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친구들이
집 앞에 찾아와 놀자고 외치면
밥 먹는 숟가락도 던져 버리고
무작정 뛰쳐나갔던 나.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머리가 커 버렸는지
지금은 어른이 다 되어 있다.
“왜?”
“무슨 일인데?”
“누구랑 있어?”
“만나면 뭐 하게?”
이제는 내가 나가야 하는 이유를 찾고,
머릿속으로 꼼꼼히 계산을 하고,
나가야 할 자리와 나가지 않아도 될 자리를
골라 가며 살아가는 나.
하루는 오래간만에
연락이 끊겼던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대뜸 있는 곳을 물으며
찾아간다고 했지만,
막상 집 앞을 나서 보니
또 이것저것 따지게 된다.
‘꼭 지금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친구들이랑
함께 있다는데…’
‘이 시간에 나가면
지하철이 끊길 텐데…’
‘아, 내일 할 일도 많은데…’
뒷일 생각 안 하고
일단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어린아이의 철부지 같은 태도가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앞뒤 다 재 가면서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꼭 찾고 마는
어른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도
때로는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사람이 움직이는 데에
일일이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앞에 제시한
저런 조건들 따위가 아닌
상대방이 지금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느냐 안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닐까.
우리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가며
본질적인 것보다 부수적인 것에
더 매달리고 집착하게 된다.
어쩌면 본연의 순수함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면
어린아이같이 철없던 내 모습이
한없이 그리워지고는 한다.
그때의 나에게 세상이란
지금처럼 복잡한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