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재능이 있는데, 어른이 될수록 자신의 재능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성공이라는 틀에 비추어진 탓일까?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어릴수록 자신의 재능에 확신이 크다. ‘저는 그림을 잘 그려요.’, ‘저는 노래를 잘해요.’ ‘저는 달리기를 잘해요.’ ‘저는 줄넘기를 잘해요.’ 등 너무나 자신 있게 자신의 재능을 뽐낸다.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웃음이 나오는 재능이지만 자신감 하나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자신감은 점점 줄어든다. 내가 볼 때 기막힌 재능을 갖고 있는데도 “아니에요. 저 못해요.”라고 말한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재능을 평가하고 있는 걸까?
내가 보는 아이들의 재능은 이러하다. 잘 웃는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배려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놀이 규칙을 만들 줄 안다. 모사를 잘한다, 호기심이 많다, 끈기가 있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감성이 풍부하다, 글씨를 예쁘게 쓴다, 집중력이 뛰어나다 등 이루 헤아릴 수없이 많다. 선택적 함묵증인 아이는 엄청난 색감 능력이 있어서, 그 아이의 그림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시도 때도 없이 잘 우는 아이는 예민한 감성을 갖고 있어서 시 한 편 한편이 감동이다. ADHD인 아이는 관찰력이 남달라, 한 번 본 것은 쓱싹쓱싹 만들어낸다. 도서관에서 책을 잘 보는 아이는, 어른도 따라가기 힘든 배려심으로 친구들과 후배들을 리드한다. 산만하고 매일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아이는 색칠할 때만큼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자세히 보면 재능 없는 아이는 없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개성이 사라지고 균일화가 이루어진다. 공부라는 초점에 맞춰 몇 개의 그룹을 형성한다. 교육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재능 수준’에 미달한 사람들로 남는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라 딱히 내세울 건 없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성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살아가는 데는 유용한 내 재능은, 타인의 재능과 장점을 알아보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