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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상인 Apr 25. 2024

2023년 4월의 기록


2023. 04. 17. (월) 하타



1.

원장선생님의 수술 일정으로 인해 얼마 전 언더독요가에 새로 오신 처음 뵙는 선생님과 하타 수업을 했다. 약 2주간 언더드릴 수업 시간에 같이 하타 수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오늘 ㄷ자 모양으로 모여서 수업을 진행하셨다. 친절한 안내자의 인상을 주시는 분이시다.



2.

10분간 명상으로 수업을 열었다.

그러는 동안 선생님의 멘트가 생각보다 꽤 길게 채워지면서 체감 상 7분 정도는 멘트로 거의 채워진 것 같다. 처음엔 집중하라고 하시면서 계속 말을 시키시니 조금 웃음이 나려다가 선생님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조용히 따라가다 보니 명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속 안내를 하고 언지를 주고 잊지 않게 반복해 주는 역할을 하신 거였다. 주의를 자기 자신에게 가져올 수 있도록 생각을 생각하기. 의식을 날카롭게.


나는 명상할 때 종종 '나'라고 하는 몸통 안에 들어와 내측에서 내 몸의 내부 껍질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명상에 임할 때가 있다. '나'라고 하는 몸이 마치 관이 되고 그 어두컴컴한 관속에서 잠시 내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건 어떻게 상상을 했다기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그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경험하게 하여 자주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때로는 평온하고 포근한 느낌이,

때로는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이,

때로는 갑갑하고 화나는 기분으로 관 속에 머무른다.



3.

천천히 몸을 골고루 풀고 후굴을 진행했다.

흉곽을 열기 위해 골반보다 갈비뼈에 손을 짚고 손으로 흉부확장을 도와주는 방법을 연습하고 단계적으로 우스트라아사나로 접근했다. 우스트라아사나에서 머물다가 손 위치 조금씩 단계적으로 이동하여 뒤로 집고 우르드바다누라사나까지 연결했다가 다시 우스트라아사나-컴업으로 돌아오는 연습들을 이어갔다.


이후에 그냥 우르드바다누라사나를 한 번 하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선생님이 골반을 짚어주셔서 컴업을 하여 올라왔다. 이번에도 역시나 내가 원한 타이밍보다 일찍 서둘러 올라왔다. 왜 이렇게 타이밍에 이쉬움이 남는가 생각해 보니 선생님이 잡고 있는 그 순간에는 얼른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느끼기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도 그냥 막 올라와버리는 것 같다. 상대의 입장에 내 의식이 기울어져 있으면 그런 결과가 나온다,


내 수련을 돕는 분이시니 나의 타이밍에 맞춰주실 텐데 나는 잡아주는 사람의 손에 맞추려고 성급하게 컴업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해집고 나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든다.



4.

제 수업은 원래 이렇게 빡세지 않은데.. 원장님 수업 들으시는 분들이라 괜히 더 도전적으로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하시며 웃으시던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 수업의 특징은 설명은 간결한데 명확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수시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떤 사람의 수업이 자신의 분위기와 인상과 어우러져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2023. 4. 20. (목) 홈 요가


1.

오늘은 언더독요가를 못 가는 날이라 유튜브로 구령 영상을 찾아서 틀고 혼자 아쉬탕가 수련을 했다. 별다른 코멘트 없이 구령만 있는 영상이라 수업 때 선생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수련하듯이 할 수 있어 혼자 수련을 할 때 애용한다. 


혼자 하지만 드리쉬티와 빈야사를 꼼꼼하게 하고자 나름 노력했다. 점프백과 점프스루도 빼먹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쇼츠 레깅스를 입고 수련하는데도 온몸이 금방 미끈거렸다. 너무 애를 쓴 건지 상완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다. 복부반다 챙기느라 신경 쓰고 있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고 복부와 어깨 동시에 챙기느라 신경 쓰고 있으면 숨쉬기가 힘들어서 호흡이 거칠어졌다.


수련하던 중 문득 집에서 이렇게 집중해서 요가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어색했다.



2.

늘 옆에서 같이 요가를 하며 끼어들거나 나에게 말을 걸거나 내 주변을 빙빙 돌면서 놀던 유준이가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나눠준 무순 키우기 키트를 가지고 조립하느라 몰입하여 조용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내가 이렇게 온몸이 미끌거리도록 수련할 수 있었구나.


흙을 쏟아서 어쩌지.. 하면서 말을 걸어왔지만 그래도 그정도는 매우 훌륭한 것 같다.


내가 숩타쿠르마를 해보겠다고 왼쪽 다리를 목에 걸고 오른쪽 다리마저 걸어보려고 무진장 낑낑거리고 있자 유준이가 애처로워 보였는지 자기가 뒤에서 잡아주겠다며 다가왔다. 결국 오른쪽 다리를 목에 걸지는 못하고 포기했지만 유준이에게 너무 고마움을 느꼈다. 내 자식이 이렇게나 컸구나. 이 아이는 정말 훌륭하구나. 그리고 너는 참 영리하구나.


지난번에 내가 혼자 연습하다가 버거워 오빠에게 뒤에 와서 등 좀 받쳐달라고 비명을 지르다시피 구조요청을 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는 자기가 도와주려고 한 것이다. 엄마가 요가를 할 때는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 가끔 까먹고 계속 말을 걸거나 장난을 걸지만 그만해도 굉장히 훌륭하다.


네 덕에 내가 수련을 하는 것 같아, 아가야.



3.

아이는 이렇게 커가고 성장 중이다.

나는 얼만큼 자랐을까.

아이는 나를 보면서 어떤 것을 느낄까.







2023. 04. 21. (금) 하타




1.

후굴 준비, 흉부 트위스트, 골반 열기, 코브라, 라자카포타아사나를 지나왔고, 우스트라아사나에서 카포타아사나까지 시도하는 수업을 했다.


부장가아사나에서 손을 점점 몸 쪽으로 조금씩 접근하며 얼마간씩 호흡을 하다가 고개를 넘기고 머물렀다. 그리고 라자카포타를 시도한다. 정수리를 뒤로 뻗는 게 아니라 등 쪽으로 내린다고 생각하고 흉부를 더 앞으로 보내세요. 무릎도 접으려는데, 오늘은 다행이도 무릎이 당기는 느낌은 없었지만 늘 접은 다리가 어쩐지 어정쩡하게 느껴지고 맘에 들지 않는다.


내 다리는 왜 접기만 하면 자꾸 안으로 모이는 걸까. 아마도 이것도 골반 정렬 때문이겠지? 선생님이 항상 다리 접어 보시고-느낌 괜찮으시면 엄지발도 붙여보시고-그래도 느낌이 괜찮으면 발 안쪽을 서로 붙여보세요-라고 하시는데 내 다리는 이미 접음과 동시에 발이 붙어있다. 이건 떼는 게 더 어려운 상태인 것이다.


근육의 쓰임, 짧아진 부분, 관절의 가동 범위, 골반의 정렬, 무릎의 간격.. 머릿속으로 온 하체를 스캔하며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고민한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간이 답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지나간다.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아도 조급해 하지 말자고 다독였다.


수련을 거듭하다 보면 조금씩 열리는 부분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 나의 몸은 이런 모양이고 이런 움직임에서는 이런 부분이 어색하구나.




2.

우스트라아사나에서 얼마간 머무르다가 손 가져와 가슴 앞 합장에서부터 점차 손의 위치를 이동하여 카포타로 향하고 있었다. 팔을 뻗어 공중에서 버티는데 아까의 부장가아사나가에서부터 계속 후굴을 이어와서 그런지 허리에 부담이 거의 없었다. 다만 허리가 확 꺾이지 않게 하려고 다리와 복부에 힘주고 버티느라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뻗은 팔에 힘주고 안전하게 손바닥을 착지시킨 뒤 부들거리던 몸 뚱이를 가라앉히며 전완부까지 바닥에 대어 보았다. 닿다니, 기뻤다. 손을 발 중간까지 가져가려고 하니 거기서부터는 조금 힘들기 시작했다. 그때 멀리서부터 바쁘게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발견당하는 기쁨도 있다는 거. 나를 발견한 선생님이 다가와서 골반을 살짝 들어주신 덕분에 손의 위치를 조정하고 팔꿈치도 모았다. 안심이다.



3.

카포타아사나가 나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주었다. 나에게는 후굴이 늘 어려웠기 때문에 이렇게 뒤로 몸을 접어내는 움직임에서는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한 걸음 뒤에서 넌 아직 아니야 하면서 망설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수련으로 또 한 번의 힘을 얻게 되었다. 이건 매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수업의 흐름을 잘 타고 지나와야만 가능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수업을 잘 안내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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