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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by 어린 왕자
동심_브런치_리뉴얼.png

어렸을 때 친구들이

집 앞에 찾아와 놀자고 외치면

밥 먹는 숟가락도 던져 버리고

무작정 뛰쳐나갔던 나.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머리가 커 버렸는지

지금은 어른이 다 되어 있다.


“왜?”


“무슨 일인데?”


“누구랑 있어?”


“만나면 뭐 하게?”


이제는 내가 나가야 하는 이유를 찾고,

머릿속으로 꼼꼼히 계산을 하고,

나가야 할 자리와 나가지 않아도 될 자리를

골라 가며 살아가는 나.




하루는 오래간만에

연락이 끊겼던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대뜸 있는 곳을 물으며

찾아간다고 했지만,

막상 집 앞을 나서 보니

또 이것저것 따지게 된다.


‘꼭 지금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친구들이랑

함께 있다는데…’


‘이 시간에 나가면

지하철이 끊길 텐데…’


‘아, 내일 할 일도 많은데…’



뒷일 생각 안 하고

일단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어린아이의 철부지 같은 태도가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앞뒤 다 재 가면서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꼭 찾고 마는

어른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도

때로는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사람이 움직이는 데에

일일이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앞에 제시한

저런 조건들 따위가 아닌

상대방이 지금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느냐 안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닐까.



우리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가며

본질적인 것보다 부수적인 것에

더 매달리고 집착하게 된다.


어쩌면 본연의 순수함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면

어린아이같이 철없던 내 모습이

한없이 그리워지고는 한다.


그때의 나에게 세상이란

지금처럼 복잡한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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