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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벚꽃잎

by 어린 왕자
작별의벚꽃잎_브런치_리뉴얼.png

당신은 가녀린 손으로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기 위해 애쓰네요.


단 하나의 꽃잎조차

손끝에 닿을 수 없더라도

아름다운 연분홍빛 꽃비는

우리 곁에 쉬이 머물 거예요.



내 사랑은 저 벚꽃잎.

필 때도, 또 질 때도

근사합니다.


내 추억은 저 벚꽃잎.

천천히, 또 빠르게

흩어집니다.




당신은 조그만 두 귀로

떨어지는 벚꽃잎을

듣기 위해 애쓰네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매정한 헤어짐일지라도

따사로운 연분홍빛 멜로디는

봄의 절정을 노래할 거예요.



내 사랑은 저 벚꽃잎.

필 때도, 또 질 때도

근사합니다.


내 추억은 저 벚꽃잎.

천천히, 또 빠르게

흩어집니다.




당신은 깊은 눈동자로

떨어지는 벚꽃잎을

담기 위해 애쓰네요.


해마다 반복되는

사월의 여느 날일지라도

남겨지는 연분홍빛 페이지는

오늘을 영원히 아로새길 거예요.



내 사랑은 저 벚꽃잎.

필 때도, 또 질 때도

근사합니다.


내 추억은 저 벚꽃잎.

천천히, 또 빠르게

흩어집니다.




당신은 여린 마음으로

떨어지는 벚꽃잎을

달래기 위해 애쓰네요.


기나긴 시간 동안

피어 있을 수 없더라도

연분홍빛이 지고 만 가지에는

싱그러운 신록이 무성할 거예요.



내 사랑은 저 벚꽃잎.

필 때도, 또 질 때도

근사합니다.


내 추억은 저 벚꽃잎.

천천히, 또 빠르게

흩어집니다.




당신과 나의 인연은

떨어지는 벚꽃잎처럼

우아하게 춤을 추네요.


끝없는 연분홍빛의 해후.


머지않아 사라져 갈 순간이더라도

어지럽히는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돌고 도는 계절에 잊히지 않도록

작별의 벚꽃잎을 품에 안아 줄 거예요.



우리의 사랑은 저 벚꽃잎.

필 때도, 또 질 때도

근사합니다.


우리의 추억은 저 벚꽃잎.

천천히, 또 빠르게

흩어집니다.


우리의 봄날은 저 벚꽃잎.

아련히, 또 화려하게

피고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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