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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유통기한

by 혜랑

나는 요즘 말로 ‘예쁜 쓰레기’라고 불리는 물건을 좋아한다. 전시회나 공연을 가면 관련된 기념품을 하나씩 사 오고, 앙증맞게 생긴 인형이나 오르골, 무드등, 작은 액자 같은 소품을 좋아한다. 같은 용도여도 실용성보다는 감성에 의존해 사는 경우가 많고, 작고 앙증맞은 것을 좋아해서 눈으로 보는 용도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돈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대체로 3만 원 안팎이어서 내 수준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소비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여기에 ‘쓰레기’란 말이 붙어버린 것일까? 쓰레기와 아닌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 ‘예쁜 쓰레기’란 말에는 예쁘지만 ‘별 필요가 없는’이란 뜻일 테고 ‘실용적이지 않은’의 의미도 있을 거다. 돈으로 환산해 교환가치가 높다면 이런 말을 쓰지는 않았을 테니, 분명 ‘너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다른 사람에게 소용이 없는’이란 의미도 들어있을 것이다. 과연 쓰레기와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은 비싸고 안 비싸고의 문제일까?


나는 그 물건의 유통기한이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거나 필요 없어지면 버려지는 물건. 값나가는 것이든 아니든 더 이상 효용가치를 잃어버리면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유통기한은 물건이 망가져서일 수도 있지만, 물건의 가치를 부여했던 사람의 변심 때문에 바뀔 수도 있다. 한때는 소중하게 여겼던 연인의 선물도 헤어지면 버려지게 되고, 부모님의 유품도 더 이상 간직할 필요가 없어지거나 기억할 사람이 없으면 언젠가는 버려야 한다. 여행 가서 샀던 추억의 물건도 기억이 희미해지면 낡고 더러운 물건이 되고 만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물건들은 이렇게, 소유했던 사람의 변심과 세월 속에서 쓰레기가 된다.


이런 중에 아직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물건이 하나 있다. 전해지지 못한 물건은 15년 전 그대로 포장된 채 작은 서랍 속에 넣어져 있다. 내 것도 아니고 상대의 것도 아닌 물건 하나가 세월을 먹지 않은 채 주인을 기다린다.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건 아직 내 마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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