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달콤한 거짓말처럼
눈이 내려왔다.
한 송이 한 송이
내려오던 눈은
이내 함박눈이 되어
세상을 하얗게
수놓기 시작했다.
너의 검은 머리 위에
흰 눈이 내려앉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눈에 어린다.
그리고 눈을 피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내 손을 꼬옥 잡고
너는 마냥 걷기만 했다.
아무런 말도 눈빛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마주 잡은 손에서
서로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시끌시끌한 도심 속
밤늦은 주말이었지만,
그 흔한 자동차 엔진 소리도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걷고 또 걷기를
반복할 때쯤 어느새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하얀 하늘 아래에는
오직 우리 둘뿐이었다.
손잡고 걷는
하얀 눈 내리던
그 길.
꿈결보다 더 아름답고,
동화 속보다 더 환상적이었던
그 길.
영원히 잊지 못할 그 길을
너와 나는 함께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