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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윤동주

by 어린 왕자
윤동주_브런치_베스트.png

하늘 :

하늘 높이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자면

오늘이 바로 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하고,

독립 선언서를 발표했던 삼일절이라는 사실이

쉬이 마음에 와닿는다.


일제 강점기 문단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이른바 민족 시인이

대거 등장했다.


결연하면서도 강인한 남성적 어조로

식민 통치의 부정함과 잔혹함에 저항했던

여타 다른 민족 시인들에 비해

항상 섬세한 표현과 여리디여린 어조로

독립에 대한 소망을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



바람 :

바람에 흔들리는 작고 연약한 잎새처럼

윤동주 시인은 늘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


그 부끄러움이란

자신을 다른 민족 시인들과 비교하며

나는 왜 저리 강하게 저항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마음으로 부끄러워한 것은 아닐 테다.


그는 옥에서 거리에서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쓰러져 가는 독립운동가들의 처지와

좁은 방구석에서 쉽게 글을 써 내려가는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며 괴로워했고

부끄러워했다.



별 :

별처럼, 그의 바람대로

저 깜깜한 밤하늘을 비추는 별처럼

국가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직접 불태우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윤동주 시인의 평가를

박하게 내릴 수는 없다.


그는 독립투사들처럼 총칼을 들고

정면으로 일제에 대항할 기회가 없었을 뿐,

어려운 현실과 시대 속에서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후세에 남겨 주었다.



시 :

시를 쓴다는 것은,

또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 쉬운 일일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내 생각과

글자를 끄적거리는 것만으로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고

참회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굉장히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자신이 가장 감추고 싶은 치부를

여실히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윤동주 :

윤동주 시인은 그의 짧은 생애에 남긴

이 시들을 쓸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나라를 잃은 설움, 고통받는 민족의 현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서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눈으로 보면서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무력감,

또한, 그것을 담금질해야만 하는 부끄러움,

그리고 어둠의 모루 위에서 끝없이 두들겨야 했던

고뇌와 성찰.


아마 총칼을 들고 피가 튀기는

물리적인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쓰리고 아렸을 테다.




삼일절 106주기를 맞이한 오늘,

나는 마치 윤동주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쉽게 써 내려가는 짧은 글 속에서

욕된 나 자신을 꾸짖고 되돌아본다.


그리고 어두운 밤이 되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헤아릴 것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


그의 말마따나

인생은 이리도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씌어진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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