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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by 어린 왕자
너에게가는길_브런치_리뉴얼.png

하나둘, 모두가 사라진

대공원 길가에 꽉 다문 꽃봉오리가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음을 말해 주어요.


폐장 시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메아리가 되어 내 등을 떠밀고

이미 늦은 발걸음을 재촉하네요.



한 발짝 두 발짝,

너에게 가는 길.


벚꽃이라도 활짝 피었다면

더욱 근사했을 텐데…




하나둘, 무채색으로 바랜

하늘 저편에서 불어오는 꽃샘바람이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음을 말해 주어요.


짝을 지어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가

저 높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고

망설이는 마음을 부드럽게 안아 주네요.



한 발짝 두 발짝,

너에게 가는 길.


벚꽃이라도 활짝 피었다면

더욱 근사했을 텐데…




하나둘, 적막이 둘러싼

동물원 안에 텅 비어 있는 사육장이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음을 말해 주어요.


넘실거리는 호수의 물결이

메마른 주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낯설고 서투른 우리 두 사람을

만남의 장으로 데려가 주네요.



한 발짝 두 발짝,

너에게 가는 길.


벚꽃이라도 활짝 피었다면

더욱 근사했을 텐데…




하나둘, 봄꽃이 피고 질

저 언덕길 너머 작은 소녀의 실루엣이

이미 봄이 다가왔음을 말해 주어요.


은 십자가 귀걸이, 회색 미니 원피스,

하얀색 반스타킹, 에나멜 메리 제인 슈즈,

너무 매혹적인 그녀의 모습은

내 시선을 잠시 멎게 만들어 주네요.



한 발짝 두 발짝,

나에게 오는 길.


그녀가 딛는 걸음마다

분홍빛 벚꽃이 요동쳐요.




이것은 지난날의 추억도

먼 훗날의 상상도 아니에요.


우리가 처음 마주하게 되는

오늘의 꿈결 같은 이야기예요.



한 발짝 두 발짝,

너에게 가는 길.


지금 이곳에 마법을 걸어 주세요.

시간을 멈추는 마법 말이에요.


한 발짝 두 발짝,

나에게 오는 길.


지금 이곳에 마법을 걸어 주세요.

시간을 멈추는 마법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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