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은 항상 감정과 함께 온다. 경기나 시험을 보기 전 또는 면접이나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또는 병원 검사 결과를 듣기 전의 긴장은 두려움, 불안과 함께 오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이나 결혼식을 앞두고 있을 때는 설렘과 기쁨, 반가움이란 감정과 함께 온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황에 따라 긴장은 달라지기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감정이 있는 한 긴장 없이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긴장과 잘 살아간다는 건 내 감정을 잘 알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니, 긴장하는 나 자신도 문제 될 건 없다. 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태도지만 그 도가 지나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삶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 치료가 필요하다. 더구나 사회는 평가시스템이 작동하는 곳이니 중요한 순간에 긴장하느라 제대로 의사 표현을 못 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테니까. 공황장애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때, 나는 불안으로 긴장될 때마다 머릿속으로 내 감정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 대화했다. 뇌에서 불안을 느끼는 편도체가 아몬드의 모양을 닮아, 내 캐릭터는 아몬드다.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그러면 아몬드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우울해한다. 마음 약해진 나는 아몬드를 꼬옥 안아준다. 혼내고 달래고를 여러 번 하는 동안 웃음이 난다. 잠시의 불안을 잊고 내 안의 나를 안아준다.
긴장이 필요 이상으로 커진다면 약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빨래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찬물에 힘들게 빨래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따뜻한 물로 세제를 풀어 빨래할지 결정하는 거예요. 찬물에 빨래하다 보면 생각처럼 때가 잘 안 벗겨져요. 힘도 들고요.” 약 먹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자 의사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지금 나는 스페인을 다녀올 만큼 좋아졌다. 여전히 긴장되는 순간이 있지만 괜찮다. 긴장된 순간을 한 번씩 넘길수록 괜찮아진다. 자신감이 생길수록 필요 이상의 긴장은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