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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상인 Apr 25. 2024

2023년 11월의 기록



언더독요가 11월 출석부






2023. 11. 01. (수) 언더드릴




오늘 수업에 모인 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두 아는 얼굴이었다. 친밀한 관계가 아닌 사람이라도 아는 얼굴이 보이면 어쩐지 수업이 더 즐거운 느낌이다. 시너지가 있는 것 같다.


호흡명상 후 단련 동작들을 행했다. 블럭 두개로 시르사2도 하고 에카파다바카아사나 연습도 했다. 차투랑가로 연결도 하고, 블럭에 몸을 얹었다가 플랭크로 아주 살짝만 띄우는 것도 했다. 이건 푸쉬업과 차원이 다른 난이도다. 어딘가에 기대 있다가 몸을 살짝만 드는 것은 그냥 확 들어 올리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전신이 바들바들.


요즘에 살이 쪄서 그런 건지 운동 횟수가 줄어서 그런 건지 몸 쓰는 게 왜 이렇게 둔한 건지. 문득, 노화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노화를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 나이인 건 사실이지만 그것을 예상하고 기다리는 것과 실제로 겪는 건 다르다. 지난 세월 생각을 하면 지금과 비교되면서 서글프기만 하고 현재의 몸 상태를 걱정만 하게 될 테니 길게 생각하지 말자. 노화라기 보다는 운동 부족, 노력 부족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안하다. 그건 그냥 하면 되니까. 


비록 오늘 수련에서 여러 번 철푸덕 거리고 바카아사나 때 앞으로 고꾸라지기까지 했지만 무언가를 놓치고 잃어가는 기분이 들수록 더 집중에 집중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마음을 붙잡기 위해 몸을 붙잡고 집중. 실존적 감각. 집중하고 일상을 정리하자.







2023. 11. 03. (금) 하타



1.

밧다코나아사나 후 골반 열고 정렬 맞추는 동작들을 이어갔다. 골반이 뻑뻑했다. 무릎도 당기고 발목도 아팠다. 템포가 느린 이런 하타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몸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이 부분이 굳어져 있구나. 이 부분이 편안해졌구나. 몸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있어 좋은 인생이다.


파드마를 짜는 여러 가지를 했다. 오른쪽 다리 먼저 접는 건 아쉬탕가 때 매번 하는 방향이라 익숙한데 왼쪽부터 접는 건 무척 어색하다. 파드마를 짠 상태에서도 몸이 비틀어진 느낌을 받는다. 금세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수련을 통해서 비대칭을 인지하는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

오늘 어색한 아사나를 해봤다.

이름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 한 다리로 서서 취하는 후굴 자세인데, 나무자세로 다리 하나를 접어 허벅지 내측에 발바닥을 붙이고 손바닥을 골반 뒤에 붙여서 골반을 앞으로 밀면서 흉부를 들어 후굴, 가능하면 시선은 하늘. 균형도 잡아야 하고 다리 힘, 코어 힘, 흉부 후굴력 모두 협응이 되어야 했다. 나는 균형이 무너질까 봐 고개는 넘기지 못하고 계속 잘란다라 반다를 꽉 잡고 있었다. 다음엔 고개도 넘겨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어김없이 오늘도 부장가아사나와 라자카포타아사나를 연결했다. 아주 야금야금 부장가아사나 흉추커브가 늘어난 것 같다. 손을 몸 가까이 데려와 상승할 때에 어깨 내리는 게 이전보다 나아진 느낌이 든다. 날개뼈 아래 브라선 그 어딘가의 라인에 쥐가 날 정도만큼 등을 조여서 하늘로 밀어올렸다. 제대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느끼기엔 개선된 것 같았다.


라자카포타로 가기 위해 다리를 접을 때, 그때 이미 무릎이 당겼다. 하체가 덜 풀렸다. 불안한 마음이 견인해 온 탓일까 허벅지 뒷면도 경직됨이 느껴졌다. 아플지도 모른다는 겁을 먹고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자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이 찾아와 머리 뒤로 넘기면서 쥐가 나도 다리를 더 잡아당겼더니 아니나 다를까 잠시 쥐가 났다. 선생님이 엉덩이에 힘을 빼고 허벅지 힘으로 당기라고 하셨다. 다리에 힘을 줘서 당기면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던데 엉덩이 힘을 빼는건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떤 느낌일지 행하는 사람의 몸을 관찰해 보고 싶다. 지난주에 잠시 그 차이를 알 것도 같았는데 정확하게 모르겠다. 



3.

하타의 시간. 감사하고 재미있다. 

아 참, 손목 가동범위 챙기기. 손바닥 안으로 뒤집어서 바닥에 댈 때 매우 고통스러웠다. 간간이 풀어줘야겠다. 고통스럽지만 꽤 시원하다. 






2023. 11. 13. (월) 언더드릴




제법 날씨가 쌀쌀해져 웜업을 위해 이제는 윗도리를 하나 더 챙겨 입고 수련을 시작한다. 사실 웜업은 미리 도착해서 몸을 풀다 보면 예열이 되니까 날씨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데 미리 도착하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주말에 북한산을 꽤 길게 탔다. 의상능선으로 올라가 비봉능선으로 내려온 코스인데 바위를 자주 넘은 여파인 것 같은데 몸이 조금 피곤하고 다리가 무거웠다. 인후통도 있고 코도 울혈이 심해 수련 초반에 사람바 시르사에서 역자세 호흡을 하다 보니 코가 더 뚱뚱해지는 느낌이었다. 호흡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숨 쉬려고 노력했다.


호흡은 더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집중은 많이 흩어졌다. 어쩔 수 없다. 초집중을 해도 흔들리는 날이 허다한데 오늘은 집중이 계속 흐트러져 비틀거리다 못해 계속 털썩털썩 거렸다. 속으로 "오늘 완전히 엉망진창이네." 하는 생각이 들자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웃겨서 수련 중간에 소리 없이 히죽히죽 웃음이 터졌다.


웃는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엄청 애썼는데 생각해 보니 웃는 게 들킨다고 해서 선생님이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을 것 같다. 선생님과 그 정도의 신뢰는 쌓인 것 같다.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가.


사바아사나 하는데 엉망진창의 여운이 감돌았다. 산만한 몸과 마음의 상태에서 했던 수련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아쉬운 부분이 머리 위로 떠오르긴 했다. 집착 금지.


이미 다 흘러갔다. 

그 순간엔 가진 컨디션에서 최선을 다했고 어느 순간엔 버거워서 휘청거렸다. 흘러가는 시간에 집착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착으로 당겨오는 의지는 즐거움보다는 고민과 고통이 달라붙을지 모른다. 매일의 수련에 의미를 두고 매일의 수련을 즐겁게.


요가하면서 길을 잃지 말자.

길을 잃으면 즐거움은 사라지고 불안함이 지배한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집착이 있다면 얼른 잡아서 구겨서 쓰레기통으로 골인.

됐어.






2023. 11. 18. (토) CP, 하타



CP와 하타. 각 90분. 두 개 수업을 연달아 참여했다.


1.

CP수업에 무슨 이유인지 지각을 했다. 한숨.

고양이 발걸음으로 부랴부랴 도구를 챙기고 매트에 앉자 마자 옆 사람과 같은 모양의 몸을 만들어 본다. '골고루' 몸을 푼다. 아주 약간 늦었지만 괜찮다. 잘 따라가면 되니까.


토요일 요가수업 참으로 오랜만이다. 주말마다 주어진 개인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위시리스트에서 언제나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쩌다 보니 토요일 수업에 참여하는 게 벌써 넉달 만인데 지각으로 시작.



2. 

선생님마다 특징이 있고 그건 당연히 그분 수업의 특징으로 이어진다. 토요일 선생님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우선은 음성이 또렷하고 전달력이 좋다. 또 차분하면서도 친근한 말솜씨로 가끔 적당한 유머를 던져 힘든 동작으로 다들 고통스러워 하는 순간에도 터져나오는 웃음을 준다.


그리고 이건 내가 느끼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여기는 것인데, 수업 내내 정말로 학생들에게 대하듯 '수업'을 하신다는 것이다. 360도 방향을 돌며 동분서주로 시범을 자주 보여주고, 부지런히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핸즈온을 해주는 선생님의 애정어린 모습을 보면서 수업에 참여한 모두는 아무리 힘들어도 내팽개친 의지를 얼른 주워 담게 된다.


초보자든 숙력자든 누구든지 오늘 수업이 마치 요가가 처음인 것처럼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고 차츰 빌드 업을 해나가도록 꼼꼼히 알려주신다. 친절한 안내자. CP 속에 몰래 숨겨진 잔잔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근력운동 동작들을 수회 반복하다 보면 나가떨어지듯이 사바아사나 시간이 온다.



3.

다음 수업 시작 전까지 텀블러에 담아온 뜨거운 루이보스차를 홀짝이며 밸런틱으로 몸을 푼다. 예전 수업들, 다른 선생님들에게서 배운 방법들을 동원하여 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풀면서 스몰토크 중인 H와 선생님의 대화 사이에 나도 은근히 스며들었다. 짧은 대화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가 스핀 오프 되며 이어졌다.



4.

2교시는 하타.


오늘은 와일드띵에서 우르드바다누라사나 후 회전하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타깃으로 몸을 열어나갔다. 안전하게 이륙하고 잘 착륙하기 위해서 후굴부터 팔 힘까지 골고루 다지는 시간들을 지나와 또 찾아온 꿀 같은 사바아사나. 비명 없이 잘 착륙한 안도감을 간직하고 기분 좋게 마쳤다.


넉달만에 만난 토요하타.

자주 오고 싶다.







2023. 11. 20. (월) 언더드릴




1.

명상호흡 후 바로 블럭 두 개로 사람바 시르사, 그리고 에카파다로 유지하는 것도 연습했다. 지난 시간에 이거 하다가 팔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인지 오늘은 이전보다 머리에 체중을 많이 싣고자 하는  게 느껴졌다. 머리쪽에 자꾸 의지할 것이 아니라 무게 분배를 노력하며 바들거리기 전에 얼른 호흡.


대각선으로 뻗는 에카파다. 수직으로 드는 것보다 대각선으로 다리를 뻗는 것이 당연히 훨씬 더 힘들다. 무게의 중심이 머리로부터의 수직점에서 벗어나면서 내 무게를 분산해서 받아줄 곳이 줄어드니까 팔과 코어힘으로 어떻게든 해봐야 한다.


복부의 힘으로 등을 둥글게 하고 무릎을 팔에 얹어 힘을 최소화해보라고 하시는데 '힘을 최소화'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쏭달쏭했다. 머릿 속으로 가공하여 적용해 본 건 무릎으로 팔을 짓누르거나 팔꿈치 관절에 기대지 말고 해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힘을 최소화하기엔 내 근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것 같다.



2.

빈야사 시작. 새싹이 온 힘을 다해 흙을 뚫고 자라나듯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수리야나마스카라를 지나간다. 비라바드라를 거치고 아르다찬드라도 잘 지나가다가 워리어3 자세로 연결할 때 철커덕 걸려든다. 이후 나무자세에서도 집중력을 잃고 철퍼덕. 활 자세에서도 후들후들 철퍼덕을 반복했다. 한편으론 미스터리이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 그 자세해봐. 하면 자다가도 손 쉽게 할 자세들이지만 빈야사로 이어질 땐 쉽지 않다. 


어떨 땐 정신력의 영역이 꽤 크다 싶은 순간도 있다. 여기 이 지점이 나의 위기라고 인지하는 순간부터 근육은 위기상태로 자동 세팅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모멘트에선 언제나 '역시나'하며 몸이 반응을 한다.



3.

시르사아사나 후반부, 팔꿈치로 바닥을 밀어 머리 띄우며 파이널 쥐어짜기를 시도해 본다. 중간 카운트부터 선생님이 발목 잡아 올려주셨다. 매번 잡아주기도 힘드실 텐데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번쩍 들었다. 이 머리들기는 선생님이 반복해서 시키는 부분이었는데 정말 알게 모르게 조금씩 는다. 이게 바로 언더드릴 수업의 힘이다. 물론 혼자서는 그렇게 번쩍 들지는 못하지만 예전보다 팔꿈치로 바닥을 밀어 머리를 띄우는 것이 미세하게 가벼워졌다. 반복된 수련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나만 아는 미세한 차이를 느끼며 집중력이 달아나지 않도록 감아쥐고 사바아사나로 퇴장한다.



4.

휴식이 아니라 요가의 마무리 동작. 가만히 송장처럼 누워있기 위해 땅에 닿은 내 몸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나는 가끔 사바아사나 동안 상상을 한다. 투명한 관 속에 누워 땅 깊숙이 파묻힌 나의 관 위로 사람들이 흙을 덮어주는 장면들이다. 그 누군가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사바아사나를 할 때 그런 말을 속으로 가끔 한다.






2023. 11. 21. (화) 아쉬탕가



1.

조금 촉박하게 도착했지만 다행이도 매트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앞줄에 하나 남아있어 그곳으로 자리를 정했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매트 펼친 자리들이 좌우로 줄이 안맞고 들죽날죽해서 분명 전체 면적으로 보면 공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여기에서 한명이라도 더 오기만 해도 매트 펼칠 자리를 정하기엔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나는 내 뒷자리 분이 감사하게도 매트 위치를 조정해주셔서 공간을 널찍하게 사용했다. 그럼에도 오늘같이 자리가 산만하게 펼쳐져 있을 때면 왜 이렇게 기분이 언짢은 건지. '언짢음'에서 나를 들여다 보게 된다.


아.. 난 이런 상황에서 불쾌한 느낌을 가지는구나. 히스테리컬 하고 엄격하고 냉정한 게 나의 모습인걸까.

내가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면에 있어서는 신경질적인 면이 있구나. 또는 정리정돈에 대해 중요시 여기는 습관들도 언짢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고의로 피해를 주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없는데 왜 혼자 기분이 좋지 않은가를 따져 묻느라 수련 전에 잠시동안 마음이 일렁였다.



2.

이런 시답잖은 요소들로부터 불쾌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마주할 때면 명상이 필요한 순간임을 느끼게 된다. 날카롭고 고요한 찰나를 잠시라도 머물다 보면 마음에 공간을 배급한 기분이랄까.


내게는 글쓰기 시간이 몰입감과 기분 좋게 묘한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예전엔 틈날 때마다 글을 썼는데 이마저도 요즘엔 못하다 보니 그래서 요즘 이런 예민 덩어리가 되었나 싶기도 하다. 이것도 PMS로 해석해야할까. 시기적으로는 맞는데. 끼워 맞추기.



3.

나는 다소 장독립적인 면이 있고 군중 속에서 본인에게 집중을 하는 데에 소질이 있는 편인 사람인데 그런 행태는 요가할 때 나의 성향으로도 연결된다.


어떤 회원님이 오늘 수련 중의 내 모습에 대해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상대의 모습을 한번도 보질 못해서 화답하며 해줄 말이 없어 난감했다. 옆에 있어도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관심이 없기도 하고 사실은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상대가 그렇게 말하니 어떤 반응을 해야 좋을지 난처했던 나는 그냥 웃음을 지으며 침묵했다. 상대가 뻘쭘했을까. 나는 그런 사람. 어쩌겠어. 



4.

오늘의 우르드바다누라사나. 가슴을 뒤로 밀면서 골반에서부터 위로 상승하는 에너지도 함께 가져가려고 애썼다. 다리펴기를 위해 골반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을 시도하다보니 어떠한 한계점이 느껴지면서 이 한계점에서 앞으로 수련을 잘 해내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면서 고통 아래로 희미한 희열도 느껴진다. 한계를 만나면 기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야. 이상하지만 어쩌겠어.


마치고 정수기 앞에서 물을 들이키며 J와 스몰토크. 아쉬탕가는 수분을 부르는 수련이다.


오늘은 유독 예민한 내 모습을 많이 들여다 본 날이다. 나에겐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는 거다. 내 모습에서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인다면 그냥 잘 다듬어주자. 이런 특성들은 삶에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잘 녹여내면 그만이다.






2023. 11. 28. (화) 아쉬탕가



1.

3분 전 도착. 겨울이 되니 옷을 벗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려 1분을 잡아먹게 되어 머리를 땋지도 못하고 양 갈래 겨우 묶고 수련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늘은 머리가 많이 쥐어뜯길 예정이다. 허겁지겁. 이건 내가 싱글이 아닌 이상 벗어나지 못할 상황인 것 같다. 그래도 출석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아쉬탕가는 수련은 사전에 스스로 몸을 푸는 시간이 제법 중요한데 잠시도 쉴 타이밍 없이 수련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이다선생님이 부랴부랴 합류하는 회원들의 상황이 마음이 쓰이셨는지 수련 전에 간단하게 몸을 풀 시간을 주셨다. 수련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세심함이 감사하다.


2.

왼 다리로 서서 웃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에서 버드나무처럼 휘청거리다가 철푸덕. 산만한 나의 철푸덕거림은 영원한 것이 아니니 가볍게 무시하는 태도로 호흡에 집중.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오늘의 상태에 다그치지 말 것.


3.

땀이 흥건해지는 아쉬탕가 요가의 시간. 내 몸의 일부들이 땀으로 빠져나온다. 문득 퇴근시간에 먹은 것들이 떠오르면서 내 삶을 돌아보니 신경을 좀 써야겠다 싶다. 퇴근길이 80~90분 정도 걸리니 졸음을 방지하고자 간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많은 것들을 꽤 자주 먹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고, 먹는 음식의 질도 문제다.


내 몸에는 이로운 것만 넣자.

내가 먹는 것은 내 몸의 일부가 된다.

함부로 아무거나 막 집어넣지 말고 빈 공간에는 좋은 재료로만 채우기를.

땅에서 나는 신성한 것들을 존중하고 감사하게 여기자.

내 자식에게 주듯이 나에게도 그렇게 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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