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창문을 열었다. 해가 먹구름 뒤에 숨어 있다. 해가 아직 드러내지 않은 시간, 아침 7시. 창밖에 내리고 있는 가는 빗줄기가 반갑다. 지난 며칠 동안 한여름의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지난한 한 철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촉촉하게 피부에 와닿는 기온이 시원하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그 사이로 들어오는 찬 기온, 작은 바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빗소리가 싫지 않은 아침이다.
책상 위 컴퓨터를 켜고 앉았다. 빗줄기는 곧은 자세로 한자리에 머물며 무언가를 쏟아내고 있다.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그 소리의 울림이 마음에 들어와 앉는다. 참, 좋다.
한 곳에 쏟아내는 빗줄기의 끝은 땅을 향해 꽂히고 있었다.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탁탁, 두두두두, 싫지 않은 소음이다. 소음이 자연의 소리로 들리는 순간, 더 이상 소음이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주는 무엇이 된다.
이른 아침, 찾아온 너는 진한 흙 내음을 풍겨준다. 혼자였다면 풍길 수 없는 향기이다. 흙과 만나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화음 속 진동하는 냄새다. 그 사이사이 존재하는 공기를 식혀주며 함께 전달되는 차가운 공기는 살갗에 닿을 때마다 정신을 맑게 해 준다.
그냥 얻어지는 건 없는 것이구나! 이 촉촉함 또한 누군가와의 부딪힘 속에 생성되는 것이구나.
바야흐로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잠시 쉬어가라고 비를 동반해 찾아온 아침이다. 그렇게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