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을 온전히 접어두고 주말을 보내자고 했는데 결국 다시 앞에 앉았어요. 토요일의 약속은 꼭 지키고 싶었거든요. 전 이번 한 주도 성실히 일하고, 꾸준히 글 쓰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조금 다른 일이었다면,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는 것 정도 되겠네요. 왜 글을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다가올 때면 피할 수 없습니다. 다시 답을 찾으려 잃은 길을 찾아 헤매느라 고민에 빠졌죠. 무엇을 위해 글을 쓰려하는가?
인스타그램에 글과 사진을 올리다보니 개인 메시지를 제법 받곤 합니다.
"저도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용기가 나지 않고 막막해요."
"책을 쓰고 싶어 적어둔 게 있어요. 하지만 끝을 보지 못하고 있죠. 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용기 내어 봅니다."
"저는 최근에 어려운 일을 겪고 일상을 잃어버렸어요.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다시 일어서려 해요. 할 수 있겠죠?"
메시지에 대한 답은 정성스레 보내드립니다. 제가 글 쓰기를 시작한 동기도 그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일상을 버티기 어렵던 날들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붙잡았던 글쓰기. 그것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일어서던 시간을 지나왔고, 그때의 글쓰기는 제 자신을 독자로 두고 보살피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렇게 글 쓰기를 시작해 첫 해를 보내다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하며, 글을 통한 연결의 힘, 글이 전하는 문장의 힘을 느끼게 되었죠.
그렇게 홀리듯 글의 매력에 빠져들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아 들었습니다. 더 깊숙이 글 짓는 시간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고요. 올 해가 매일 글 쓰기를 시작한 네 번째 해가 되었습니다. 깊게 들어갈수록 짙어지는 고민 앞에서 언제나 방황하죠.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누구를 향한 글을 쓰고 싶은지, 그 이야기를 왜 쓰고 싶은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이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오거든요.
이것은 자신을 향한 글쓰기를 벗어나 타인과 만나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 졌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독자가 있어야 글은 비로소 생명을 가지고 살아나게 될테니까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결국 다시 나를 위한 글은 아닐까? 항상 묻습니다. 글 쓰는 일은 사랑과 관심이 깊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요. 독자를 향한 사랑에서 시작되는 행위, 글 쓰는 일의 근본은 이것이 아닐까요?
참 오지랖도 넓죠? 자신 하나 추스르기 어려운 세상에서 타인을 향해 말을 건네고 사랑까지 전하고 싶어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나에서 비롯된 사랑의 시작이 타인으로 옮겨가고 있으니 이것만큼 아름다운 확장이 또 있을까 싶어요.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상 확실한 거 하나는 이 시간이 가진 의미에 대한 질문은 끊임없이 찾아올 거라는 거겠죠. 그렇게 헤매는 날들을 통해 글 쓰는 일을 향한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갈 테고요. 분명한 건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을 향한 사랑의 깊이도 깊어질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사랑이라는 오글거리는 단어를 앞에 두고 글 쓰는 일을 바라봅니다. 이번 주 런던의 토요일은 깊은 고민과 함께 흘러갑니다. 하지만 사랑은 멈추지 않기로 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에요.
다음 주에 다시 올께요.
잘 지내다 다시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