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도입니다
하루 일과
오전 5:00 기상. 알람이 울린다. 나는 알람이 울리기 살짝 전인 4시 40분쯤 깨어난다. 일어나서 씻기도 하고 수업에 갈 준비를 한다.
오전 5:30-7:15 오전 수련. 매주 수업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다. 첫 주에는 다 같이 호흡부터 시작해서 준비 운동을 하며 몸을 풀고 구령에 맞춰 요가를 했다. 점차 익숙해지면서 시퀀스를 각자 외워서 자신만의 호흡으로 수련을 했다.
오전 7:30-8:30 해부학 수업. 오전 수련이 끝나면 잠깐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고 바로 해부학 수업에 가야 한다. 이번 지도자 과정에서 내가 제일 기대했던 수업은 해부학 수업이었다. 사이트에는 요가와 관련된 해부학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이 되어있었다. 나는 요가 해부학을 배우고 나면 동작을 할 때 몸을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알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졌으나 기대만큼 실망이 컸던 수업이다. 그래도 해부학 선생님이 친절하게 기초부터 잘 설명해주셔서 수업 시간은 항상 즐거웠다.
오전 8: 30 아침 식사.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수련도 하고 수업도 들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해부학 수업이 조금이라도 늦게 끝나는 날이면 나를 비롯해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된다. 빨리 끝나라. 그렇게 기다린 식사는 사실 별거 없다. 아침을 간소하게 먹는 인도 식문화에 따라 아침마다 간단한 과일 한 종류와 기름에 튀긴 쌀가루나 찐 쌀가루가 코코넛 처트니와 함께 나온다. 가끔 저녁에 먹고 남은 커리가 나올 때도 있었다. 점차 적응한 우리는 전날 저녁에 아침에 추가로 먹을 개인 식량을 준비해서 먹었다.
인도 요가원에서 식사 예절
요가원에는 식사를 하는 공간이 따로 있고 모든 음식 섭취는 여기서 한다.
식탁과 의자가 없고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먹는다.
손으로 먹는 걸 권장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수저와 포크를 사용해도 된다.
말을 하면 안 된다. 모든 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내가 경험한 요가원에 한정된 거라 다른 요가원은 모르겠다. 처음 요가원에 도착했을 때 모든 공간에서 바닥에 앉아 수업을 듣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엉덩이가 아프고 허리는 뻐근하고 다리는 저리다 못해 감각이 없어지고 불편했다. 심지어 다리도 펴지 말라고 해서 속으로 욕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을 해 나갔지만 마지막까지 불편하긴 했다.
오전 10:00-11:30 테크닉 수업. 요가원 원장님이 가르쳐주셨다. 하루에 최소 5가지 동작을 배웠고 요가 동작마다 가지고 있는 주의점, 한계점, 장점, 방법, 다양한 변형 동작을 배웠다. 선생님은 꼼꼼히 가르쳐주셨고 기초에 기반하여 배울 수 있었다. 요가원마다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강조하는 부분이 다른 것 같았다. 동작마다 하는 방법도 중요시하는 부분도 약간씩 다르다.
오전 11: 30-12:30 티칭 수업. 우리가 직접 가르치는 수업이다. 매일 한 시간씩 있는 수업인데 5명씩 그룹을 지어주었다. 한 명이 30분간 티칭을 하고 나머지 30분 동안은 티칭을 받은 학생들이 피드백을 준다. 하루 전 테크닉 수업에서 배운 동작을 티칭 수업 때 실제 수업처럼 그룹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된다. 이때 요가원마다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철저한 순서에 따라서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이 피드백을 좋지 않게 준다. 가르치는 순서는 랜덤이라 우리는 매번 긴장해야 했다. 오늘 가르쳤다고 내일 선택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선생님의 말로 시작했기에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고 친구 앞에서 시범 강의를 해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티칭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오후 12:30-1:30 호흡 수업. 여러 가지 호흡법을 배우고 직접 해보면서 몸과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수업이라기보다는 함께 호흡하고 명상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너무 졸려서 고개를 사방팔방으로 휘젓고 다녔는데 점차 익숙해졌다. 마지막에 시간이 충분하면 누워서 사바사나를 하며 마무리하기도 했다. 한 번은 인도 친구가 끝난지도 모른 채 누워서 자는 바람에 모두 웃었다. 티칭 수업을 마치고 긴장이 풀려 더 졸리기도 하다. 가끔 너무 졸릴 때면 화장실에 다녀오는 방법도 있다.
오후 1:30 점심 식사. 점심은 아침보다 푸짐하게 나왔다. 커리가 추가되고 야채 볶음도 나온다. 이를 주식인 쌀밥과 차파티와 같이 먹으면 된다. 버터밀크나 커드가 항상 나오는데 인도인들은 이를 커리나 야채 볶음처럼 밥과 함께 먹기도 한다. 처음에는 쌀밥과 같이 먹는 게 우유에 밥 말아먹는 게 연상돼서 거부감이 들었으나 한번 먹고 보니 너무 맛있었다. 아무도 동의할 수 없었겠지만 나는 곰국에 밥 말아먹는 맛을 느끼고 계속 그렇게 먹었다. 점심 식사 시간이 특히 좋은 이유는 이후에는 쉴 수 있다는 점이다.
쉬는 시간. 대부분 다음 날 티칭 수업을 준비해야 했지만 낮잠도 잘 수 있고 요가원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고쿨람으로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러 다녀올 수도 있다. 유일하게 떠들고 쉴 수 있는 시간이라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시간표에는 쉬는 시간이라는 말 대신 카르마 요가라고 적혀있다.
오후 4:00-5:30 철학 수업. 요가를 하다 보니까 요가 정신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었다. 대학생 시절에 서양 철학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대학 인생을 통틀어 제일 잘 들었다고 생각하는 강의 중 하나라서 요가 철학 수업도 기대가 되었다. 첫 수업에서 요가 철학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학생이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5% 정도 뺀 나머지는 아예 모른다고 답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 선생님은 깊고 넓게 설명하셔서 난 아직도 철학을 잘 모른다.
오후 5:30-6:00 찬팅 수업. 철학 선생님이 연달아 찬팅 수업도 하신다. 철학 수업과 경계가 거의 없는데 철학 수업을 하고 나서 찬팅을 부르자고 하면 우리는 따라 부르면 된다. 선생님의 철학 수업은 학생들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식 강연쇼 같았지만 찬팅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다.
오후 6:00-7:15 오후 수련.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이 오후 수련이 시작되어서 우리는 서둘러 수련을 가야 한다. 오후 수련은 대부분 선생님 구령에 맞춘 수업으로 진행된다. 토요일 오후 수련은 특별 수업으로 진행되었는데 말없는 산책을 했던 야외 수업과 실내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된 사진 촬영을 위한 요가 수업 등 다양했다.
오후 7:30 저녁 식사. 다소 늦은 저녁 식사 시간은 많은 학생들의 불만이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저녁에 세끼 통틀어 제일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 점심과 많이 다르지는 않지만 커리에 야채가 많이 들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기대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면 아침에 먹을 과일을 사러 3분 거리에 있는 가게에 들렸다가 돌아온다.
오후 9:30 소등. 소화가 채 되기도 전에 불을 끄고 자야 한다. 난 항상 잠이 오지 않아 11시쯤에 잠에 들었지만 불은 꺼야 한다. 일찍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정 때문인 것 같다.
1주 차부터 5주 차까지의 심경변화
1주 차. 기대가 가득한 마음
요가원에 들어오기 2주 전에 아쉬탕가 요가의 성지인 마이소르 인도에 도착했다. 요가원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방을 따로 빌려서 다른 곳에서 요가 수업을 들었다. 내가 경험했던 아쉬탕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주 동안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요가를 접하며 장점을 보기도 하고 다른 단점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앞으로 시작될 요가원 생활이 기대되었다.
2주 차. 변비가 생겼다.
하루 종일 차가운 바닥에 앉은 생활과 내가 알고 있던 건강한 식단과는 다른 그들만의 건강 식단에 맞춘 세끼는 나를 포함해 모두에게 큰 변화였다. 다수가 변비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푸룬을 사서 먹고 생야채가 부족한 건가 싶어서 먹어보기도 하였지만 결국 관장약을 사용했다.
3주 차. 벗어나고 싶다.
가끔 부당한 상황에 직면할 때 그리고 나를 학생이 아닌 돈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 때 벗어나고 싶었다. 이때부터 날짜를 계산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이런 상황도 다 겪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날짜 계산을 멈추고 친구들에게 솔직한 감정을 말하였다. 함께 생활하고 수련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과정을 온전히 마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들에게 고맙다.
4주 차. 받아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과정을 모두 겪어내고 싶었다.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잘해오던 미국인 친구가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났다. 이틀 후면 시험이었는데 우리는 모두 당황했다. 그렇지만 시험이 코앞에 와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 편이 마음은 편했다.
5주 차. 돌아오고 싶다.
시험도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이 때는 거의 인도 음식으로만 먹었는데 바깥 인도 음식은 내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다시는 인도에 오고 싶지 않을 줄 알았는데 떠나기 전에 벌써부터 친구들이 그리고 이곳이 그리워졌다.
목표 달성
요가 자격증 과정을 위해 인도에 왔지만 우선순위는 자격증이 아니었다. 숨을 쉬기 힘든 일상생활을 떠나 숨을 찾고 싶었다. 숨을 찾으러 왔는데 나는 숨을 찾았나? 그렇다. 완벽하게 찾은 건 아니지만 나는 지금 숨을 쉬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며 요가도 매일 하고 있다.
Are you breathing?
너 숨 쉬고 있니?
요가를 하며 선생님이 가장 자주 하던 말이다. 우리는 숨을 쉬며 살아가지만 숨을 끊임없이 쉬고 있는 건 아니다. 매 순간 의식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한다면 지금보다 귀찮아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편리함은 양날의 칼처럼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숨을 쉬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똑같이 의식하지 못한다. 자신이 긴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순간에는 일부러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긴장을 풀기도 한다. 그런데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면 의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습관적으로 숨을 몸 안에 담고 자연스럽게 내쉬지 못하게 된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긴장 속에서 생활하고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자신을 밀어 넣다 보니 숨을 자연스럽게 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요가를 하다가 똑같은 상황에 마주한 적이 있다. 낯설고 어려운 동작을 해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두려운 마음과 성공해야 한다는 욕심에 긴장을 해서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숨을 쉬고 있냐고 물어보았고 내가 숨을 자연스럽게 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요가를 하며 스스로 숨을 쉬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공기가 없으면 죽지만 항상 있기에 의식하지 못한다.
숨을 쉬고 살아가기 때문에 어떻게 숨을 쉬어야 잘 쉬는 것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요가를 하며 숨을 잘 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