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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의 균형

by 혜랑

학교 도서관은 수많은 규칙으로 가득하다. 내가 일하는 초등학교 도서관에는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다. 우선, 대출 관련한 규칙으로, 한 사람의 대출 권수는 3권, 대출 기간은 일주일, 연장은 한 번 가능, 연체할 때는 연체한 날만큼 못 빌림, 책을 훼손하거나 분실했을 때는 같은 책으로 보상한다는 내용이 있다. 두 번째는 이용규칙이다. 실내화는 신발장에 넣기(문 입구에 그대로 벗어두지 않는다), 음식물을 가져오거나 먹지 않기, 핸드폰은 사용 금지(혹 급한 전화를 걸 경우에는 복도에 나가서 한다. 숙제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사용한다), 뛰거나 장난치지 않는다, 책을 찢거나 던지지 않는다, 큰 소리를 내거나 떠들지 않는다 등이 우리 학교 도서관 규칙이다.


그리고 이 규칙들은 언제나 지켜지지 않는다. 실내화는 어느 순간 문 입구에 널려 있고, 몰래 음식을 먹거나 핸드폰으로 게임 하는 아이들이 매일 발생하고, 뛰고 장난치고 싸우는 일은 다반사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규칙 위반자들을 불러다 왜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교육해야 한다. 교육의 힘으로 버티는 날은 길어야 2~3일이다. 규칙에 대한 민원도 발생한다.

“왜 핸드폰 하면 안 돼요?”

“왜 책을 3권밖에 못 빌려요?”

“엄마가 간식 싸주셨는데 먹으면 안 돼요? ”

“저기 6학년 누나들 뭐 먹고 있는데요?”

"저 형이 욕했어요." 등등.


규칙에 대한 이의제기뿐 아니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의 고발까지 무수히 많은 민원들 속에서 하루가 지나간다. 규칙에 지쳐 쓰러질 지경이다. 그래도 규칙 자체를 없앨 수도 없고 내버려둘 수도 없다. 그것이 내 역할의 하나고, 그래야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난 오늘도 선생이라는 자리에서 규칙을 어기는 학생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버텨야 한다. 그리고, 이 사회는 규칙을 지키려는 자와 어기려는 자 사이에서 언제나 균형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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