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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슴슴한 요가일기 2023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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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잡상인 Apr 25. 2024

2023년 10월의 기록

언더독요가 10월 출석부

2023. 10. 04. (수) 언더드릴

수업 전 스몰토크. 러닝과 고양이 이야기로 즐거운 기분이 가미된 채로 수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

명상호흡 짧게 하고 수업 시작은 둘씩 짝을 지어 동작을 연습하는 것으로 했다. 물구나무 섰다가 다리를 하나씩 교대로 땅에 닿기 직전에 다시 올리는 것을 연습하면서 코어 힘과 팔, 어깨 힘을 길러내는 것이다. 두 다리를 동시에 내리는 것을 연습할 때는 그 동작을 하는 본인도 힘들지만 잡아주는 사람도 힘이 많이 필요로 했다.

H와 함께 연습하다가 H가 다리 내릴 때 내가 힘이 달려 끝까지 잡아주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잘 안되는 건 언젠가는 될 것이라며 서로를 격려하고 개인 연습도 이어갔다. 나는 핸드스탠딩 연습을 시도했는데 손바닥으로 바닥 밀어내며 다리 띄우기, 고개 드는 힘에 신경을 집중했더니 정말 나만 알 수 있는 아주 잠깐 동안 발이 떴다가 내려왔다.

빈야사 때 팔이 후들거려 점프백과 점프스루가 맘처럼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모든 시퀀스에서 넘어지거나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해서 지나간 것에 만족했다. 한 발 서기 동작에서는 왜 이렇게 흔들리는 것일까 궁금하다. 등산으로 단련되어 하체 힘이 약한 편은 아닌데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내 몸을 탐구해 보고 싶다.

마무리 시르사아사나에서 머리 띄우다가 마지막 카운트 두 개 남겨놓고 다리 하나가 추락했다. 보통은 선생님이 발목 잡아서 구조해 주시는데 이제는 일정 카운트 동안은 혼자 서도록 잠시 내버려 두시는 선생님의 짧은 한 마디. "스스로." 그렇게 추락한 나는 아기자세로 진 빠진 몸을 추슬렀다. 다음엔 열 카운트를 채워보자꾸나.

사바아사나.

비가 와서 날이 습한데 사람들의 입김과 뜨거운 체온으로 공기가 데워져 3층이 더 눅눅하게 변했다. 몸은 끈끈하지만 기분은 개운하다. 선생님이 창문을 살짝 열어 환기를 시키니 선선한 공기가 공간을 상쾌하게 쓰다듬는다. 어느 집 멍멍이인지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우리의 사바아사나 시간 즈음에 늘 짖어댄다. 너는 어떤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매일 이런 수련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시간아, 나에게도 좀 와주면 안 되겠니.

나 시간만 주면 정말 열심히 할게. 나 한 번 믿어보렴.

2023. 10. 08. (일) 하타

얼마 만에 일요일 하타에 참여하는지 모르겠다. 일기를 뒤적거려 보니 두 달 만이다

원래는 오늘 오빠가 운동을 가는 날이라 나는 항상 양보를 해야 하는 요일인데 오빠의 컨디션 난조로 운동을 안 간다길래 냉큼 예약을 걸어 수업에 참석했다. 너무 신났던 나의 표정을 생각하면 컨디션 난조인 오빠가 불쌍하기까지 할 텐데 일단 그만큼 오랜만이라 기뻤던 것이니 그 정도는 양해하고 넘어가기로.

골반을 골고루 풀었다. 밧다코나 후 사이드로 다리 찢기 작업도 하고 파드마 짜서 트위스트도 했다. 안쟈네야 하면서 골반정렬 정면 보기 강조하고 볼스터에 앞다리 의지 좀 하면서 뒷다리 펼쳐 골반 정면 보기 연습했다. 서혜부와 대퇴부 전면이 굉장히 늘어난 느낌이다. 자세 풀 때 너무 힘들지만 발라아사나 휴식 때 서혜부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바로 선생님이 종종 쓰시는 표현인 '뚫리는 느낌' 인가 보다.

하누만아사나 들렸다가 후반부에는 바카아사나도 하면서 머리를 바닥에 랜딩하고 묵타하스타 시르사로 연결했다. 거기서 잠시 호흡하고 다시 역순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리를 접어 상완에 붙이고 등 둥글게 힘써서 고개를 들어야 하는데 힘이 달려 버둥거리니 선생님이 와서 도와주셨다.

나가떨어지는 사바아사나.

시작 때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좋은 말이 떠오르며 행복한 송장자세.

"어제의 수련은 잊고, 오늘은 오늘의 수련만 집중하기."

2023. 10. 16. (월) 언더드릴

평소보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선생님과 스몰토크. 동화책 이야기, 첫째 멍멍이 이야기, 이번 주말에 나는 설악산 종주를 떠난다는 소식도 짧게 전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수련이 시작되었다.

블럭 두 개 잡고 머리 대고-한쪽 무릎은 상완에 붙이고-한쪽 다리는 대각선으로 향하기. 에카파다바카아사나의 빌드업 자세로 느껴졌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대각선으로 뻗는 것이 몇 배로 힘이 많이 쓰인다. 복부의 힘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라고 언지를 자꾸 주셨지만 복부를 쓰는데도 힘이 따라가지를 못하는 나는 파르르 떨리는 전신의 근육들을 잘 달래가며 '버티기'에 급급했다.

움직임의 난이도도 쉽지 않아 그렇겠지만 오늘의 내 몸 상태가 별로였던 이유도 크게 한몫 했다. PMS 기간인 것을 감안해도 적정선이 넘어간 상태인 것 같다. 주말 새벽에 일어나 이틀 연속으로 산을 탄 바람에 하체에 피로감이 있었다.

그리고 요즘 부쩍 체중이 늘었다. 무게감이 느껴진달까. 꽉 끼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 들 만큼 불편한 상태이다. 몸무게를 가끔 재보니 급하게 늘어난 것은 아니고 두 세 달에 걸쳐 무려 3kg 정도가 늘어난 상태이다. 돼지저금통에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 저축하듯 은근슬쩍 100그램씩 야금야금 늘어난 것이 시간 지나 살펴보니 묵직하게 변한 나의 상태를 뭐라고 원인규명을 해야 좋을지 난감하다.

몸이 가볍지 않아 수련 때도 버거움이 생겼다. 수련의 횟수가 줄어서 그런것 도 있을 것이고 나의 생활습괍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날도 있는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발밑 그림자를 발견한 것처럼 내 속에 미련이 남은 것을 알고 있다. 통제력을 잃어버리면 몸이 힘들어질 텐데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함께 자국을 남긴다.

분명히 알고 있다. 수련의 힘을.

적어도 점프백, 점프스루, 나바아사나 등 체력과 지속성, 꾸준함의 바로미터처럼 생각되는 동작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는 자세. 그걸 잃지 않고 유지하자. 일단은 그게 필요하다. 지금의 흔들림과 무거움과 불안정함이 뒤섞인 힘든 모습은 반복된 수련과 꾸준함으로 기분 좋은 수련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주어진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기분 좋게 꾸준하게.

늘 하던 그 마음 간직하고서, 밸런스. 몸도 마음도.

2023. 10. 24. (화) 아쉬탕가

일주일 만의 요가원, 2주 만의 아쉬탕가.

요즘 생활 패턴을 알려주는 간격이다.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부족하지만 오늘은 올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일이다. 수업 참여의 기회. 내게는 정말 소중한 것이다.

오늘도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선생님이 사람들의 컨디션을 체크하시더니 빡세게 하면 되겠다고 한다. 나의 허벅지 컨디션이 별로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하며 시작. 명상은 생략하고 바로 수리야나마스카라로 진입한다.

프라사리타 파도따나아사나는 ACD를 진행했는데 다리 간격을 평소보다 넓게 한 건지 깍지 낀 손이 얼마 넘기지도 않고 애쓰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훌러덩 땅에 너무 쉽게 랜딩 되었다. 어깨의 가동범위와 전굴과 복부 힘과 다리 힘의 협응이 필요한데 오늘이 설마 그런 날인 건가.

웃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도 순조롭게 지나갔다. 약간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나만 알 수 있는 느낌이 있는데 발바닥에서부터 랜딩이 잘 되어 위로 상승하는 기분이 들면서 중심이 잘 잡혔다. 균형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니 A에서 처음부터 드리쉬티를 엄지발가락에 두고 시작하니 균형 잡을 때 어려움이 줄어든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예전에는 정면을 보고 있다가 몸을 숙일 때 시선을 엄지발가락으로 옮기다 보니 온몸이 휘청거렸었는데 시선이 옮겨지면서 불안함과 집중력 분산이 생겨 균형 잡는 것에 에너지가 소모된 것 같다. 드리쉬티의 힘.

주말에 설악산 종주를 다녀온 후라 허벅지 피로도가 높은데 비라바드라를 만나면서 근육통의 존재감이 급하게 솟구쳐 올랐다. 허벅지가 힘들어 무릎이 펴지고 엉덩이가 자꾸 뒤로 빠지려는 걸 제자리로 되돌려놓느라 다리가 불타올랐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 할 때 팔꿈치 내회전하라고 선생님이 옆에 오셔서 "제 손을 더 밀어내세요"라고 하시는데 도무지 알려주신 방향으로는 힘이 모아지지 않았다. 머리 내렸다가 올라갈 때 팔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에 담고 몸에 담고 그대로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안되는 건 차차 나아지리라 믿는 수밖에.

피니싱에서 시르사는 생략하고 우트플루티히 하고 사바아사나. 10시간가량의 등산스틱 사용으로 전거근, 소흉근, 상완의 근육통이 너덜너덜한 상태였는데 우트플루티히까지 잘 써먹다니, 대견하다. 마무리 빈야사를 안 하면 왠지 수련이 안 끝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우트플루티히 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했으니 드러눕는 것이야 언제든지 환영한다. 즐거운 아쉬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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