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 내리던 날

by 어린 왕자
눈내리던날_브런치_베스트.png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달콤한 거짓말처럼

눈이 내려왔다.


한 송이 한 송이

내려오던 눈은

이내 함박눈이 되어

세상을 하얗게

수놓기 시작했다.



너의 검은 머리 위에

흰 눈이 내려앉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눈에 어린다.


그리고 눈을 피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내 손을 꼬옥 잡고

너는 마냥 걷기만 했다.



아무런 말도 눈빛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마주 잡은 손에서

서로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시끌시끌한 도심 속

밤늦은 주말이었지만,

그 흔한 자동차 엔진 소리도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걷고 또 걷기를

반복할 때쯤 어느새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하얀 하늘 아래에는

오직 우리 둘뿐이었다.




손잡고 걷는

하얀 눈 내리던

그 길.


꿈결보다 더 아름답고,

동화 속보다 더 환상적이었던

그 길.


영원히 잊지 못할 그 길을

너와 나는 함께 걷고 있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3화좋지 않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