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9. 01. (금) 하타
1.
2주 만에 하타. 3주 만에 만난 금요일 하타 선생님.
머리에 꽉 조이는 밴드를 씌운 듯한 긴장성 두통으로 컨디션이 정말 별로였지만 요가가 하고 싶어 수업에 출석했다. 분명히 부장가아사나 할 테고 등 쓰고 팔 쓰고 고개 젖히고 하면서 애쓰느라 두통이 더 심해질지도 모르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만 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갔다.
자누시르사 후 측굴을 하는데 골반에서부터 옆구리까지 구간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타이트한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안 쓰고 내버려 두면 이렇게 굳어버리는 게 우리의 몸이다. 태어날 때부터 유연해서 쫙쫙 늘려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꾸준히 반복적으로 몸을 써 줘야 녹슬지 않는 것 같다. 트리코나아사나 같은 자세도 모양은 매우 단순하지만 몸 안에서 일어나는 다이나믹은 꽤나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타는 조용히 흐르지만 또박또박 밟아가며 흘러야 하므로 꾸준히 수련하며 야금야금 성장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잘 되던 동작들이 안된다고 실망하거나 마음 쓸 필요가 없다. 부상 없이 천천히 또 쌓아가면 된다.
2.
오늘 부장가아사나를 할 때 다리를 모으고 상체를 드는 시도를 했다. 허리가 무척 뻐근했다. 등을 꽤 조이고 다리 힘으로 상체를 일으켜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타식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하는데 후굴은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진행이 되는데 골반에서부터 복부까지 구간의 서혜부 쪽이 타이트하여 굉장히 당겼다.
아, 아파서 누워지내느라 몸을 안 썼더니 여기가 이렇게 타이트한데 후굴각이 그대로 나오는 거면 나는 지금 허리를 쓰고 있는 거겠군, 하면서 뭔가 잘못된 기분이 들었다. 뭔가 공식처럼 존재하는 쓰임의 메커니즘이 있는데 그 구조의 구성요소 중 한 군데가 이상한데 또 다른 한 군데가 정상 작동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뜻이다.
하누만아사나 할 때도 뒤로 뻗은 다리를 접으려고 하니 뒷다리가 바로 접히지 않고 완전한 대각선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바로 세우고자 무릎 위치를 몇 번이나 조정했으나 바르게 교정되지 않았다. 도구를 미리 챙긴 상태도 아니라서 밑에 뭔가를 받치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진행을 했더니 허리가 아팠다.
앞벅지와 골반이 제대로 열리지 않은 상태이지만 정렬을 잘 맞춰보고자 애쓴 수준에서 오늘의 수련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억지로 힘으로 누르다 보면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더 욕심을 내지 않기로. 급하지 않은 마음, 수련 시간의 축적은 내 요가 여정의 깊이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줄 테니까.
3.
오랜만에 하타 수업 출석하니 좋았다. 이 수업 저 수업 다 듣고 싶은데 몸이 하나밖에 없다. 역할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나의 가족과 조화롭게 나의 위시리스트를 조금씩 체크해나가야 하는 입장이니 속상하게 여겨봤자 얻을 수 있는 건 조급함뿐이다.
그래도..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
2023. 09. 04. (월) 언더드릴
1.
평소보다 5분 정도 더 일찍 도착해서 여유롭게 몸을 풀었다, 일찍 도착하니 이렇게나 여유롭다. 너무 좋은데 늘 시간이 없다. 분 단위로 살아가는 내 인생, 여유가 필요한데 물리적 여유를 만들려고 시도하면 불가능에 도전하는 기분이니 마음이라도 잘 다독여보려고 한다.
도반들이 몸 괜찮으냐고 안부를 물어봐 주어 고맙고 정감 있었다. 도란도란한 분위기.
2.
누워서 시작했는데 무릎을 손으로 밀며 코어를 단련하는 동작으로 열었다. 토요일에 언더핏에서 코어운동을 중점적으로 했더니 아직도 배가 당기고 복근이 뭉쳐있어 수업 열기 동작이 힘들었다. 수리야나마스카라에서 점프백 열심히 시도했다. 아무래도 복부가 뭉쳐있어 아프다 보니 힘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복부 힘이 중점이 아닌 것 같은 동작들에서도 배가 아팠다. 그만큼 '코어'는 말 그대로 우리 몸이 힘을 쓰는 중심인 거다.
3.
오늘 정신을 나름 집중한다고 했는데도 엉뚱한 행동을 조금 했다. 시퀀스 구령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던 거다. 예상하고 움직이면 안 되는데 습관처럼 몸을 써버리는 순간이었다. 살짝 민망했지만 시치미를 떼고 다시 합류했다. 트리코나아사나는 지난번 하타 때보다는 안정된 상태로 돌아온 느낌을 받았다, 트리코나아사나에서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측각으로 뻗는 것도 연결하고 비튼 삼각자세도 했다. 옆구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어서 아르다찬드라와 비라바드라3의 연결, 나무자세 구간에서 또 강풍에 휩싸인 버드나무처럼 휘청이곤 했지만 다시 중심으로 데려와서 토닥여 주었다. 흔들리는 순간이 아차 싶으면서도 아쉽지만 다시 중심으로 데려오기에 집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판단하거나 뜸 들이지 말고 그냥 해. 정신 상태와 마음가짐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시련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반복되는 루틴이 흔들리거나 정교하게 잘 흐르던 시간에 금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힘들다는 생각이 몸을 지배하는 순간 고통은 배가 되고 해결 방법보다는 회피 방법에 집중하게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 괜찮다고 다독이는 마음. 이런 것들이 루틴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 이번에 몸이 아프면서도 느낀 점이기도 하다. 늘 당연한 생각이라 여겼는데 내 일상의 사례와 연결되니 어떤 느낌인지 더 진하게 와닿는다.
4.
오늘 갑자기 파도처럼 몰려오는 결심 하나가, 핸드스탠딩. 그거를 해야겠다. 이유는 모르겠고, 나는 그것을 반드시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멱살을 잡고 쥐어흔들 듯 매우 폭력적으로 강렬하고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아프다가 돌아와서 컨디션이 엉망인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완성 시기는 정해두지 않았고 언젠가는 반드시 핸드스탠딩을 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으로만 귀결되었다.
그 완성 시기가 요가의 여정에서 아주 뒤늦게 찾아올지도 모르겠고, 생물학적인 나이도 벌써 마흔을 바라본 이 시점에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퇴화될 가능성이 더 큰 인체를 도구로 살아가는 입장이지만 어느 날엔 몸이 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지고 해보고 싶다.
급하지 않게, 시나브로.
꿈 많은 나이는 마흔이었구나.
부장님이 나에게 속에 소년이 들었다고 웃으시던 게 생각난다.
2023. 09. 19. (화) 아쉬탕가
2주 만에 아쉬탕가 수업을 갔다.
그 사이 집에서 딱 한 번 홈아쉬탕가로 셀프수련을 했지만 최근에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몸이 무거워지고 살도 찌고 근육통이 있어 그다지 의지가 타오르진 않았다. 그러나 수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간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출석을 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최근에 사람이 늘어난 건지 아니면 아쉬탕가 수업이 60분으로 축약되어 사람들의 부담감이 줄면서 심리적 장벽이 내려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사람들이 북적이니 열정적인 에너지를 공유 받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수업 전에 아쉬탕가 수련이 처음이신 분, 몸이 아프신 분 등 요모조모를 질문하며 사람들의 컨디션을 살폈다. 반다 잡는 것도 강조하고, 아쉬탕가는 원래 체력 소모가 많은 수련이기 때문에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누구든지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그래도 끝까지 수련을 이어나가려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을 격려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집에서 혼자 수련을 할 때도 어떤 날은 에너지가 샘솟는 기분이지만 어떤 날은 90분짜리 구령 영상이 너무 길게 느껴질 때도 있어 어떤 아사나는 너무 지치고 어떤 시퀀스는 건너 띄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든다.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엔 그런 몸 상태보다 그런 마음을 품는 나 자신을 탓하거나 시시하게 여기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잘 해내는 수련'이 아니라면 안 된다는 강박도 생기고 힘든 걸 감내하고 할 수 있는 컨디션일 때에만 수련을 하려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수련을 일부러 피해본 적은 없으니 마음을 잘 다스린 편인 것 같다. 몸살이 심하거나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 걸렸을 때 정도만 쉬었고 다른 나날들은 시간만 되면 무조건 수련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성실하게 해온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할만한데 왜 이렇게 다그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인가.
차분하고 다정하기를.
꾸준함의 힘을 믿고 나를 믿자.
비교하지 말기. 과거의 나와도 비교하지 말고 옆 사람과도 비교하지 말고, 그냥 해.
마치고 선생님과 스몰토크. 정감 있는 교감이 수련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결론적으로는 열심히 하자는 파이팅이다.
2023. 09. 26. (화) 아쉬탕가
주차 자리 찾다가 3분 정도 지각을 했다.
몸도 못 풀고 머리도 못 땋고 후다닥 자리로 가서 수리야나마스카라A 첫 번째 세트에 겨우 탑승했다. 몸이 안 풀린 것에 비해서는 햄스트링 컨디션은 괜찮은 상태로 있어주어 전굴 동작들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지만 그래서 복부반다를 놓치곤 한다. 전굴이 쉬이 되는 사람일수록 반다를 항상 신경 써야 한다.
스탠딩 후에 싯팅에서 파스치모와 푸르보따나 후 자누ABC 그리고 마리치ABCD를 오랜만에 다 했다. 마리치C까지도 겨우겨우 잘 걸고 지나갔는데 D에서는 정말 숨 쉴 틈이 없었지만 선생님의 도움 없이 결박하는 것에는 성공을 해서 내심 기뻤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 하는데 선생님이 견갑 아래에서 힘을 주어 훅 밀었다. 진짜 한계치에 왔다고 느껴질 만큼 밀린 거라 너무 힘들었다. 마치고 선생님이 가슴 더 밀고 다리를 더 펴내면 후굴각이 잘 나올 것 같았다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후굴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찡얼찡얼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
피니싱에서 우트플루티히 없이 끝났다. 시르사도 없이. 이런 마무리는 처음이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지. 시간이 없다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모두가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창문에 습기가 차고 내부가 후끈거렸다.
나도 정수기 앞으로 가서 물을 벌컥벌컥. 짧아도 아쉬탕가는 아쉬탕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