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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바라보며 나를 만난다.

-신발

by Sapiens


오늘도 그녀는 카페로 들어서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 테이블 위에 물건들을 꺼내 놓고 노트북을 펼친다. 순간 손등에 물건이 스치더니 테이블 밑으로 떨어진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구석구석 살핀다. 3색 볼펜이다. 손에 닿은 펜을 줍고 몸을 일으키는데 서로 시선이 마주친다. 그녀는 속삭이고 있는 그의 자태와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땀이 나면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편이다. 종일 칙칙한 공간에 있다 보면 습도가 높아져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불쾌한 냄새가 가득한 공간 속에서 숨 막히게 지낸다. 그래도 여름철에는 시원한 공간을 찾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시원하게 노출된 공간에서 보낼 수 있다.


오늘부터 여름 장마가 시작이다. 다행히 큰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그에게 마냥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알록달록한 가죽으로 디자인되기도 하지만 뜨거운 태양에 그대로 노출되어 땀범벅이 되거나, 흙먼지로 뒤덮이며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정말 온몸이 물에 빠진 꼴로 엉망이 되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럴 때면 정말 왕짜증이다.


사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 그의 육체를 감싸는 모양이 다양해진다. 따뜻한 털로 감싸기도 하지만, 긴 천으로 발목을 감싸기도 한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을 만큼 디자인과 색상이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비슷한 공간 속에 머물다 보면, 답답함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를 감싸고 있는 외투들은 자주 세탁되지 않는다. 얼룩진 채 지내기도 하고 냄새에 찌든 채 지내다가 버려지기도 한다. 때론 싫증이 나서, 때론 낡아 뜯겨서, 때론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이별을 맞이한다.


누구나 세상에 존재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들도 어느 날 버려지듯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또다시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누군가의 육체를 보호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긴다. 그러다 아무 감정 없이 버려지는 날, 그들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삶의 고단함을 간직한 채 사라지는 자신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 날 문득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나의, 본질을 알게 되는 찰나적 순간과 맞닥뜨리는 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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