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먹은 수많은 음식 중에 가장 맛나게 먹었던 게 무엇이었나 떠올려 본다. 결혼 1주년 기념으로 강화도 여행 가서 먹었던 꽃게찜이 생각난다. 벌써 30년 전인데 배가 고파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맛이 좋아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남편과 말 한마디 없이 두 손에 꽃게를 들고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양념장이 묻는지 어떤지도 모를 만큼, 짠맛이었는지 매운맛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먹는 일에 집중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당시 3만 원이었는데, 우리 형편에 적은 돈은 아니어서 큰맘 먹고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다.
그보다 더 먼 시간으로 건너간다면, 어릴 적 부모님이 사 오신 만두가 생각난다. 때는 겨울, 늦은 시간에 부모님이 외출하시게 되어, 우리 오 남매는 안방에 이불을 깔고 누워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화 제목은 『산』. 조난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긴장감이 최고였다. 그렇게 영화에 빠져 있으면서도 밤이 무서워 부모님이 언제 오시나 생각했다. 밤 12시 넘어서였을까? 집에 오신 아버지 손에 만두가 한가득 담긴 봉투가 있었다. 가게 문 닫을 시간이어서 남은 만두를 다 싸 오셨단다. 한밤의 만찬이 시작된 것이다. 그 양이 얼마나 많던지 오 남매가 싸우지 않고 배부르게 먹어도 될 양이었다. 대부분 터진 만두였는데도 얼마나 맛있던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부모님이 오셨다는 안도감,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부모님의 얼굴. 부자가 된 것 같은 행복감이 나를 감쌌다.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어디 이뿐일까? 엄마가 해주신 화채, 도넛, 부침개, 동치미, 나물무침, 바싹 구운 김, 떡볶이, 된장찌개, 달걀찜, 김부각, 엿 등 헤아릴 수없이 많고, 날 아껴주는 언니가 해준 따뜻한 음식들이 내 기억을 한가득 덮는다. 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가. 입맛도 변하고 요리도 변하고 기억도 희미해져 똑같은 음식을 맛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지만 맛있게 먹던 모든 음식은 행복이란 기억으로 버무려져 오늘을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