소사! 굴의 맛은 내가 예상했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조금도 비리지 않았고,

혀에 닿는 촉감이 괴상하지도 않았다.


생전 처음 먹어 본 굴의 맛은

매우 담백하고 고소했으며,

바다의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맛있었다.


이다지도 맛있는 굴을

나는 왜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


단지 맛이 없을까 봐,

먹었다 낭패를 볼까 봐

하는 괜한 걱정에 둘러싸여

소심하게 피해 왔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다가

이런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저 내가 만들어 낸 생각만으로

어떤 대상을 꺼리기도 하고,

내가 피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에는

너무도 쉽게 등을 돌려 버리고 만다.


직접 부딪혀 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로 좋을 수도 있는데…


다만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높다란 마음의 벽을 쌓고,

그렇게 평생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로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 그냥 하지 말걸…’


무언가에 도전했다가

실패 뒤에 남는 아쉬움.


‘아… 한번 해 보기라도 할걸…’


그 어떤 도전도 하지 못한

후회와 미련의 아쉬움.



적어도 아직 젊은 우리에게는

‘후회와 미련의 아쉬움’보다

‘실패 뒤에 남는 아쉬움’이

조금 더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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