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다이어리 데이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
3월 14일: 화이트 데이
4월 14일: 블랙 데이
5월 14일: 로즈 데이
6월 14일: 키스 데이
7월 14일: 실버 데이
8월 14일: 그린 데이
9월 14일: 포토 데이
10월 14일: 와인 데이
11월 14일: 무비 데이
12월 14일: 허그 데이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
다이어리에 적어 놓았던
14일 데이 목록.
14일 데이란
매월 14일을 기념일로 정해
해당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기념일을
모두 챙길 수 있을 만큼,
아기자기한 성격과는 거리가 먼
나였을 텐데…
어째서 내 다이어리에
이 같은 것을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적어 놓았을까.
나는 단지 기념일이
필요했던 것 같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휴일 없이 일 년 내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내 모든 날들이
너무 숨 막혔기에,
그래서 특별한 기념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곤 했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면서
매일매일이 똑같았던,
팍팍했던 그 시절.
내가 어른이 되면
무작정 행복해질 줄만 알았던,
철없었던 그 시절.
세월이 흘러
진짜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어떨까.
이제는 작은 기념일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타인을 위해
자그마한 사치조차 부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나를 다시 한번 숨 막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