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잡상인 Apr 25. 2024

2023년 3월의 기록


2023. 03. 18. (토) 하타


1.

9일 만에 하는 수련.

몸이 아팠다. 앓아누울 시간도 없이 바쁘기까지 하여 수련은 아예 하지 못햇다.



어깨 열기. 엎드려서 한쪽 팔을 가슴 쪽으로 접어 누웠다. 내 몸이 팔을 짓누르면서 시원한 감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후 점점 더 깊어지는 스트레칭. 고무카아사나에서 아카샤아사나로 조금씩 진입했다. 선생님이 돌아다니시면서 조금이라도 띄울 수 있을 것 같으면 등 뒤에 블럭을 끼워주셨다.


당연하겠지만 나도 좌우 느낌이 매우 다르다. 오른팔이 상, 왼팔이 하에 있을 때는 잘 열리는데 반대로 했을 때는 팔을 뒤로 띄우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부장가아사나에서 접근하는 후굴들. 어깨를 끌어내리고 견갑골 사이를 조여서 붙이고 곡선이 이어지는 동안 다리와 등이 조이지만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하셨다. 다리와 등의 힘으로 후굴을 하는 것이라고. 우스트라아사나를 할 때는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완전히 이해가 된다. 골반을 밀어내면서도 허리가 확 꺾이지 않게 다리 힘으로 상체를 내리고 다리 힘으로 다시 상체를 세우고 나면 허벅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2.

왕비둘기자세나 오늘처럼 후굴에서 다리 접는 자세일 때 햄스트링에 쥐가 난다. 마치고 선생님께 하소연을 하니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골고루 해야 하고 겉만 스트레칭 되었을 때 그런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몸이 한쪽 방향으로만 발달되어 있으면 더 그러니 골반을 돌려가면서 깊게 스트레칭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러면서 한 가지 동작을 배웠는데, 골반 접히는 부분에 손가락을 끼워서 골반이 깊숙이 접히는 느낌을 인지하면서 다리를 펴 내는 것이었다. 


등산을 자주 다니면서 단련된 나의 하체가 때로는 나의 굳은살이 되기도 하는구나.






2023. 03. 21. (화) 아쉬탕가



1.

오랜만에 참여한 아쉬탕가 수련이라 체력이 걱정되었다. 90분 내내 쉬지 않고 빈야사를 이어가야 하는데 아팠던 몸이라 수련을 무사히 마칠 수나 있을까 싶었다. 언제나 그렇듯, 내 걱정은 항상 내 몸보다 앞선다. 열을 내고 호흡하고 수련하는 동안 체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련에 앞서서 미리 걱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련'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완전한 상태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성장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매일의 수련은 수련 그 자체에 의미를 두자.



2.

오늘 숩타쿠르마아사나에서 다리 두 개를 다 걸었다.

왼쪽 다리 걸고 오른쪽 다리 걸려고 시도하지만 유난히 더 어려운 오른쪽 다리걸기에서 버둥거리고 있으니 선생님이 뒤에서 넘어지지 않게 등을 받쳐주시고 발을 교차하는 것도 도와주셨다. 물론 어정쩡한 자세. 다소 웃겼을 것이다.


허리도 다 못 펴고 다리 건 것도 약간 비대칭인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그래도 두 다리 다 걸었으니 엎드려서 등 뒤로 깍지도 껴 보고 몸 들어서 일으켜도 보았다. 마지막에 다리 풀어서 티티바-바카아사나 연결도 도전해 보라고 하셨지만 다리가 훌러덩 풀리면서 거기까지는 근접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아쉬탕가 하면서 100%의 실패율을 보이며 수련이 아니라 고생 내지는 벌칙 같은 시간을 맛보았지만 결국엔 그런 시간들이 도움이 된 것이 아닐까. 겉으로 티는 못 냈지만 내심 무척 기뻤다.



3.

마치고 선생님과 짧은 담소. 몸이 아파 열흘 가량 수련 자체를 쉬다가 걱정되는 마음을 품고 수업에 나온 건데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오히려 그 '쉼'이 수련에서 평소의 긴장된 마음과 경직된 동작들을 유하게 만들어줬을지도 모른다고 공감해 주셨다. 숩타쿠르마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척척 걸어야 한다고. 


나의 온몸을 휘감고 있는 긴장감. 이것은 나의 숙제인가, 나의 동반자인가. 내가 다루어야 할 내 자신의 일부인 것 같다.



4.

예전에 어떤 선생님은 내게 "너는 지금 힘은 충분해. 힘을 조금 빼도 돼."라고 하셨다. 어쩌면 유연하지 못한 부분이나 가동 범위가 나오지 않는 부분들에서 힘으로 극복해 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매사 요가에 일명 '진심'인 나는 요가하는 동안 정성을 쏟고 싶어 한다. 그 부분이 긴장된 움직임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꼼꼼하게 살고 싶다. 할 수 있는 한 순간순간을 맥시멈으로 행하고 싶다. 그래서 나라는 인간은 늘 '하이퍼 각성 상태'에 놓여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런 나를 수용하고 존중하고자 한다. 이건 나의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선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 어떤 트위스트 난리블루스를 춘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나의 모양이다. 


요가를 통해 나를 알아간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현재는 그렇다.

나를 돌보는 시간이 삶을 잘 살아내게 하는 시간이 된다고 믿고 있다.






2023. 03. 22. (수) 언더드릴



1.

거의 2주 만에 만난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짧은 근황을 나누었다. 정겨움을 통해 수련 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몸 쓰기 전에 조용히 릴랙스하며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상하게 초조할 때가 있다. 릴랙스를 요구하는 시간에서 자주 찾아오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의식적으로 얼른 그 마음을 취소시킨다. 그런 생각과 마음이 몸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원치 않는 생각은 어서 취소시키고 호흡을 가다듬고 실존하는 것은 현재의 내 몸이다. 몸에 집중하자.



2.

바카아사나. 하면 할수록 어렵다. 팔에 기대는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처음에 잘 모르고 바카아사나를 할 때는 팔을 지렛대처럼 지탱해서 팔 위에 몸을 얹어놓고 버티는 모양으로 하다 보니 오히려 쉬웠다고 느낀 것 같다. 목, 등, 복부의 힘을 함께 가져가니 긴 시간 버티기도 힘들고 팔을 펴는 것은 더욱 더 힘들었다.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점차 쉬워진다기보다는.. 좀 더 섬세하고 정교하게 해보고 싶다.



3.

우르드바다누라사나 때 정렬이 안 맞으면 늘상 선생님이 오셔서 바로잡아주신다. 몸이 뒤집어진 상태에서는 그 핸즈온을 받아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핸즈온이 있으면 항상 그걸 기억하고 다음번에 교정해서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우르드바다누라사나는 아무리 해도 뭐가 문제인지 인지하기가 힘들다. 


정확하게 말하면 뭔가 삐뚤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안되고, 어떤 날은 비뚤어진 것 같은데 그냥 두시는 경우도 있고, 어떤 날은 비뚤어진 느낌이 있어 교정을 받으면 방금 어떻게 교정하신 거지? 하고 방향감각을 잘 모르겠다. 분명 발과 손을 가지런히 놓았다고 생각하고 몸을 들어 올렸는데 올라가면 좌우가 안 맞는 느낌이다.


아마 실제로도 안 맞을 것 같다. 예전에 선생님이 오른손을 안으로 더 넣어보라고 하셨는데 이번에도 오른손이 문제였을까? 어디가 어떻게 틀어진 것인지 모르겠어서 답답하다. 내 모습이 어떠한지 너무 궁금하다. 항공샷이나 다각도에서 내가 우르드바다누라사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4.

마음을 편안하게. 어렵지만 그러하도록.







2023. 03. 25. (토) 하타


1.

오늘은 깊은 전굴을 할 예정이라고 예고를 하시며 수업이 시작되었다.

골반 열기, 서혜부 열기, 부장가아사나, 누워서 하는 다누라사나, 프라사리타 파도따나아사나 등 몇개의 아사나들을 지나오며 앞면과 뒷면을 열었다.


파도따나아사나 자세에서 점차 팔과 다리를 교차해서 잡기도 하고 발목을 잡고 트위스트도 하고 양손을 다리사이로 깊숙이 넣어 전굴을 이어갔다. 전굴이 깊어지고 수월해진 타이밍엔 등 뒤에서 깍지 끼는 시도도 했다. 서서 하는 쿠르마아사나였다.


전굴을 충분히 했고 어깨도 훅 집어넣었는데 도무지 손이 맞닿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어느 정도로 전굴을 더 접어야 깍지를 잡을 수 있을까 하던 찰나에 카운트가 끝났다. 수업 후반부에는 핀챠마유라사나도 연습하면서 체력이 고갈되어 가는 즈음에 달달한 사바아사나를 맞이한다.



2.

마치고 선생님이 아까 내가 다리 간격을 너무 벌려서 등 뒤에서 깍지 잡는 게 안되었던 거라고 알려주셨다. 전굴은 충분했고 다리 간격을 조금만 좁혀보면 잡힐 것 같다고 하시며 다만 어깨로 잡으려고 너무 힘을 쓰면 관절이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셨다.


나는 습관적으로 또 나를 질타하며 "맞아요. 저는 늘 어깨가 문제예요. 선생님." 그랬더니, 선생님이 "무슨 소리야. 아니야. 얼마나 더 잘하려고 그래. 지금도 충분히 잘해."라고 따뜻하게 말해주셨다. 저는 평소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몸에 긴장이 많은 것 같다고 하니 그게 다 힘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위로를 해주시는데 긍정적으로 나를 바라봐 주는 선생님의 말씀이 참 따뜻하고 감사했다.


답답하던 마음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 들어오는 기분이다.






2023. 03. 29. (수) 언더드릴



1.

최근 들어 언더드릴 수업열기는 볼스터에 누워 호흡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다음엔 목 스트레칭, 그다음엔 흉부, 그다음엔 하체 스트레칭으로 이어진다. 위에서 아래로 점진적으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몸풀기는 위에서 아래로, 빈야사는 점점 위로 상승한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선생님의 수업에는 정성이 느껴진다.


몇 달 전부터 언더드릴에 파란색 수업이 있고부터는 도구 사용도 늘었다. 매트 옆으로 살림살이가 가득하다.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수업, 나는 그 정성이 좋다. 그런 부분들을 알아차리는 또는 짐작해 보는 나 자신도 인지하게 된다. 나는 그런 부분을 보려고 하는 사람. 한 장면이나 현상을 입체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어떤 평가나 판단을 위해서라기보다 나의 성향일 뿐이다.



2.

수업 중간중간 계속 혁이 생각에 집중이 흩어지곤 했다.


수업 중에 속으로 혁이 이름을 계속 불렀다. 지금 내가 부른 만큼이라도 네 이름을 더 많이 불러줄걸 하는 생각에 슬프다.


— 선생님, 저는 정말 괜찮아요.


그 말은 모두 거짓이었는데 말이다. 녀석의 주변 친구들이 걱정된다. 분명 아무렇지 않지 않을 텐데 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지. 갑자기 터져버릴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 요즘 모든 게 다 후회되고 미안하고 원망스럽다.


난 그러면서도 이렇게 요가를 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어른들이 참 무능해. 무책임해. 바보 같아. 미안하다.



3.

수업 마치고 선생님께 에카파다 코운딘야에서 차투랑가단다아사나로 전환할 때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 질문했다. 그 질문은 옛날부터 하고 싶었지만 계속 수련을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 질문을 꾹 참다가 오늘은 겸연쩍은 마음을 무릅쓰고 물어봤다. 힘이나 중심의 이동이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냥 '연결'이 궁금했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면서 설명해 주셨고 옆에서 H와 J도 같이 들으며 짧게 리마인드. 선생님이 바빠 보여서 말 걸기 눈치 보였는데 친절하게 시범까지 보여주시니 감사하고 죄송했다. 요가 수업에서 질문하지 않기. 나의 신념 같은 것이었는데.. 욕심과 호기심으로 오늘은 질문을 하고야 말았다.


유난 떨지 마시게.






이전 02화 2023년 2월의 기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