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01. 요가를 생각하는 새해
새해를 맞이한 오늘, 머릿속에 가득한 요가 생각.
매일 저녁 언더독요가에 가서 같은 수련을 반복하고 요가원에 못 가는 날엔 집에서 혼자 수련도 한다.
신체기능은 맘 같지 않아 어려움이 많지만 매일의 수련이 항상 기다려지고 매트 위에 서는 것은 하루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 새해 겨울을 맞이하면서 요가에 다소 집중하는 시간을 기대한다. 내 몸을 살피고 움직임을 정돈하고 깊이 있는 몰입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체력이 버텨줘서일지도 모르지만 매일의 90분이 짧게 느껴지면서 더 긴 시간을 수련하고 싶다. 이건 어디선가 내 정신세계의 일부분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압박감에 기인한 보상심리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에선 발전에 대한 갈망도 조용히 고개를 든다.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상태를 발전의 상태로 옮겨놓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언더독요가 원장님의 수련 종료 후 마무리 멘트로 하시는 말을 빌려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서두르지 말고 쉼 없이 전진해 나가시길.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쫓느라 성급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좋아서 하는 것에 성과를 바라지 말자.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가는 것이다. 내가 요가를 하며 살아갈 수 있는 형편인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내 몸을 챙기고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고, 나를 돌볼만큼의 체력과 의지도 지녔고, 어떤 장소에 가서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수련할 수 있는 금전적 상태도 허락되는 것이 아닌가. 어린 시절 그 어느 시점에 벼랑 끝에 몰려있던 그때를 생각하면 이런 나날들은 더 없는 행복이다. 그 맥락 속에 요가가 함께 있다.
매트 위에서 나를 바라보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호흡을 하는지.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허상과 욕심은 떨쳐버리고 어떤 시간도 헛되지 않음을 알고 그 시간 동안 차분하게 나를 마주하고자 한다.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것이 완전할 수 없지만 온전히 행할 수는 있다. 온전히 행하는 것은 완성되지 않아도 완성할 수 있다. 그 자체가 완성이기 때문이다.
요가를 통해 관계를 맺는다. 나와의 관계, 나와 세상의 관계, 나와 자연, 만물 우주와의 관계를 맺어가고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과 관계를 잘 맺고 서로를 존중해 주길.
어떤 것을 결심하기에 새해만큼 좋은 구실이 또 있으랴.
2023. 01. 02. (월) 홈요가
홈요가.
1.
오빠의 야근으로 언더독 요가원 수업에 가지 못하게 되어 집에서 매트를 펼쳤다.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수리야나마스카라로 시작해본다.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 옆에서 계속 뛰어노는 유준, TV소리, 내 마음의 소리, 잘 이어지지 않는 빈야사.
모든 게 엉망이지만 이런 엉망인 상태를 극복해나가는 마음이 필요하다. 난 항상 올바르고 정돈된 것만 좋아하니까 엉망일 때도 괜찮은 연습도 필요하지 않을까. 주어진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때마침 거실에 깔려있던 유아매트 세장 중 한 장을 걷어내서 버렸고 그 자리는 나의 요가 공간이 되었다. 기분 좋은 상황이지.
2.
부자연스러운 셀프 수련. 불평을 늘어놓게 된다. 일단은 새로 산 매트가 자꾸 밀린다. 길들여지려면 몇 번을 더 수련해야 할까. 몸이 잘 데워지지 않아서 발가락 끝 같은 말초가 아프다. 집에서도 웜엄셔츠를 입어야 하는 것인가.
현관 중문이 거울 역할을 하면서 내 몸을 비추고 있다. 가끔은 거울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골반이 수평을 이루는지 확인할 때나 내 등이나 어깨가 다 펴진 건지 확인하고 싶을 때. 그렇지만 거울이 주는 그 도움을 얼른 뿌리치는 게 좋겠다.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으니까. 중심이 어디에 있고 좌우가 균형을 이루고자 선열을 맞추고 있는지 내가 스스로 느껴야 한다.
3.
힘들다고 느끼는 동작이 있다.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힘든 움직임에서보다는 오히려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가 훨씬 더 와닿는다. 한쪽 다리로 버티는 동작들에서도 힘듦을 경험한다. 힘든 동작을 만났을 때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나의 요가생활은 물론 인생살이 전체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회피하는지, 속이는지, 억지로 버티는지, 아예 포기하는지 그밖에 다양한 반응들이 있겠지만 나는 일단 계속 시도를 해보는 사람이다. 계속 시도하는 반응은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라 그게 나의 성향과 닿아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중간에 틀어지거나 무너지면 다시 시도. 선생님이 짚어준 핸즈온이나 멘트가 있으면 그 부분을 기억해서 적용하면서 또 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어하는 동작 직전에는 걱정과 의심이 먼저 찾아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언젠가 점점 나아진 내 모습을 발견하리라 믿고 있다.
"하면 된다."라는 말이 어떨 땐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플라타너스 낙엽처럼 흔하고 별거 아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2023. 01. 03. (화) 언더드릴
언더드릴. 파랑색.
1.
원장님의 말처럼 파랑색 수업에는 초보자분들의 언더드릴 수업 참여가 이전보다 늘었다. 언더드릴 수업에 꾸준히 출석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빨간색 수업이 더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파란색 수업을 듣다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무슨 색깔인지가 뭐가 중요한가.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동작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초보자분들에게 안내하는 큐들은 그 모든 게 나에게도 필요한 내용이었다.
원장님의 결단은 그런 의미에서 멋진 부분이 있다.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 동작이 어렵고 낯선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고 그분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언더독요가 라는 곳에서 요가를 좋아하게 되고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물론 그분들이 한동안은 꾸준히 수련을 나와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나는 마치 내가 이 요가원의 경영자가 된 마음으로 이 요가원을 대하고 있어서 가끔 웃기다.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요가원인데 그렇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 이건 어디서 오는 마음일까 생각해 보니 코로나로 없어진 나의 첫 번째 요가원과 동시에 같이 이별해버린 선생님들의 얼굴이 이따금씩 떠오르면서 약간의 상실감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2.
얼마간의 호흡명상과 이완을 시작으로 빈야사를 들어간다. 그리고 그다음엔 토대를 위해 힘 기르기 동작들도 연습하곤 한다. 말 그대로 드릴이다.
나는 자주 시범을 보이게 되었다. 힘을 쓰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지점은 어디서부터 인지,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지 등을 설명하실 때 나는 종종 설명의 도구가 된다. 잘 따라올 것이라 믿고 부르는 것이니 부담스럽다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
3.
만약 요가의 여정에서 고통받는다면.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요가에서는 행복을 택하겠다고 다짐한다.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태도'를 향해서 걸어가는 힘.
시를 쓰듯이. 응축된 에너지와 간결한 태도. 긍정적인 마무리와 함께 하기를.
2023. 01. 09. (월) 빈야사, 언더드릴
오늘부터 약 두 달간은 특별한 일정이 있지 않다면 낮 시간, 저녁시간 이렇게 하루에 두 번씩 언더독요가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겨울에 가장 행복한 지점이다.
1.
12시 빈야사 수업.
처음으로 점심시간대 수업에 처음 뵙는 선생님의 수업에 참여해 봤다. 너무 일찍 도착했는지 문이 잠겨있어 당황하던 차에 선생님이 오셨는데 선생님도 오늘이 언더독 요가원의 첫 출근이셨다. 점심시간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이 근처에 직장을 둔 사람들인 것 같다. 업무 중간에 점심시간을 할애하여 수련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성심성의껏 몸을 데워나갔다.
선생님과 회원들 모두 서로가 초면인 상태라 선생님이 사람들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 하는데 컴업을 시도해 보라고 권하셨다. 후굴에서 갈 길을 잃은 나의 몸으로 다가와서 골반을 잡아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아직 컴업을 하기엔 몸이 준비가 안된 상태인 것 같은데 선생님의 손길에 용기를 내어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손끝으로 땅을 힘껏 밀어 겨우 몸을 들어 올렸다.
떳떳하지 못한 이상한 기분은 왜 드는지 몰라도 선생님이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머쓱하게 웃었다.
선생님이 잡고 올려주신 것 같은데.. 내가 올라온 거 아닌 것 같은데..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축하한다는데도 말이 많은 자.
2.
저녁 수업 언더드릴.
8시로 시간대가 옮겨지고 난 뒤로 시간 맞추기가 매우 촉박하다. 일단은 아이 아빠가 퇴근을 해서 집에 도착을 해야 내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그가 언제 도착하는지 매번 체크하면서 수업에 참여할 수는 있는지, 가더라도 지각 않고 갈 수가 있는지 계산하느라 속이 시끄럽다.
한 다리로 섰을 때 써야 하는 근육과 균형 잡는 법을 연습했다. 꼬리뼈와 복부 안쪽으로 말고 골반 수평 맞추고 엉덩이가 얼얼할 때까지 버티는 것도 해봤다. 중요한 기본들을 놓치지 않고 다져나갈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한 다리로 서는 것은 쉽지만 골반의 수평을 맞춰서 서는 것은 내 기준에선 난이도가 몇 배로 차이 난다. 그럴싸하게 모양을 만들어 실루엣이 괜찮게 나타나는 것은 웬만큼 몸을 잘 쓰는 사람들은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정렬을 맞추는 것은 본인의 감각에 솔직하게 반응하면서 어려움을 인정하고 단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다리 균형 자세들은 나에게 그런 의미가 있다. 나만 알 수 있는 미세한 각도의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 약간만 옆으로 틀면 내가 이 동작을 수월하게 할 수 있지만 나의 방점은 골반의 정렬에 두었기 때문에 철푸덕 거리더라도 인내하며 단련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하루 이틀 사이에 크게 변하리라 기대하지 말고 그냥 하자.
2023. 01. 11. (수) 빈야사, 아쉬탕가
1.
점심시간 빈야사.
서서히 고조되는 근력을 요하는 플로우.
워리어2에서 비튼 삼각자세-한 자리로 균형잡고 다른 다리올려 스플릿-올린다리 가져와서 바닥에 세웠던 다리 무릎 뒤로 가까이 가져왔다가-다시 스플릿.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이런 흐름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다리와 둔부에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이 순서 전이었나 후였나 정확하지는 않는데 워리어3 변형도 있었고 아르다찬드라와 짝을 이룬 빈야사도 지나왔는데 다리가 너무 아프지만 한 호흡씩 지나올 때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듯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다리가 튼튼해질 예정이다.
오늘도 우르드바다누라사나 하다가 선생님이 골반을 잡아주셔서 컴업을 시도했다. 골반을 잡고 거의 끌어올리다시피 한 것 같은데 힘을 많이 안 쓰셨다고 격려해 주셨다. 내가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끌어주시는 것 같다.
나는 나의 부족한 점을 자꾸 기억하려는 건 아닌지.
선생님들은 나를 믿는데 내가 나를 못 믿으면 안 되겠지.
2.
저녁 아쉬탕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언더독요가원에 등록하겠다고 맘먹기 전에 동네 요가원들을 검색하다가 아쉬탕가 프라이머리를 풀 시퀀스로 매일 수련하고 싶은 마음에 마이솔 수련을 하는 요가원을 알아본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근 시간대와 맞지 않고 육아와 병행하려니 여건이 맞지 않을 것 같아 등록하지 않았지만 요즘엔 굳이 아쉬탕가를 쫓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물론 아쉬탕가는 매일의 수련이 필요하고 그럴수록 성장하는 것 같다. 키노 맥그리거 책에서는 주 6일 수련을 강조하던데.. 매일 반복되는 수련, 똑같은 시퀀스. 지루함을 이겨내고 고단함을 극복하고 단단한 의지로 수련을 해나가는 여정인 것 같았다. 내가 꽤 매력을 느끼는 부분들이다.
처음엔 요가원에서 아쉬탕가 수업이 확 줄었을 때 조급한 마음이 생겼었다. 수련을 많이 못 해서 몸이 힘들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곤 했지만 수련을 거듭하다 보면 알게 된다. 걱정할 필요도 조급할 필요도 전혀 없다는 것을. 토대가 되는 모든 것들을 정성들여서 쌓다 보면 아쉬탕가 수련이든 뭐든 상관이 없어진다. 예를 들어, 트리코나아사나만 봐도 아쉬탕가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아쉬탕가는 연결의 집합체일 뿐이라고. 말 그대로 빈야사일 뿐이고 그게 어떤 수련이든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토대를 뿌리 깊게, 단단하게, 정교하게 만든다면 조급할 마음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련하는 나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자. 어제와 오늘은 다르지만 나의 시간은 연속선 상에 있으니 일관된 태도를 간직하고 싶다.
3.
자주 뵙는 회원님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다가 잠깐의 수다가 가미되었다. 그이는 직업적 특성상 몸 움직일 일이 없는데 그나마라도 움직이는 게 요가라고 한다. 요가의 치유적인 효과에 대해 우리는 마치 간증하듯이 이야기를 나누며 반갑고 공감이 되어 빙긋이 웃었다.
"저희 오래도록 요가 합시다."라고 내가 말했다.
너무 파이팅이 넘치는 발언이라 속으로 깔깔 웃었다.
2023. 01. 12. (목) CP, 언더드릴
1.
점심시간 CP수업.
테라피 요가 수업엔 정말 오랜만이다. 1년 만이던가.. 수업 도입 때 학생들에게 몸이 어디 불편한지 물어보셨다. 누구는 어깨가 아프고, 누구는 허리, 누구는 근육통.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다. 잔잔한 근육통이 있지만 익숙하다고. 선생님이 막 웃으시며 다른 회원분들에게 꾸준히 수련하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머쓱했다.
오늘의 타깃은 어깨였다.
엄지와 검지발가락 사이 행간혈을 풀고 소흉근도 풀고 견갑골 아래부터 겨드랑이도, 후두골도 풀었다. 몸의 느낌을 관찰하고 자극하고 머무르면서 고요하게 시간이 지나갔다. 집에 있는 밸런틱으로 복습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노곤한 사바아사나.
2.
저녁 언더드릴.
수업 전 몸을 푸는 시간에 종아리 압박 지점과 방법을 알려주셨다. 자극해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통증들. 몇 년 전에 폼롤러라고 하는 도구를 처음 알게 되면서 느낀 점이었다. 자극해 보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는 모를 통증들이 둥근 거대 막대기로 인해 깨어나는 것이다. 자극을 통해 나의 상태를 인지하게 된다. 돌봄이 필요한 지점도 알게 된다.
2023. 01. 13. (금) Yin, 홈요가
1.
점심시간 Yin.
날이 습하다. 요가원에 왔을 때 바깥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으면 그 소리를 들으며 호흡하는 시간이 좋다. 깊은 호흡소리, 어둑한 조명, 등에 흐르는 땀, 선생님의 낮은 목소리. 이러한 조합들이 주는 경험들은 언제나 좋았다.
오늘은 낮에 수업을 와서 인요가를 참여했다. 다른 일정을 들렀다가 급히 오느라 요가복을 챙겨 입지 못했다.
청바지를 입고 인요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일단 한번 해보라고 격려해 주셨다. 일상복을 입고 요가를 해보는 경험은 꽤 특별하고 유쾌하다고 나의 민망한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다행히 배기핏의 맘진팬츠라 딱 붙지 않아 괜찮았다. 일부 구간에서 뻑뻑하여 속시원히 이완이 안 되는 것을 느꼈지만 뻣뻣한 그 질감도 그런대로 좋았다.
수업이 끝나고 '청바지 감상평'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먼저 물어봐 주셨다.
처음엔 바지를 미리 챙겨오지 않은 자신에게 너무 화나고 짜증이 났는데 요가하는 동안 나를 칭찬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스스로에게 다정하기를. 청바지로도 수련에 출석한 것 자체를 토닥여주자. 좋은 경험이었다.
2.
저녁에는 외출이 불가한 상황이 되어 간단하게 홈요가를 했다.
사실 요가라기보다는 간단한 운동이랄까. 몸을 쓰는 것이 주 목적이었던 것 같다. 여행 갈 짐을 싸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집중은커녕 몇 가지 움직임들만 끼적이다가 끝이 났다. 티비에서 유퀴즈 프로그램에 배우 김혜자씨가 나왔다. 그분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니 기분이 좋았다.
연기할 수 있어 감사해요.
감사한 마음.
감사하게 여기는 태도.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아마도 그 뿌리는 사랑이 아닐까. 하고 정리해 본다. 연기를 너무 사랑하면 연기할 수 있음이 감사한 게 아닐까.
나도 오늘 요가원에 가지 못했지만 매트 위에 설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마음과 태도를 간직하고 싶다.
2023. 01. 17. (화) 하타, 언더드릴
1.
점심 하타.
자세에 머무르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호흡에 집중하기. 코브라에서 날개뼈 끌어내리고 등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광배근과 날개뼈가 뻐근하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 진행할 때 가슴을 더 열고 뒤로 밀어내기 위해서 오리엉덩이를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우르드바 상태에서 오리엉덩이를 만드는 게 여간 쉽지 않았다. 우르드바는 가슴을 활짝 여는 자세이다. 아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2.
저녁 언더드릴.
오늘부터는 블럭없이 빈야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블럭의 도움을 우습게 보는 교만함이 아니고 그것이 내게 더 이롭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do my best라고나 할까.
오늘은 바카아사나 훈련을 했다. 블럭 위에서 땅 짚고 무릎으로 팔 조이고 체중 싣기. 팔 구부러지지 않게 쫙 펴보는 연습. 그다음은 팔꿈치 구부려서 체중 더 실어 보고 고개도 들고-그다음엔 짝꿍과 함께 바카아사나에서 무릎 떼고 다리 붙이고를 반복했다.
연습하던 중 어느 회원님이 "나는 안 돼."라는 말을 하시며 시도를 주저하고 있었다. 원장님이 그 말을 듣고 애정을 가득 담은 잔소리를 했다. 일단 시도는 해보고 판단하라는 이야기였다. 정확하게 내 생각과 일치하는 말씀이셨다. 시도를 해보고 잘 안되면 도구를 쓰든지 하여 적정선에서 머무르면 되는 것이다.
해 봐야 안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렇게 저렇게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하고 인지하게 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왜냐하면 거기서부터는 어떻게 하면 교정될 수 있는지를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현 상태를 관찰하고 느끼고 다듬고 단련하는 시간. 요가는 그게 가능하다.
실패나 불가능이 없는 지대. 어떤 모양도 요가가 될 수 있다.
3.
도전 과제를 만났을 때 그 과제를 대하는 방식에서 나는 다소 냉정한 면이 있다. 안되어도 괜찮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이런 말과 격려가 필요한 순간에 그런 말이 튀어나오질 않는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을 쓰거나 공부를 하거나 심지어 인간관계를 할 때에도 난관을 마주하면 도망가거나 회피하지 않고 우선 알고 있는 방법으로 시도하는 것이 먼저였다. 몇 번 시도해 보고 불가능하면 그다음 가능하게 만드는 다른 방법들을 고민했다.
요가도 그렇다.
토대를 더 만들거나 변형된 방법부터 차근차근. modified된 방법이 익숙해지면 다시 정석의 방법으로 돌아와 다시 도전하면 된다. 정석의 방법이 가능해지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호흡을 유지하고 찰나를 즐긴다.
점점 더 정교하게 빚어 나가는 시간들.
결국에는 우아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2023. 01. 25. (수) 빈야사, 아쉬탕가
1.
점심시간 빈야사.
영하 16도의 냉기가 요가원 안에도 퍼져 있었다. 양말을 신고 매트 위에 앉았다. 웜업이 필요한 날이다. 감기 때문에 기침이 계속 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기침이 거의 나지는 않았다.
어깨 열기로 웜업을 해본 오늘의 빈야사. 매트 가지러 3층에 갔다가 우연히 3층 스튜디오 안 구석에서 시퀀스 시뮬레이션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쉬탕가처럼 정해진 시퀀스가 아니라 빈야사 플로우를 짜야 할 땐 연결이 매끄러울 수 있도록 하려면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다.
사이드 플랭크와 바시스타아사나 시도, 런지 자세에서 변형하여 여러 가지로 연결을 했다. 스탠딩이 끝나고 푸르보따나와 코어 단련 움직임 등도 지나왔다. 설 명절을 겪고 와서 굳어졌으리라 생각한 것에 비해 웜업 이후로는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
2.
저녁 아쉬탕가.
2주 만에 아쉬탕가 수업에 참여했다. 아쉬탕가 수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한번 빠지면 집에서 아쉬탕가를 셀프 수련 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격주로 참여하게 된다. 격주라도 괜찮다. 늘 생각하는 것은 '토대'이다. 어떤 수련이듯 꾸준히 연결성을 가지고 쌓이면 그것이 나의 토대가 되고 그 자체가 우리의 아쉬탕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기억할 것은 비라바드라1.
골반 정렬을 맞추고 뒤에 있는 다리는 새끼발가락까지 딱 붙이고 지면을 밀어내는 힘. 선생님이 관찰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내 다리 간격이 좁다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다리 간격을 생각하면서 습관보다 더 벌려야겠다.
마치고 두 명의 J와 인사하고 초스몰토크로 안부를 전했다. 같이 수련하는 이들과 잔잔한 정이 들어간다. 이렇게 느슨한 정으로 꾸준히 수련하면 좋겠다. 함께 있지만 각자는 개인의 수련이 되고, 개인의 수련이지만 다 같이 하면서 힘도 받을 수 있다.
2023. 01. 30. (월) 빈야사
점심시간 빈야사.
1.
어깨와 승모근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로우런지와 하이런지에서 이미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고 한쪽 다리로 서는 밸런스 동작들과 워리어3도 지나왔다. 힘들다 보니 골반이 자꾸 들렸는데 선생님이 냉큼 오셔서 짚어주셨다. 와일드띵 좌우 회전하며 반복하고 사이드 플랭크로 머물다가 보트자세 등 코어단련 동작들로 마무리에 들어갔다.
2.
사바아사나 시간에 선생님이 아로마오일을 목뒤에 발라주셨다. 페퍼민트인지 유칼립투스인지 그런 구분을 잘 못하겠는데 아무튼 상쾌한 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다른 회원도 좋았는지 마치고 무슨오 일인지 문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도 예전에 하타 선생님이 뿌려준 미스트가 어떤 것이었는지 물어보고 사진을 찍어갔던 기억이 있다.
공간을 느끼고 향기를 맡고 내 호흡소리와 길가의 소음을 듣고 현재 이 상황에서 내게 주어진 현실을 지각하게 된다. 근육통, 숨 가쁨. 이 모든 것은 내게 주어진 현실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