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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상인 Apr 25. 2024

2023년 8월의 기록



언더독요가 8월 출석부



2023. 08. 07. (월) 언더드릴




몸 풀고 근육 깨우기. 무릎을 밀고 당기며 손과 반대 방향으로 저항하는 힘을 쓰면서 복부, 팔 근육, 골반과 hip 근육을 깨우는 것을 했다. 겉보기엔 정적인데 그 동작을 하고 있는 본인은 온몸이 벌벌 떨리며 굉장히 애를 쓰게 되는 동작이다. 한 번도 안 해본 방법으로 해서 생소하고도 신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빈야사에서 수리야A 때부터 일찍 점프백 구령이 나왔다. 점프백을 위해 발 앞에 놓인 손에 체중이 실려야 하고 점프를 하지 않는 점프백-슬라이딩백 내지는 플로팅백-을 하려면 코어의 힘도 무지하게 쓰이는데 넘사벽처럼 거대한 한계가 느껴지지만 계속 반복하며 힘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싯팅에서 중간에 아카샤아사나를 시도했다. 아카샤를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조금씩 진입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물론 오른쪽과 왼쪽의 균형이 안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브로.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다.


안되는 게 발견되었을 때 좌절보다는 '알아차림'으로 전환. 모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몸이 어떻게 힘을 쓰고 작용하고 있는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 모든 수련에서 기본을 충실하게 해나가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어떤 수련을 할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임할 것인가.

나는 어떤 수련을 원하는가.

요가 수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요가를 하면서 이런 것들을 늘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오늘도 떠올린 두 글자는 '리셋'.







2023. 08. 10. (목) 리얼라인



종아리 교차하여 편하게 앉아 골반 회전운동을 했다.

마치 아이솔레이션 춤을 추듯 앞으로 돌릴 땐 카우포즈, 뒤로 돌릴 땐 고양이등으로 회전하며 풀어주었다. 오늘 유독 오른쪽 골반이 불편했다. 뭔가 들려서 앉은 느낌이 들어 무릎을 들었다가 놨더니 조금 나아졌는데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쓰다 보면 일상에서 틀어진 게 참 많은 것 같다. 요가를 하면서 몸을 인지하며 살다 보니 내 몸에서 어디가 어떨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 왔는지를 느낄 수 있다.


요즘 리얼라인 수업 몇 차례 출석해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마무리 시르사아나사를 할 시간이 촉박하지만 급하게라도 일단 해보고 마무리해 보자는 선생님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 짧은 순간임에도 시르사에서 파드마 좌우로 스위치 해서 짜는 것도 하고 무릎 내려서 상완-겨드랑이로 내려서 윗등을 둥글게 힘주는 것도 했다. 이렇게 급하게 마무리하는 데도 사바아사나 2분가량 챙겼다.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이런 숨 가쁜 수업이 정신없다거나 체계 없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나는 정감 있고 솔직해서 좋았다. 선생님이 사람들의 수련 모습을 보면서 조금 더 격려하고 조금 더 바르게 유도하기 위해 챙기다 보니 6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지는 것이다. 수련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오늘도 즐겁고 좋은 수련을 경험한 것 같다.






2023. 08. 13. (일) 빈야사



1.

말라아사나로 시작했다.

어제 언더드릴 망원유수지 운동모임의 여파로 하체 근육이 많이 뭉쳐있다. 어제 열심히 몸을 잘 풀었지만 피로도가 높았나 보다. 특히 내전근의 근육통이 상당했다. 그래서 말라아사나 자세가 시원하게 느껴졌지만 곧 비라바드라를 만나면서 내전근의 통증이 온몸의 에너지를 지배했다.


빈야사 내내 내전근의 통증과 싸워야 했다. 나는 주로 얻어맞고 방어했다. 내전근이 나를 창으로 찌르면 나는 온몸으로 저항하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내 생애 이렇게 고통스러운 빈야사가 또 있었을까.


어제의 운동이 내전근을 많이 사용한 걸까 아니면 다른 근육을 썼어야 하는 움직임인데 대신 내가 내전근을 많이 사용한 걸까. 아무튼 오늘의 빈야사는 평소보다 두 배는 힘들었다. 어제 운동모임에서 봤던 사람들은 오늘 아침 수련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 어디로 갔나. 나의 도반들아. 오늘은 쉬는 게 맞았던 걸까. 



2.

수리야나마스카라 하고 와일드띵&우르드바다누라사나 전환도 하고 트위스트도 하고 극락조 자세까지 어찌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힘겹게 지나갔다. 그래도 정말 신기하게도 극락조 자세에서 흔들림 없이 양쪽 다 스탠딩과 다리 펴는 것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렇게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기존에 하던 동작들이 몸에 새겨져 있는 것인지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기특한 나 자신에게 어깨를 툭툭 쳐주고 싶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 3회 하고 컴업으로 올라갔다가 앞으로 발사되고야 말았다. 다시 드롭백으로 내려갔다가 우르드바 하고 누웠는데 컴업에서 하체 힘, 발바닥 힘을 꽉 부여잡고 집중력 끝까지 이어 갔으면 앞으로 발사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부터는 집중하기로 해.


아프다 아프다 했지만 사실 어제의 그 크로스핏 같은 운동 강도에 비하면 컨디션이 꽤 괜찮다. 수련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내 몸 상태가 어떠한지. 비록 근육통은 있지만 톤은 더 세진 것이 느껴진다.



3.

마무리에서 시르사아사나 후 파드마 스위치 하며 짜고 다리 하나씩 내렸다가 올렸다가 하면서 힘 기르고, 땀으로 온몸이 미끌거리도록 수련하고 난 후 사바아사나로 빠져들었다. 에어컨 때문인지 몸이 금방 식었다. 방금까지 몹시 뜨거운 몸이었는데 급하게 쿨링다운되어 다음부터는 아무리 더워도 꼭 담요를 챙기리라 또 한 번 다짐.


근육통은 곧 지나간다. 이런 건 시련이 아니다. 시련은 만약 내가 이런 근육통이 두려워 도전에 주저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시련이 될 것이다. 좌절과 두려움, 이로 인한 회피와 타협. 이런 것에 휩싸이는 그때가 내 인생의 시련이다. 그래서 오늘도 개운하고 고단한 아침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이 요가의 힘이지.

몸을 쓰며 나를 느끼고 나의 태도를 인지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질문하기도 한다.

내 인생에 요가가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2023. 08. 16. (수) 언더드릴



1.

매일 보는 얼굴들과 정겹게 수련을 시작한다. 널찍하게 자리하여 아늑하게 수련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명상으로 시작하여 차근차근 몸을 풀고 스트레칭 같은 워밍업 동작을 하면서 본격적인 수련을 준비했다. 빈야사에 들어가기 전 점프백을 위해 어깨에 체중을 싣도록 방법적인 면을 한 번 더 설명해 주셨다. 오늘만큼은 모든 수리야나 차투랑가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반드시 점프백으로 이동하리라 혼자 다짐하며 빈야사에 들어갔다.


매트 위에 서서 사마스티티를 할 때 앞자리에 J의 뒷모습이 정면으로 보였다. J가 흔들리거나 움직일 때마다 시선이 뺐겨 집중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특히 신경 써서 더욱더 집중하려고 애썼다. 차투랑가를 위해 점프백을 할 때 나는 손이 여전히 너무 가깝다. 전굴이 잘 되는 편이라 발 옆에 손을 두는데 그렇게 되면 아직 힘이 달려 어깨에 체중을 싣는 게 어렵게 된다. 그래서 손을 앞쪽으로 조금만 멀리 짚으라고 하시는데 그러면 매트 밖으로 튀어나가고 거리감이 없어진다. 이게 나의 과제 중 하나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거리를 찾을 수 있는가. 체중 싣는 힘을 기르고 거리감을 찾기 위해서는 계속 반복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아무튼, 시나브로.



2.

오늘은 워리어3에서 떨어지지 않고 정렬 맞춰서 잘 유지했다. 흔치 않은 날이다. 

심지어 나무자세에서 눈 감고 서있는 것도 흔들림 없이 잘 유지가 되었다는 점에서 오늘의 근력과 집중력 협응이 잘 된 날이다. 보통은 둘 중 하나가 나의 기대치 궤도를 항상 이탈하기 때문에 철퍼덕 거리기 일쑤인데 말이다. 앞자리 J에게 시선을 빼앗기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것이 예상치 이상으로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3.

우르드바다누라사나 어깨 텐션은 있었지만 발바닥 밀어내기에 내 두 눈이 달린 것처럼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발이 자꾸 자기 자리를 찾으려고 계속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선생님이 두 번이나 와서 핸즈온을 했다. 발을 선생님 발로 밟고 무릎 밀기, 골반 누르기. 발바닥에서부터 저항하는 힘의 뿌리 가져오기. 온몸이 부들거린다.


시르사아사나 파이널에 팔꿈치 밀어서 머리를 띄우는 중에 5초 정도 혼자 떠 있다가 바닥으로 주저앉을 뻔한 순간 선생님이 냉큼 와서 구조해 줬다. 선생님이 발목 잡고 올려주시면 나는 팔꿈치를 있는 힘껏 밀어낸다. 정말 그 순간만큼은 나의 최대치인데 거기에서 선생님은 항상 무릎으로 배를 가리킨다. 고개를 들어 복부를 조이면서 코어에 힘을 쓰라는 뜻이다.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목적과 바로 설 수 있도록 지탱하는 힘의 연결이다. 그때가 제일 힘들다. 정말 기진맥진의 순간인데 막상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에너지가 스펀지를 타고 물이 쪽 흡수되듯이 부드럽게 채워져 올라온다는 게 놀랍다. 잠시 아기자세로 있다가 그 다음이 바로 차투랑가단다아사나인데 그 어느때보다 반듯하게 움직일 힘이 나오기 때문이다. 언제가 혼자 머리를 들고 서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에도 이 느낌을 기억해야겠지. 과연 혼자서 고개를 들고 바로 서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아직은 까마득하지만 그냥 이 여정을 즐기는 것이 좋다.



4.

사바아사나 내내 얼큰한 라면이 생각났다. 치과진료를 받은 후라 굶고 왔더니.. 사바아사나 때 음식 생각이 난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정말 본능적인 순간이다.


그래도 결국 라면은 먹지 않았다. 재미없는 결말.






2023. 08. 30. (수) 언더드릴



열흘 만에 언더독요가 수업을 갔다.

코로나 4년 차에 처음으로 코로나에 감염이 되어 증세가 심하여 너무 몸이 아프고 숨 쉬기도 힘들었다. 두통과 어지러움이 아직 진하게 남아 있지만 요가를 가야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착하니 역시나 부지런하게 제일 먼저 도착해서 휴식 중인 H와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나도 그 사이에 껴서 코로나 ‘투병’ 이야기로 한바탕 징징타임을 가진 뒤 오늘 많이 쉬어가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미리 엄살을 부려놨다.


하지만 막상 빈야사가 시작되어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하는데 몸이 따뜻해지면서 점점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힘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 이래서 내가 요가를 하는 것 같다. 마무리 시르사아사나를 하고 팔꿈치를 밀어 머리를 띄우는 것도 스스로 했다. 열 카운트를 혼자 버티다니. 내 만두카 매트가 놀랄 일이다. 몸이 열흘 사이 가벼워진 건지, 호흡이 힘들어서 더 열심히 호흡을 하려고 애를 써서 그런지 빈야사는 순조로웠다. 일어설 때마다 어지러워 눈을 질끔 감았지만.


열흘간 몸이 아팠고 기운이 없었지만 다시 돌아온 요가원에서 요가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친근하게 맞이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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