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06. (목) 하타
어쩐 일로 사람들이 적게 모였다. 넓은 공간에 각자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매트를 펼쳐 자리 잡다 보니 사방으로 흩어진 모양으로 수업을 했다. 발라아사나를 시작으로 가슴 열기도 하고 무릎 꿇은 상태에서 캣앤카우도 했다. 트위스트에 이어 각종 싯팅 자세들을 하고 극락조 자세, 티티바도 했다.
다양한 동작들을 하며 60분이 꽉 채워졌다.
선생님의 지시어들은 따뜻하고 명료하다. 때로는 성찰의 언어들을 나누어 주면서 사람들을 다독인다.
"내가 원하는 모습과 현재의 내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세요. 예전의 나와 오늘의 나를 보면 달라져 있을 거예요." 대략 이런 맥락이다. 앗, 저 말은 내 마음속에 있던 말이었는데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 들으니 가슴이 툭 하고 건드려진다.
요가를 하는 동안 다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here&now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매트 밖은 온통 생각할 거리로 가득 차 있다. 나를 여기로 데려와 준 나 자신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2023. 07. 08. (토) 하타
1.
오늘 새벽에 일출 등산을 다녀온 여파로 식품 섭취 시간 간격이 꼬이면서 공복인 상태로 출석을 했다.
수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손발이 벌벌 떨렸다. 선생님 앞에서 손을 바들거리고 있으니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아이스벅 캔디를 급하게 손에 쥐어주셨다. 정신이 혼미해서인지 수업 전에 집중도 안 되고 목이 타서 벌떡 일어나 물을 한 잔 벌컥벌컥 들이켜기도 하면서 초조한 모습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내 모습이었다. 아마 나를 자주 봐온 도반들은 저 사람이 오늘따라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이상행동이었다. 입안에 캔디가 녹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크게 숨을 들이켜 봤다. 선생님이 웃으며 하신 말을 떠올리며 내 모습을 바라보니 나도 웃음이 난다.
"아니 그러면 쉬어야지. 왜 수련을 나와요? 이게 무슨 극한 직업이야?"
그러게 말이다.
새벽 3시에 일출 산행으로 등산을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잠시 누웠다가 바로 일어나서 수업으로 달려온 것이다. 힘들면 그냥 집에서 쉬면 될 것을, 쉬지 않고 나오는 이 마음은 대체 뭐야.
2.
말해 뭐 하리, 부장가아사나. 등 조이고 배 납작하게 하느라 기운이 쫙쫙 뽑혀져 나간다. 다리 접은 다누라사나 하는데 발목이 후덜덜. 런지도 하고 파리브리타 파르쉬바코나아사나도 하고 엮기도 했다. 핀챠 빌드업을 위한 준비 동작도 연습하고 시르사도 했다.
후반부에 암발란스 동작도 했다.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는 동작이라 평소 같으면 달랑 들어서 유지했을 동작이었는데 오늘은 좀 애를 쓰며 유지했다. 그래도 수련의 힘이란 놀라운 것이다. 하는 동안에 마냥 즐겁다니, 굶는다고 즐거움이 어디 안 가고 곁에 서 있어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정신이 없는 것인지 졸린 것인지 아마도 둘 다인 것 같은데 그 모든 오늘의 수련이 오늘 일이 아니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마치고 Y가 수줍게 건네준 소시지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정감 있어라.
2023. 07.15. (토) 하타
스핑크스로 시작해서 등 조이고 견갑 끌어내리고 복부 반다 풀지 않는 것 강조하면서 엎드려서 다누라사나를 했다. 옆으로 구르면서 이동할 때 다리를 바닥으로 내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을 위로(어깨, 머리 위치까지) 드는 것에 신경 쓰라고 했다. 하체 단련은 아니지만 로우런지에서 도마뱀 자세도 했다가 코운딘야도 했다.
우스트라아사나 안전하게 하기 위한 단련도 했다. 복부반다를 느끼고 골반을 밀며 내려가지만 허리는 꺾지 않고 몸만 대각선으로 기울이는 것이었다. 이때 엉덩이 힘은 최대한 줄이고 내전근과 복부의 힘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단련은 컴업, 드롭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셨는데, 허리의 유연성으로 해보려는 것은 안전한 방법이 아니니 주의하라고 하셨다.
이 방법을 기억하고자 했던 것을 복기해 보면, 발을 모아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매트 너비로 무릎을 벌리고 상체는 뒤로 눕는다. 마츠야사나 하듯이 가슴을 들고 정수리를 바닥에 댄다. 손바닥은 복부반다를 느낄 수 있도록(그리고 다른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도록) 복부에 가지런히 겹쳐 대고, 그 상태에서 다리의 힘만으로 골반을 앞으로 밀면서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상당히 힘들었다.
이 연습을 몸에 익히고 느낌을 기억시키고 싶었는데 처음 시도 때 잘 안 되던 게 아쉽고 긴가민가하여 사바아사나 끝나자말자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누운 자세에서 바로 그 동작으로 전환하여 연습을 했다. 아까 왜 어려웠지 싶을 만큼 너무 쉽게 몸이 일으켜졌다. 어리둥절해서 생각해 보니 다리 단련 후 사바아사나를 통해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이라 에너지가 채워진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기분이 좋았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서 말이다.
집에 와서 다짜고짜 해보니 안 된다.
이런 게 요가 수련의 본색이다. 맥락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2023. 07. 17. (월) 언더드릴
머리서기의 올바른 정렬을 연습했다.
우리 몸의 정상 만곡인 S자를 유지하며 바르게 서는 것을 꾸준히 연습하라고 했다. 모두 다 벽에 대고 연습해 보라고 하여 나도 벽으로 갔다. 벽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이 두 가지 상황에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걸까. 벽이 있으면 나는 더 흔들리는 것 같다. 의지할 곳이 있다는 마음 때문인가.
나무 자세에서 오른 다리 균형이 안 잡혀서 한참 흔들렸다. 강풍에 휩싸인 나무였다. 흔들리면 바로 서고, 무너지면 다시 세웠다. 무너진 뒤 다시 서서 균형을 잡고 나면 균형이 더 잘 잡힌다. 눈 감고도 잘 서 있다. 무너져 본 자, 겁대가리가 없어지는 순간인가.
유난히 집중이 안 되고 잡생각이 부산스럽게 떠다니던 오늘의 수련. 유준이가 그린 엘리멘탈 영화 포스터도 잔상이 남고, 특별하지 않은 잡생각들이 시공간을 사로잡는데 마냥 당하고만 있었던 날이다. 이런 내 모습이 꽤나 엉망이라 수련 말미에 계속 웃음이 났다.
엉망진창이구만.
산만한 수련, 오늘도 결국엔 웃으며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2023. 07. 21. (금) 언더드릴, 하타
1.
오랜만에 새벽수업에 갔다.
이 시간대 수업에 갑자기 나타난 의외의 얼굴에 선생님이 깜짝 놀라시기도, 반가워하시기도 했다. 짧은 담소를 나누고 2층으로 가서 수련을 준비했다.
여름 아침의 언더독 요가원 빛깔은 이렇구나.
창문으로 보이는 건너 건너의 건물은 저런 모습이구나를 느끼고 있는데, 새벽수련 회원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동시에 5분 전에 우르르 들어왔다. 와우, 매트를 소란스럽게 바닥에 던지듯이 촤라락 펼치고 블라인드를 척척 닫아서 빛을 차단하고 일단은 누워들 있다. 일사불란한 소리들이 한바탕 먼지처럼 일더니 다들 누움과 동시에 다시 조용해졌다. 이게 요즘 새벽의 모습인가 보다. 예전에 새벽수업에 몇 번 왔을 땐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낯설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매트는 밤낮 가리지 않고 던지듯 펼치는 건 나는 매너 없고 부주의한 행동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 속이 언짢았다. 수련을 준비하는 공간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한데 다들 마음 급하게 서둘러 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러는 거겠지 싶다.
몸을 이완하고 여기저기를 늘리고 준비시킨 뒤 사정없이 우르드바다누라사나가 훅 들어온다. 그리고 물구나무도 섰다. 각자 연습을 한 뒤 수리야를 시작으로 빈야사를 지나니 수련이 끝났다. 물구나무 때 묵타하스타로 진행할 때는 너무 익숙해서 쉽다고 생각하며 쓰윽 올렸는데 그 상태에서 팔을 뻗어 핸드스탠딩으로 가려니 도무지 몸이 들어지지가 않았다. 선생님이 발목 잡고 들어주셔서 겨우 팔을 펼 수 있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햇살을 감사하게 맞이하며 마지막 빈야사. 개운하다.
2.
저녁 하타. 다들 휴가를 간 건지 다섯 명이서 수련을 했다.
다리 스트레칭 조곤조곤 돌려 깎기로 늘리고 하누만 아사나, 골반 정렬 신경 쓰기. 오른 다리를 앞으로 할 땐 수월하게 되는데 왼 다리를 앞으로 할 땐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당기고 아프다. 그래서 골반정렬이 더 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불편함을 만회하려고 몸을 트는 게 아닐까 싶다.
하누만에서 뒷다리 접는 것도 시도했다. 오른쪽 무릎을 접을 땐 무릎 바로 윗부분이 당겨서 아팠다. 시르사2에서 다리 접어 무릎과 겨드랑이 만나고 머르들어 바카아사나로 연결. 다시 머리 대고 다리 상승. 버들거리며 어째 어째 하긴 했는데 근력이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걸 느꼈다. 목덜미가 뭉친 느낌이 있어 토끼자세 잠시 했다.
사바아사나 할 때 마음이 너무 편했다.
완전한 소등 덕분인지 오늘의 수련 덕분인지, 선생님의 성향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흡이 편안하다고 느껴졌다. 오늘 유준과 워터파크를 다녀와서 피곤한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송장자세를 맛보려면 앞선 수련의 과정들이 그만큼 내 것이어야 할 것 같다. 상당한 몰입이 있은 후에 마지막 사바아사나를 할 때 모든 것이 다듬어지는 기분이다.
2023. 07. 27. (목) 하타
1.
오늘의 테마는 파드마를 짠 상태에서 진행하는 아사나들을 수련했다.
늘 사용하는 방향만 쓰니까 반대쪽은 확연하게 안 된다. 신체의 특성상 좌우가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모양이지만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자면 아쉬탕가수련 때 오른쪽 방향만 하다 보니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파드마 짜기 전 자누시르사아사나 A와 C. 파드마 짤 때 바깥 발날을 서혜부 누르듯이 사용. 발가락이 다리 밖으로 튀어나가도록 깊게 짜는 습관 들이고 무릎을 중앙으로 모아보려고 하여 정렬 다듬기. 발 바깥날을 두 손바닥으로 들고 배꼽까지 올린 후 놓기. 파드마에서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들이 많다.
2.
수련했던 내용들을 복기해 보면,
파드마아사나+요가무드라.
파드마 후 무릎으로 지지하여 테이블 자세에서 캣앤카우, 복부로 팔꿈치를 지지하여 상하체 리프팅 후 차투랑가단다아사나로 연결했다. 파드마 상태에서 엎드린 후 두 발바닥과 치골이 바닥에 잘 붙도록 상체를 밀어서 조정. 안정되면 코브라로 도전.
바시스타아사나.
다운독에서 사이드플랭크로 변형하여 바닥에 댄 발을 가급적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려고 노력하면서 간격을 조정한다. 손바닥과 발바닥 간격이 좁은 게 수월했다. 바시스타아사나에서 오른팔을 하늘로 향하고 드리쉬티 따라가기. 오른 다리 접어서 엄지발가락 고리 걸어 하늘로 다리 뻗기 시도, 이때 골반 열기 신경을 쓰도록. 바시스타 상태에서 오른 다리 파드마 짜고 오른팔을 허리 뒤로 감아서 오른발 엄지 고리걸고 골반 열도록 노력하기.
마지막으로 싯팅에서 파드마 짜고 우트플루티히 하고 이후 쿡쿠타로 변형했다. 정강이 바로 앞에 어깨너비 손바닥 대고 손바닥 뿌리 부분 강하게 누르면서 다리 리프팅. 너무 어려웠다. 복부반다 엄청 쓰이고 팔 근육도 무지하게 많이 쓰였다. 근력, 근력, 근력. 바지가 뻑뻑하면 피부랑 마찰이 커져서 더 어렵다고 위로해 주셨다. 반바지 때 시도하면 조금 더 수월하다고 하셨는데 다음에 시도해 보고 싶다.
3.
요즘 무릎이 좀 아팠는데 내회전의 문제를 고려해 봐야겠다. 발목-무릎-고관절 회전이 서로 다르면 당겨질 수 있다고 한다.
조급해 하지 말고 각도를 조정하려고 노력하자.
2023. 07. 28. (금) 언더드릴
1.
알람이 울리면서부터 누워서 대략 20분 정도 갈등을 했다. 오늘 긴 시간 연수를 들어야 하는데 아침 수련 후에 극심한 피로가 오면 어쩌나, 저녁 수련도 가야 하는데, 내일 등산도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복잡했지만 갈등 될 때는 그냥 가는 게 맞다고 판단되어 얼른 일어났다. 출근 복장과 씻을 준비를 챙겨서 수련하고 갔다. 이렇게 이른 아침의 수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오늘의 수련은 정말 귀한 기회이다. 복합적인 상황들이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오늘은 그런 날이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는데 아직 오지도 않은 피곤함을 걱정하며 갈등했던 잠시의 순간이 후회되었다. 역시나 수련을 가면 결국엔 기분이 좋아진다.
2.
오늘은 둔근과 골반 단련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했던 것들을 복기해보면,
lateral posiition & knee band
upper side leg: external rotation.
책처럼 펼치고 접고 하는 단순한 동작인데 중요한 포인트는 골반을 잡고 아래로 당겨서 옆구리 근육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발끼리 마주 붙이고 떼지 않기, 펼칠 때도 골반을 움직이지 않도록 신경 쓰고 땅에 닿은 골반을 바닥으로 눌러내기. 펼치고 닫을 때 천천히, 특히 닫을 때에는 저항을 느끼면서 움직일 것. 위를 향한 다리-골반 높이로 들어 뒤로 뻗기. 골반 높이로 들 때 정강이 아래로는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드랍을 시키고, 뒤로 뻗은 후 위로 한 번 더 업. 옆구리 근육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전체 둔근을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두 가지 활동 후 아르다찬드라사나-비라바드라3 동작으로 마무리했다. 중둔근 텐션을 올려놔서 다른 자세를 몇 번 더 반복했다. 더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비라바드라3 자세에서 오른쪽 다리는 늘 힘이 달린다. 나에게 필요한 연습이었다.
오기를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